고전 속 사랑 이야기를 무대에서

 
베르테르를 처음 만난 건 고등학교 음악 시간. 박목월 시인의 시에 곡을 붙인 “목련꽃 그늘 아래서 베르테르의 편지를 읽노라 / 구름 꽃 피는 언덕에서 피리를 부노라 / 아아 멀리 떠나와 이름 없는 항구에서 / 배를 타노라”로 시작하는 ‘4월의 노래’를 배우면서다.

순전히 베르테르란 이름 때문에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찾아 읽었다. 친구에게 쓴 편지 형식의 글에는 죽음으로 끝맺을 수밖에 없던 롯데를 향한 끝없는 사랑이 가득하다. 그때는 그 구구절절한 사랑이 얼마나 리포터의 마음을 울렸는지….

그런 사랑을 받은 롯데를 부러워하다가 ‘그 착하고 지고지순한’ 베르테르를 구원하지 못한 롯데를 미워하기도 했고, 베르테르 같은 남자의 사랑을 받는 상상을 하며 수업 시간에도 몰래 책을 읽었다.

그때의 설레는 감동을 다시 느끼고 싶은 이들에게 뮤지컬 <베르테르>를 추천한다. 이 뮤지컬은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무대로 옮긴 창작물로, 지난 2000년 초연 뒤 15년간 재공연을 거듭한 작품이다.

정형화된 외국 뮤지컬 형태를 따르지 않고, 한국인의 감성에 맞게 바꿔 독특한 스타일로 성장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풍성한 실내악을 바탕으로 깊이 있는 음악과 절제된 감정 표현, 드라마와 부합되는 밀착도 높은 연출, 아름다운 무대는 감동을 더한다.

하지만 최고의 감동은 베르테르와 롯데, 알베르토의 감성과 사랑, 갈등을 그리는 배우들의 연기다. 특히 롯데만 바라보고 아파하는 베르테르를 보면 그 아픔을 위로해주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 뮤지컬의 막이 내리면 포스터의 의미가 비로소 가슴에 와 닿는다. 화면을 가득 채운 해바라기 꽃잎은 열매 맺지 못하고 흐트러진 베르테르의 마음이란 것을….

추위가 매섭다. 고적 속에서 느끼던 슬프지만 뜨겁고, 아프지만 순수한 사랑 이야기를 무대를 통해 느껴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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