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훈련된 비판적 사고는 과학연구를 추진하는 데 있어서 기본적인 사고이다.

사물을 놓고 판단하는 데 있어 날카로운 비판력은 문제점을 지적하고, 불편한 점을 개선하기 위한 새로운 아이디어를 도출해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일본의 중소기업은 자기나라를 경제대국으로 올려놓는 데 단단히 한 몫을 했다. 그런데 이들 회사는 사장을 비롯하여, 간부진, 사원들이 일심동체가 되어 새로운 발상과 노력에 의해 커다란 역량을 발휘했다.

그들의 성공비결은 첫 번째로 업계의 상식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정신에서부터 비롯되었다고 한다. 굳이 이름을 붙인다면 ‘혁명가 정신’이다. 예를 들어 샐러리맨으로 근무하는 동안에 “이건 아무래도 부조리하다.” “변해야 해!”하는 식의 발상을 가지고 있던 사람은 결국 이런 생각을 계기로 하여 과감하게 사업체를 창업한다.

동기가 확실하고 목표도 확실하기 때문에 박력 있게 추진할뿐더러 인생을 걸었기 때문에 고난이 닥치더라도 포기하지 않는다.

경우선(京友禪)에서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게이붕(주)의 오오에 시게로 사장은 중년의 나이가 되자, 대기업에 속하는 한 섬유회사의 과장 자리를 과감하게 박차고 나가 독립하였다. 그는 재직 중에 늘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경우선의 가격은 왜 이렇게 비싼 것일까?”
독립한 그는 경우선 제조 회사를 창립하여 가격을 인하시키는 데 노력했다. 경우선의 비싼 가격은 이 업계에서는 일종의 관례이자 상식으로 통했다.

한 벌을 만드는데 수십 명의 숙련된 전문가의 솜씨가 필요하며, 전통과 노하우가 담기기 때문이다. 경우선에 대한 오오에 시게로 사장의 비판정신이 잘 나타난 상품 제1호는 ‘기모노’이다.

이것은 경우선의 고정관념을 바꾸게 한 계기가 되었을 뿐만 아니라 부담 없는 가격으로 기모노를 구입할 수 있게 되어 이제는 외출복을 가리키는 보통명사로 인식될 정도이다.

이와 같은 발상에 의해 우척지가 생산되었고, 경우선의 어패럴화(양복의 기성복처럼 완성 상품을 만드는 것)라는 혁명을 추진하였다. 아주 영세한 규모에서 시작한 이 기업이 지금은 무로마치 일대의 중심부에서 최고의 기업으로 성장하였다.

일본금형재료(주)의 로우다 사장도 업계의 상식을 파괴하고 기업을 일으킨 인물이다. 금형업계에서는 ‘금형실의 모레’라는 말이 있다. 오래 전부터 금형 실은 “모레쯤 납품한다.”고 말하는 관례를 가지고 있다.

오늘이나, 내일이라고는 절대로 말하지 않는다. 모레가 되면 또 다시 ‘모레’라고 한다. 직업기질이라고 할 수도 있겠으나 사실은 납기일이 워낙 짧았던 것이다. 

이와 같은 사정의 원인은 금형 하나하나가 맞춤인 탓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사용자인 자동 업계와 전기 업계에서 납기 단축이 강하게 요구되기 때문이다. 즉, 제품 모델 변경의 주기가 빠른 탓이었다.

로우다 사장은 여기에 날카로운 비판을 가했다. 그리고 고심 끝에 ‘스탠더드 몰드 베이스’라는 새로운 개념의 작업 방식을 도입했다. 금형에 자주 사용되는 치수와 재료의 금형을 사전에 제작한다면 금형 실은 형태를 조각하는 것으로 간단하게 끝낼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시작된 로우다의 제도는 대성공을 거두어 지금은 금형업계 전체의 반 이상이 이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다. 현재의 상황에 만족하지 않고 문제를 제기하는 비판정신이야말로 진보를 위한 첫걸음이다. 

 “이것은 왜 이렇게 되어야 하나?”
 “저것은 불편하지 않은가?”
이런 비판적인 생각들이 문제를 만들고, 문제제기가 있을 때 해결방안 즉 새로운 아이디어나 발명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비판의 메스를 들고 주위를 한 번 둘러보자.

왕연중
한국발명문화교육연구소장 겸임 영동대 발명특허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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