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탄산음료를 골랐고, 친구는 몸에 좋은 음료를 골랐다. 맛도 없는 음료를 고르냐며 핀잔을 주자, 탄산음료는 몸에 해롭단다.

“100세 시대야. 몸에 안 좋은 습관도 갖고 있어야 적당한 시기에 죽을 수 있어.”라고 반론을 펴자, “죽는 시기는 똑같고, 조용히 죽는지 골골거리면서 고통스럽게 죽는지의 문제야.”라며 재반론이 펼쳐진다.
그 때 이후로 탄산음료를 고를 때면, 죽음에 이를 때 고통스럽게 만들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할 때도 있으나, 여전히 탄산음료 없이 살기는 힘들다.

고통 없이 삶을 다하고 죽음을 맞이할 수 있는 것은 큰 행운일 것이다.
죽음 근방에 이르렀으나 죽지는 못하고 고통스러운 삶을 영위해야 한다면, 첫째는 본인의 삶의 질이 문제가 될 것이고, 둘째는 본인을 둘러싼 가족들의 경제적·정신적 고통이 문제가 될 것이다.

대법원은 2009년도에 ‘환자가 의식의 회복가능성이 없고 생명과 관련된 중요한 생체기능의 상실을 회복할 수 없으며 환자의 신체 상태에 비추어 짧은 시간 내에 사망에 이를 수 있음이 명백한 경우 연명치료를 환자에게 강요하는 것이 오히려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해하게 되므로, 환자가 자기결정권을 행사하는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에는 연명치료 중단이 허용될 수 있다고 하면서, 미리 의료인에게 자신의 연명치료 거부 내지 중단에 관한 의사를 밝힌 경우이거나 환자의 평소 가치관이나 신념 등에 비추어 연명치료를 중단하는 것이 객관적으로 환자의 최선의 이익에 부합한다고 인정되어 환자에게 자기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더라도 연명치료의 중단을 선택하였을 것이라고 볼 수 있는 경우에 연명치료 중단에 관한 환자의 의사를 추정할 수 있다.’는 취지의 판시를 한 적이 있다.

이제는 한 걸음 더 나아가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률안’(속칭 웰다잉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웰다잉법은 ‘회생의 가능성이 없고, 치료에도 불구하고 회복되지 않으며, 급속도로 증상이 악화되어 사망에 임박한 상태’를 ‘임종과정’이라 정의하고, 담당의사와 해당분야의 전문의 1명이 임종과정에 있는지 함께 판단을 하고, 임종과정에 있는 경우 연명의료계획서나 사전연명의료의향서, 환자가족 2명 이상의 일치하는 진술로 연명의료중단결정을 원하는 환자의 의사를 확인하거나 환자의 의사를 확인할 수 없는 경우에는 환자가족 전원의 합의로 연명치료를 중단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경제적 이유로 가족들이 악용할 가능성을 막고, 임종과정 판단의 객관성을 보장할 방안 등을 보완해나간다면 죽음을 잘 맞이할 수 있도록 하는 잘 만들어진 웰다잉법이라는 생각이다.

정헌수 변호사
새연 법률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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