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우리나라의 교육 제도는 하나의 정답만을 가르치는 데 주력해 왔다. 실제로 정답이 하나 밖에 없는 수학문제라면 그것이 통하겠지만, 발명에서는 수학과 같지 않다.

특히 발명에는 아리송한 답이 따르기 마련이며, 그 답은 몇 개라도 존재한다. 구하는 방법에 따라 나름대로의 타당성을 가진 답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만일 답이 하나밖에 없다고 생각하고 답을 찾게 되면, 여러 가지 방법으로 찾을 수 있는 답을 포기해버리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다.

지퍼는 지트슨이라는 사람이 처음 만든 것이다. 그는 외출할 때마다 몸을 숙여 일일이 구두끈을 매야 했던 번거로움이 싫어서 끈 대신 달기위해 지퍼를 고안하게 되었다. 지트슨의 지퍼는 시카고의 박람회에 출품되어 주목을 받았다. 

구두끈을 매기가 너무나 귀찮아서 구두끈 대용으로 사용하기위해 발명했던 지퍼가 박람회에 출품되었을 때, 구경꾼 가운데 ‘워커’라는 육군 중령이 있었다. 그는 지퍼를 보자 곧바로 지트슨에게 달려가 그것을 사겠다고 했다. 지퍼를 대중적으로 실용화하면 큰 돈을 벌 수 있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퍼의 편리함을 대중화하기 위해서는 값을 싸게 해야 했고, 그러자면 지퍼를 자동으로 만들 수 있는 기계를 또 발명해야만 했다. 그것은 대단히 어려운 일이었다. 

지퍼는 발명되었으나, 지퍼를 만드는 기계가 발명되지 않아 지퍼는 무용지물이나 마찬가지였다.  워커는 지퍼 자동제조기를 발명하기까지 19년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을 소비해야만 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누구도 그의 기계를 거들떠보지 않았다. 결국 그는 지칠 대로 지쳐서 기계를 팔기로 했다.

“에잇, 손해를 봐도 어쩔 수 없다. 이젠 이 기계를 더 이상 보고 싶지도 않아. 빨리 팔아야겠어! 얼마나 많은 정성과 노력을 투자했는데…” 그러나 기계를 사겠다고 선뜻 나서는 사람도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브루클린에 살고 있는 어느 양복점 주인이 이 기계를 발견하게 되었다.

“이거 괜찮은데! 구두끈으로만 쓰기에는 정말 아까워. 어디 달리 쓸모가 없을까?”

양복점 주인은 워커를 찾아가 아주 싼 가격에 그것을 사들였다. 그리고는 기계를 앞에 놓고 궁리하기 시작했다. ‘그렇지, 복대의 지갑주머니 어귀에 붙이면 아주 제격이겠어.’

양복점 주인의 생각은 적중했다. 결국 발명가가 손해를 보면서 팔아치운 것을 그 양복점 주인은 간단한 아이디어 하나를 더해 성공을 거두게 된 것이다. 

양복점 주인은 계속해서 아이디어를 냈다. 그것을 해군복에 붙여 군대에 팔기도 했다.  그 후, 굿 리치 회사는 이 지퍼를 점퍼에 붙여 상품화할 것을 생각해 냈다. 지퍼 달린 점퍼가 판매되기 시작하자 온 미국으로 지퍼가 불붙듯 퍼져 유행하기 시작했다.

덕분에 굿 리치 회사는 눈 깜짝할 사이에 유명회사가 되었다. 애당초 구두끈 대용으로 발명되었던 지퍼가 오늘 날, 얼마나 많은 용도로 사용되는지 헤아리기가 힘들 것이다. 가방, 드레스, 트레이닝, 테니스 라켓가방, 성경책, 핸드백, 텐트, 의류, 신발 등에는 말할 것도 없고 이불 커버, 베개, 심지어 소품에 이르기까지 쓰이지 않는 곳이 없을 정도이다.

지퍼는 ‘신발 끈 대용품’이라는 하나의 답에 얽매어 있었다면, 그것으로 끝이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지퍼는 여러 개의 답을 갖고 있었다. 

아이디어는 음악에서의 음조와 비슷하다. 음조는 다른 음조와 관련시켜 이해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아이디어 또한 다른 아이디어와 관련지어 보면 이해하기가 쉽다.

아이디어는 어디에고 방치되어 있거나 숨어 있다. 문제는 그것을 어떻게 찾느냐에 있다. 그것을 찾아내는 사람이 바로 발명가가 되는 것이다.

왕연중
한국발명문화교육연구소장 겸임 영동대 발명특허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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