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명에는 애매한 답도 있다. 애매하다는 것이 때로는 상상력에 대한 강한 자극체가 되어, 발명에 대한 동기 유발을 가져오기도 한다.  아이디어를 처음 발견했을 때는 다소 애매한 문제들이 궁금증을 유발시켜 의문을 갖게 하는 것이다.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을까?’‘이것은 어떤 원리인가?’‘이것을 달리 해석하면 어떻게 될까?’ 등 이런 것들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찾고 있을 때 갖게 되는 의문이다. 특히 이런 의문이 쉽게 풀리지 않고 미궁에 빠지게 되면 더욱 호기심을 갖게 된다.

애매모호한 답을 찾을 때는 한 가지 방법이 있다. 억측처럼 들리겠지만 사물을 애매하게 생각해 보는 것이다. 예를 들어 유치원 어린이에게 블록 두 개를 주어보고, 한 개 더하기 한 개는 얼마냐고 물어 보라. 어떤 어린이는 두 개라고 대답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다른 아이는 ‘더 큰 하나!’하고 대답하기도 하고, 블록의 모양에 따라 다른 답이 여러 가지로 나온다. 이렇게 생각한다면 모든 문제의 해결은 결과를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달려 있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똑같은 모양의 블록을 열 명의 어린이에게 주고 어떻게 사용하는가를 알아보면, 어떤 아이는 자동차로, 또는 인형의 침대로, 어떤 아이는 벽돌로, 그리고 아예 인형처럼 모자를 씌우거나 이불을 덮어주며 가지고 노는 것을 볼 수 있다. 블록 하나가 경우에 따라서는 비행기나 망치, 벽돌, 자동차, 인형, 침대, 숟가락, 의자, 책상 등으로 사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만약 벽돌을 문이 저절로 닫히지 않게 받침용으로 사용해 보았거나, 포크나 숟가락을 초인종 대신 사용한 경험이 있다면, 간혹 송곳이 아닌 볼펜으로 구멍을 뚫어본 적이 있다면 애매한 질문에 대하여 나름대로의 추측을 통해 답을 찾을 수 있는 능력이 있는 것이다. 

애매한 것을 찾아내는 능력은 다른 어떤 것을 생각해 내는 능력의 중요한 일부분이다. 우리는 ‘나침반’이라고 하면 흔히 항해사들이 바다 위에서 방향을 잡기위해 쓰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일쑤이다.  그런데 산을 좋아하는 ㅁ씨는 여행 도중 깊은 산 속에서 길을 잃고 헤맨 적이 있었다. 그는 가까스로 구출되었지만, 그 후유증으로 오랫동안 시달리게 되었다.

‘앞으로도 나처럼 산 속에서 길을 잃고 헤매는 사람이 생겨날 거야. 그들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그는 자신의 경험을 떠올리며, 여러 가지로 해결책을 찾느라 고심했다. ‘방향을 찾기 위해서는 나침반이 꼭 필요한데, 잊어먹기 일쑤이니… 여행 필수용품에 붙여두면 저절로 준비가 되니 급할 때 요긴하게 쓸 거야.’
그는 오랜 생각 끝에 물통에다 나침반을 부착시켜 보았다.

비록 큰 돈은 벌지 못했지만 이 아이디어는 그를 발명가로 변신시키는 일등공신이 되었다. 눈 덮인 산 위에서만 타는 것으로 알았던 스케이트를 도로 위로 끌어내린 롤러스케이트, 쇠못이 싫어서 나무못을 개발한 사람 등 아이디어의 세계에는 이해할 수 없는 답들이 많다.

오래 전, 패션 계에 ‘히트 상품 제조기’라는 별명을 가진 ㄱ이라는 사람이 등장했다.
‘양복’하면, 패션과 디자인 등 감각에 의존한 품질관리만 생각하고, 단순히 옷이라는 틀을 벗어나지 못했던 것이 지금까지의 인습인데 그 틀을 깼다.

양복에 전자파 차단 휴대전화 주머니가 달린 옷, 특수 섬유소재를 이용한 전자파 차단 양복, 재스민·라벤더·박하 향 등이 흘러나와 머리를 맑게 해주는 향기 나는 양복 등이 그것이다. 신진대사 촉진 기능이 있는 원적외선 양복은 신사복업계에서 처음으로 개발되었다 한다.

발명가가 되려면 애매한 답도 수용해야 한다. 그것이 사람이든, 물건이든 현상을 이해하기 위하여 보다 많은 결과가 있다는 것을 전제로 찾으면 된다. 

왕연중
한국발명문화교육연구소장 겸임 영동대 발명특허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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