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난아기의 기저귀 여밈에서부터 시계밴드, 허리띠, 운동화 끈, 주머니덮개, 기차의 좌석커버, 우주복에 이르기까지 폭넓게 사용되는 매직테이프. 사냥 광이었던 스위스인 조르즈 도메스트랄은 이 작은 발명으로 세계 1백대 기업 중의 하나인 ‘벨크로 社’를 탄생시켰다.

 

애초 기술자가 되고자 했던 그는 모든 게 여의치 않자 취미로 시작한 사냥에 푹 빠졌다. 그러던 중 1935년 어느 가을날, 도메스트랄은 여느 때와 다름없이 애견 ‘번개’와 함께 사냥 길에 나섰다.

산토끼를 발견한 번개가 앞서 달리자 정신없이 뒤따라가다 그만 산 우엉이 우거진 숲 속으로 뛰어들게 됐다. 번개의 도움으로 고생 끝에 살찐 산토끼를 잡는 데는 일단 성공했으나 숲에서 나온 그의 모습은 가관이었다.

옷 여기저기에 산 우엉 가시가 더덕더덕 붙어 고슴도치나 다름없었다. 옷을 벗어 힘껏 털어보았으나 가시는 좀처럼 떨어져 나가지 않았다. ‘산 우엉가시는 왜 잘 떨어지지 않을까?’모두들 대수롭지 않게 지나쳐 버릴 일이었지만 그의 생각은 달랐다. ‘틀림없이 이유가 있을 것이다.’

집으로 돌아온 도메스트랄은 확대경으로 산 우엉 가시를 자세히 살펴보았다. 가시는 갈고리 모양이었다. 순간 그의 머릿속에는 무엇인가가 빠르게 스쳐 지나갔다. 그는 곧바로 한 쪽에 갈고리가 있고 다른 쪽에는 걸림 고리가 있는 테이프를 만들어 서로 붙여보았다.

그의 예상은 그대로 적중했다. 양쪽 면이 서로 닿는 순간 철컥 붙었다가 약간의 힘을 가하면 ‘지직’소리와 함께 떨어졌다. 여간 신기하고 편리한 게 아니었다.

도메스트랄은 특허를 출원하고 ‘벨크로’라는 상호와 상표아래 매직테이프 생산에 들어갔다. 복잡한 공정이 필요 없어 도메스트랄 자신이 기술자겸 사장으로 운영한 벨크로 社는 몇 년 만에 미국과 일본에 현지공장을 세울 정도로 번창했다.

때맞춰 제2차 세계 대전까지 터지자 군복과 군화에까지 채택돼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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