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극장 공연의 감수성과 디지털 문화의 대중성을 동시에 잡다!

 
바야흐로 디지털미디어의 시대가 도래한지도 꽤 되었다. 쏟아지는 문물과 정보 속에서 그 동안 우리는 아날로그적인 것보다 디지털적인 것들에 훨씬 익숙해졌다. 그 와중에도 오히려 대형 뮤지컬이나 소위 말하는 ‘좀 있어 보이는’ 문화 예술 공연들은 뛰어난 마케팅 수완과 각자 나름의 노력으로 특정 타겟층을 형성하며 자리를 잘 잡아가고 있지만 그것은 그 시절 우리의 오프라인적 감성을 충만하게 했던 대학로 소극장 공연들과는 차이가 있다.

요즘은 시장붕괴의 영향으로 때로는 영화 한 편 보는 것보다도 저렴한 가격에 연극을 볼 수 있다지만 그래도 요즘 세대에게는 영화나 드라마보다 대중적으로 인식되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며, 일부 메이저 연극을 제외하고는 알려지기도 살아남기도 힘든 것이 현실이다.

그런 와중에 대학로 소극장의 매력에 더해 독특한 차별화를 시킨 연극 <맛있는 프로포즈>가 등장했다. 많고 많은 대학로의 로맨틱코미디 연극들 중 <맛있는 프로포즈> 만이 가지는 매력은 무엇일까?

줄거리는 이렇다. 유명한 스타셰프인 백민준은 16년 전 찌질했던 자신을 엄청나게 괴롭히던 왈가닥 소녀 서마리를 자신이 일하는 레스토랑의 낙하산 신입직원으로 만나게 되고 그녀를 쫓아내기 위해 전세역전 복수극을 펼치게 된다. 하지만 서른 두 살의 나이에 뒤늦게 자신의 꿈을 위해 신입으로 들어온 마리는 꿋꿋하게 버티며 열심히 일하고, 민준과 마리는 아웅다웅하는 과정에서 서로에게 점차 이끌리게 된다는 것.

로맨틱코미디라는 장르가 다 그렇듯 뭔가 스펙타클하거나 매우 기발한 새로운 스토리는 아니다. 하지만 분명히 어디선가 일어날 법한, 그래서 더욱 친근한 평범한 이야기 속 아기자기함을 느낄 수 있다. 또한 이 이야기는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을 닮았다. 마리와 민준의 이야기뿐만 아니라 싱글맘으로 세상을 살아가는 강한 여자 공수미와 그런 수미를 한결같이 사랑하는, 어쩌면 우리 모두가 한 번쯤은 꿈꿔보는 이 시대의 진짜 순정남 황제복의 이야기는 씁쓸하지만 힘을 내서 살아가는 ‘어른의 정서’를 잘 담고 있다.  

 <맛있는 프로포즈>라는 제목을 들으면 사람마다 떠올리는 이미지는 크게 다르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어떤 맛인지 굳이 짚고 넘어가자면 참 달달한 연극이라는 것? ‘맛’의 종류에도 맵고 짜고 시고 달고 여러가지가 있지만 말 그대로 과하게 자극적인 맛 없이 적당히 달달한 여운을 남긴다.

요즘같이 너무 많은 코미디 요소를 집어넣은 로맨스 연극이 넘쳐나는 시대라서 일까, 나는 그래서 이 달달함이 더 오래 마음에 남았다. 너무 달지 않아 계속 입 안에 머금고 있고 싶은 그런 맛이 나는 연극이랄까? 나의 학창시절과 나의 사회 초년시절의 향수가, 나의 우정과 사랑이 자연스럽게 투영되는 서정적인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필자가 <맛있는 프로포즈>를 특별하다고 하는 것은 비단 위에 설명한 부분 때문은 아니다. 요즘은 흔하지 않은 것이 사실이지만 아기자기하고 달달한 서정적 정서를 전달하는 로맨틱코미디 연극이 이 작품 하나만 있는 것은 분명 아닐 테니까.

중요한 것은 이 연극이 영화관, 드라마, 라디오 적인 시청각 요소를 규모가 작은 소극장 무대로 옮겨왔다는 데에 있다. 극이 시작하면 흔해빠진 오프닝 멘트 대신 영화 오프닝 패러디 영상이 관객을 맞이하는데, 분명 어디에도 영화관 스크린은 없지만 무대 위 소품만 없다면 정말로 영화관에 온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다.

극 속의 극으로 TV 드라마가 등장하고, 무대 위에서 실제로 비가 내리는 것을 경험할 수 있다. 무려 80석 규모의 소극장에서. 아마도 젊은 연출가와 젊은 배우들이기에 가능한 연극계의 새로운 시도였으리라.

이렇듯 참신한 시도와 파릇파릇한 에너지가 결합되어 너무 무겁지도, 너무 가볍지도 않은 딱 좋은 여운을 남기는 대학로 연극 <맛있는 프로포즈>는 2016년 3월에 시작해 오픈런 공연 진행 중이며, 매주 화~금 8시, 토/공휴일 4시 7시, 일요일 4시에 공연이 있다. 대부분의 공연이 그렇듯이 당연히 인터파크티켓을 비롯한 각종 온라인 예매처에서 항시 예매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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