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는 사회 모든 분야에서 전문 인력을 요구하고 있다. 그래서 어떤 분야에서 실력을 발휘하고, 인정을 받으려면 해당 분야에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

야구의 경우를 보자. 과거에는 구원 투수가 기용되는 일은 매우 드문 일이었다. 선발투수가 최후까지 던지는 것으로 알고 있었지만, 이제는 전문화된 구원 투수가 몇 명씩 대기하고 있다. 야구뿐만 아니라 사회가 발전할수록 전문화의 경향은 더욱 뚜렷해질 것이다.

그러나 발명에서의 전문화는 별로 바람직하지 못하다.
‘내 전문 분야가 아니다.’는 생각으로 전문분야이외의 아이디어는 아예 찾으려 하지 않고, 간혹 연구 도중에라도 발견된 아이디어가 자신의 전문분야가 아니면 더 이상 연구를 진척시키려 하지 않으려고 하는 어리석음을 범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태도를 취하는 사람은 우물 안 개구리와 같은 태도를 벗어나지 못한다.

모든 분야에는 독자적으로 문제를 처리하는 방법이 있으나, 가장 우수한 발명은 전문분야라는 경계를 뛰어 넘어 다른 분야에까지 새로운 아이디어나 의문을 찾아 나설 때 얻어지는 것이다. 예를 들면, ‘휴대용 전화기’의 경우이다. 이어폰처럼 귀에 꽂는 전화기가 개발되어 화제가 되고 있는데, 이 휴대용 전화기를 개발한 사람은 엉뚱하게도 전자기술과는 전혀 거리가 먼 일본 대학 입시 센터 특별시험연구반의 오노 히로시 교수이다. 

오노 교수는 휴대용 전화기 시장의 추세가 날로 소형화 되는 것에 착안하여 어떻게 하면 좀더 작게 만들어 휴대를 간편하게 할 수 있을까 생각하다가 학생들이 귀에 이어폰을 꽂고 공부하는 것을 보게 되었다.
 ‘그렇지, 귀에 꽂는 전화기를 만들면 되겠구나.’ 그러나 결코 생각처럼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래서 첫 번째로 시도한 일은 관련 자료수집 및 분석이었다. 

난생 처음 대하는 기술내용이 대부분이었으나 수집한 자료들을 분석하고 나니 자신감이 생겼고, 이때부터 연구는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관련되는 자료는 모조리 수집했지요. 그리고 한편의 논문을 쓰는 심정으로 정리해 나갔어요. 어려움이 있기는 했지만 이미 개발된 이론과 정립된 이론을 분석하여 결과를 정리해 보니 해답은 의외로 가까운 데에 있었습니다.”

오노 교수에 따르면, 사람이 말을 할 때는 귀 뼈와 귓구멍에서 진동이 일어나는데, 이 전화기 없는 전화기를 귀에 꽂고 말을 하면 원통모양의 진동탐지센서가 진동을 음성으로 바꾸어 상대방에게 전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상대방의 음성은 이어폰 마이크에 내장된 미니 스피커에서 울려 나오기 때문에 통화에는 전혀 지장을 받지 않는다.
이에 따라 전화를 하면서 다른 일을 할 수도 있고, 공사현장이나 시끄러운 곳에서도 얼마든지 통화가 가능하다는 이점이 있다.

“이 휴대용 전화기는 아무리 작게 이야기해도 음성을 판별해 내기 때문에 음악회 같은 곳에서도 주위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전화통화가 가능하기 때문에 신의 전화라고도 말 할 수 있지요.”
발명이나 과학, 예술, 사업 등에 있어서 대부분의 진보는 아이디어의 조화를 통해서 얻어지고 있다.
같은 맥락에서 어떤 분야를 침체시키는 원인은 외부의 아이디어를 배제시키는 데 있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받아들이는 열린 마음가짐은 실로 중요하다. 그러나 이것은 아이디어를 적극적으로 찾는 모습이 아니다. 
전문분야에 개의치 않고 적극적으로, 아이디어를 과감하게 찾아나서는 자세가 필요하다.

왕연중
한국발명문화교육연구소장 겸임 영동대 발명특허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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