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사를 바꾼 독일의 천재들

지은이 피터 왓슨
옮긴이 박병화
펴낸곳 글항아리
“색다른 독일사라고 생각하시면 될 듯합니다. 독일사를 떠올리면 보통 제2차 세계대전, 히틀러를 떠올리게 마련인데 이 책은 그 이전의 역사, 히틀러나 제2차 세계대전에 가려진 ‘독일 천재’들에 대한 이야기들은 엮은 독일사입니다.”

지난해 10월 출간된 <저먼 지니어스>는 글항아리가 나름 기대작으로 내세우는 책이다. 분량도 1천416쪽에 달해 방대하다. 출판사 기획자는 이 책의 두께와 가격 때문에 혹시 독자들이 외면한 건 아닐까 하며 반 농담처럼 말했지만 실제로는 독일사 자체가 워낙 주목도가 낮은 주제가 아니었을까에 더 무게를 실었다.

하지만 여기에 이 책의 반전이 있다. 독일사는 전체 역사에서 아주 지엽적인 부분에 해당될 수 있으나 독일사에서 발견되는 인물들의 면면을 보면 결코 세계사와 동떨어진 것이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칸트·헤겔·쇼펜하우어·니체·비트겐슈타인·하이데거·하이든·베토벤·슈베르트·모차르트·릴케·하이네·괴테·헤세·브레히트·실러·멘델·아인슈타인·가우스·슈뢰딩거·하이젠베르크. 그리고 마르크스·베버·프로이트·융·아도르노·루카치·벤야민·야스퍼스·지멜·하버마스·아렌트까지. 철학, 예술, 문학, 사회학 등 현대의 정신을 형성하는 데 독일 천재들이 영향을 미치지 않은 곳이 거의 없을 정도다.

이 책은 바로크 시대를 상징하는 바흐에서 현재까지 지난 250년 동안 독일 천재들의 활동, 또는 지식의 역사를 추적했다.

그 어떤 나라보다도 많은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한 나라, 내면의 풍요를 이상으로 삼았던 교양 국가, 교육 받은 중간계급을 최초로 형성한 나라, 대학과 연구소의 나라가 바로 독일이었다.

저자 피터 왓슨은 히틀러 이전의 그 찬란했던 독일의 창조적인 업적이 어디서 왔으며 어떻게 가능했는가, 히틀러의 등장 이후 그것은 어떤 과정을 거쳐 무너졌으며 어떻게 회복되었는가를 방대한 문헌을 동원해 파헤치고 있다.

또한 왓슨은 “현대사상이 시장경제와 자연도태를 제외하면 칸트, 헤겔, 마르크스, 니체, 막스 플랑크, 프로이트, 아인슈타인, 막스 베버, 그리고 두 차례의 세계대전에서 형성됐다”고 주장한다.

이런 평가는 역사에 면면이 이어져온 천재들의 활동에서 독일 정신사의 핵심을 짚었다. 이제까지의 독일 역사서와는 다른 독특한 관점을 제공한다.

이 책은 자국의 역사는 물론 세계사를 이끌어온 독일 천재들이 부각시킨 문제, 천재를 잉태한 정신, 독일만의 독특한 시대적 이념, 사회적 사건을 중심으로 논지를 전개한다는 점에서 흥미를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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