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녀와 나무꾼’에서는 아이가 셋이 태어날 때까지 선녀의 옷을 주지 말라고 하지 않았던가. 아이가 셋 정도는 되어야 나무꾼이 마음에 들지 않아도 선녀가 떠나지 못하고 가정을 지킬 것이라는 생각이 이 이야기의 숨은 메시지는 아닐까?

요즘 젊은 부부들이 결혼식을 올리고 함께 살면서도 혼인신고를 미루는 것을 꽤 보았다.
이런 부부들 중 대개는 아이가 생기면서 혼인신고를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아이를 갖기 전까지 부부 사이가 어그러질지도 모른다는 위험을 회피하는 것이 아닌가싶다. 선녀의 옷을 버리지 않고 있다가 나무꾼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법적 구속력 없이 날아가고 싶은 마음에...

재혼하는 부부의 경우에도 특히나 자녀 계획이 없는 경우 부부로 살면서도 혼인신고를 하지 않는 것은 흔하다. 재혼하는 부부의 자녀들이 혼인신고를 만류하는 경우도 있고, 본인들 스스로도 법률혼으로 복잡하게 만들고 싶어 하지 않는 것 같다.

이렇게 혼인신고 없는 부부의 실질을 ‘사실혼’이라 하여 혼인신고까지도 있는 ‘법률혼’과 구분하고 있다. 사실혼과 법률혼의 가장 큰 차이라면, 사실혼은 헤어질 때 ‘이혼’할 필요가 없다는 것과 사실혼의 배우자는 ‘상속’에서 제외된다는 것이라고 하겠다.

젊은 부부들이 혼인 신고를 미루는 것이 주로 전자의 이유라면, 재혼한 부부의 자녀들이 혼인신고를 만류하는 것은 주로 후자의 이유가 될 것이다.

사실혼 배우자가 멀쩡할 때야 아무도 두 부부사이에 관여하지 않지만, 사실혼 배우자가 중병을 앓고 있거나 노년이라면, 사실혼 배우자의 재산을 둘러싼 배우자와 혈연관계에 있는 자들 사이에 갈등이 눈에 보인다.

가령 A와 B가 사실혼 관계였으며, A와 B가 사실혼일 때 함께 일군 모든 재산이 A명의로 되어 있고, A가 중병을 앓고 있다고 하자.
이 때 A의 자녀라든지 A의 형제자매들은 B가 법률혼이 아니라고 하면서 A명의로 된 재산(사실상 A와 B가 함께 일군 재산)을 나누어 주려하지 않는다. 이럴 때 B는 A와 함께한 삶에 대한 통한의 눈물을 흘리는 것 말고 다른 방법이 없을까?

B는 A를 상대로 사실혼 관계 종료로 인한 재산분할 청구를 할 수도 있고, 사실혼 관계 부부 중 한 쪽 당사자가 혼인신고를 할 경우 다른 한 쪽이 혼인 의사를 명백하게 철회하거나 사실혼 관계를 해소하기로 합의하지 않는 한 그 혼인신고가 유효하다는 대법원 판결이 있으니 지금이라도 B가 혼인신고를 하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다만 꼭 주의할 것은 A가 아직 살아있을 때 할 수 있는 것이니, A와 사실혼 관계에 있는 B는 너무 늦기 전에 준비를 해야 할 것이다.      

정헌수 변호사
새연 법률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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