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아이는 몇 등인가요?

재능은 있지만 번번이 1등 언저리에만 머무는 아이, 그런 아이를 바라보며 1등에 대한 집착을 버리지 못하는 엄마. 우리 주변에서 흔히 듣고 보게 되는 이야기이다.

영화는 천재적인 재능을 가졌지만 대회만 나갔다 하면 4등을 벗어나지 못하는 초등학교 5학년 수영 선수 준호가 겪는 일과 그런 아이를 키우는 엄마의 고민과 집착을 담고 있다.

밀도 높은 드라마, 섬세한 감정묘사 그리고 감탄을 자아내는 아름다운 영상미의 완벽한 조화로 작품성과 대중성을 고루 인정받은 충무로 대표 감독 정지우가 진짜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이렇다. “우리가 현재 어떻게 살고 있는지에 대한 단면을 잘라내 보여주고 싶었다.”

 
최고가 아니면 주목을 받지 못하는 현시대에 <4등>은 가장 꼭대기에 서있는 1등이 아니라 메달권에도 들지 못하는 4등에 주목했다.

좋아하는 수영을 하고자 반드시 1등을 해야만 한다는 소년과 1등을 위해서라면 아들의 상처도 모른 척할 수 있는 엄마. 이처럼 <4등>이 그려낸 캐릭터들과 상황들은 성공에 대한 열망, 이루지 못할 꿈에 대한 두려움, 과정보다 결과를 중요시 여기는 현실을 반영했다.

이러한 모습들은 불안과 부모의 이기심이라는 감정 속에 갇힌 아이들의 현실을 생각하게 만드는 계기를 제공한다. 동시에 대한민국 교육의 현주소를 돌아보게 만든다.

오랜 세월 논란이 돼온 체벌 문제에 대해서도 섬세하게 다룬 <4등>은 일상에 자연스럽게 스며든 폭력의 정당성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다.

이 영화를 보면서 부모는 과연 자신이 아이에게 1등을 강요하고 있는 건 아닌지 스스로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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