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에서 올라와 서울 집주인을 상대하면서, 가끔은 서러움에 “이 동네를 다 사고 말아야지.” 하는 야무진 꿈을 꾸기도 했다.

보통은 돈을 주는 사람을 ‘갑’이라 하고, 돈을 받는 사람을 ‘을’이라고 하는데, 임대차 관계에서만큼은 돈을 주는 임차인이 돈을 받는 주인에게 ‘을’인 경우가 많은 아이러니를 느끼며... 그래서 조물주 위에 건물주라는 이야기가 나오는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변호사 일을 하다보면, 조물주 위의 건물주라는 말이 무색하게 임차인에게 당하는 건물주들도 제법 만나게 된다. 임차인이 건물주를 괴롭히는 방법으로는 크게 ①버티기 ②계약갱신요구 등이 있다.

 ‘버티기’는 차임도 안내고, 임대차 기간도 지났는데 나가지 않는 것이다. 주인 입장에서는 강제로 내보내고 싶지만, 함부로 실력행사를 하였다가는 ‘주거침입’, ‘영업방해’ 등 따라오는 죄목이 많다. 그래서 임차인을 내보내려면 소송을 진행해야 하는데, 소송과 소송 이후의 강제집행의 과정도 고단하고, 그 기간도 짧게는 6개월 길게는 1년도 훌쩍 넘기게 된다(임차인의 입장에서는 임대인과의 돈 문제는 차치하고 기간이 지났음에도 영업 또는 거주를 계속 하면서도 1년 정도의 시간은 벌 수 있다).

‘계약갱신요구’는 법이 보장하는 임차인의 권리이다. 상가임대차보호법에서는 임차인이 총 5년의 기간 내에 임대인에게 계약 갱신을 요구하면 법에서 정한 사정이 없는 이상 임대인은 이를 거부할 수 없다. 계약서에는 분명히 기간이 명시되어 있지만, 계약서에 규정된 기간을 넘어 임차인은 그 기간보다 더 길게 계약을 가져갈 수 있는 것이다.

세상은 임대인의 편일지 몰라도, 적어도 임대차 관련법은 약자인 임차인에게 많은 배려를 하고 있다.
그래서 상가임대인은 항상 5년 동안은 임차인이 계약 때의 한 말과는 달리 갱신을 요구할 수 있음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임차인과의 계약이 끝나면 어찌하겠다는 임대인의 계획이 임차인의 갱신요구로 좌절되는 경우를 종종 보았다.

위와 같은 ‘버티기’와 ‘계약갱신요구’에 대해서 임대인이 취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바로 ‘ 계약기간이 종료될 경우 임차인은 건물을 즉시 인도하다.‘라고 임차인과 합의하고 이를 법원에 제출하여 화해신청을 하는 것이다(제소전 화해).

제소전 화해조서는 확정판결과 같은 효력이 있어, 별도로 소송을 진행할 필요 없이 임대차 기간이 종료되면 임차인을 강제로 내보낼 수 있다. 또한 임차인이 계약갱신을 요구할 수도 없으니, 임대인이 취할 수 있는 강력한 안전장치가 될 것이다. 물론 임대차 계약서 한 장 써놓고 있는 것보다는 매우 번거롭지만 말이다.

정헌수 변호사
새연 법률사무소
 

저작권자 © 넥스트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