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 대한 글쓰기, 고전에서 답 찾다

지은이 유호식
펴낸곳 민음사
SNS가 범람하고 자기표현이 미덕으로 여겨지는 사회에서 ‘자서전적 글쓰기’는 대수롭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과거 역사 속에서 ‘자기표현’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당연한 일이 아니었다. 너무나 자명해 보이는 ‘나’라는 존재는 각각의 시대 속에서 새로 발견되기도, 발명되기도 했다.

<자서전>은 궤적을 좇는다. 이 책의 지은이는 오늘날 더욱 급증하고 있는 자기표현의 글쓰기가 지닌 진정한 의미와 위상을 새롭게 정립하고자 했다. 그래서 지난 수천 년간 역사 속에서 등장해 온 ‘위대한 자서전’을 찾아 기나긴 여정에 오른다.

이 책은 아주 오래전 자서전이란 형태로 자기를 표현하고자 했던 서양의 대가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한 인간이 ‘나’를 찾아가는 지난한 과정을 이야기한다. 그동안 인류의 역사에서 ‘자기에 대한 글쓰기’는 회고록, 내면 일기, 자기 묘사의 글쓰기, 자전적 소설, 오토 픽션과 같은 다양한 형태로 나타났다.

그 중에서도 자서전은 가장 대표적인 ‘자기에 대한 글쓰기’의 한 형태로 꼽힌다. 하지만 자서전은 갖가지 비평 연구와 풍부한 작품 사례가 남아 있음에도 불구하고 주류 문학에 속하지 못하는 ‘하위 문학’으로 평가절하해 왔다.

실제로 자서전 장르는 하나의 명확한 기준으로 정의하는 데 어려운 지점을 다수 떠안고 있다. 작가가 자신의 삶 전체를 포착해 그것을 재현하는 것이 불가능할 뿐 아니라, 그것이 가능하다고 해도 서술한 사실의 진정성을 그 누구도 보장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자서전의 정체를 밝히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그는 ‘자기에 대한 글쓰기’ 그리고 자서전의 진정한 의미를 밝혀내야만 오늘날 가장 흔하게 행해지는 글쓰기의 한 형태가 지닌 가치와 현재성을 알아낼 수 있다고 여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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