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 왕연중 | 그림 김민재 만화가

진정한 발명품이요, 상품이 되려면 적절한 홍보와 판매 전략이 필요하다. 때문에 발명이라 하면 아이디어를 만들어내는 일련의 과정에서부터 대중에게 널리 알리는 순간까지를 모두 포함하기도 한다.

 

셀루코튼도 이 실용화 작업이 부실했다면 살아남기 힘든 발명품이었다. 크리넥스의 탄생이 있었기에 셀루코튼이 발명품의 자리를 차지할 수 있었던 것이다.

셀루코튼은 전쟁 통에 출생했다. 세계 제1차 대전이 한창이던 1914년 유럽은 병들어 있었다. 먹을 것, 입을 것, 신을 것, 모두가 모자랐다. 특히 매일 쏟아지다시피 하는 부상병들을 치료할 도구가 태부족이었다. 붕대, 솜, 거즈 그 어느 것도 충분치 않았다.

전쟁에서 승리하자면 이런 필수물자의 확보가 절대적이었으므로, 기업들은 직간접적으로 대체물자 개발에 주력하게 되었다. 종이를 재료로 한 제품을 주로 만드는 킴벌리 클락도 이 개발사업에 동참, 솜을 대신할 제품 개발에 나섰다. 그렇게 해서 탄생된 것이 바로 셀루코튼. 셀루코튼은 소량의 솜과 나무의 펄프 섬유소를 이용하여 만든 것으로, 솜과 마찬가지로 뛰어난 흡습성을 지니고 있었다.

전쟁이 한창이던 때, 셀루코튼의 인기는 가히 하늘을 찌를 듯 했다. 유럽뿐 아니라 미국의 병원에서도 솜 대신에 이 셀루코튼을 사용하였고, 또 가스 마스크의 필터로도 훌륭하게 이용되었다.

그러나 전쟁의 산물은 전쟁과 함께 사라지는 법인가? 지루하던 전쟁이 끝나자 셀루코튼의 인기도 한풀 꺾였다. 컴벌리로서는 이 발명품을 사장시키지 않기 위해서 새로운 판로를 개척하는 수밖에 없었다.

킴벌리의 셀루코튼 변신 전략은 가히 획기적이었다. 셀루코튼을 종이장과 같이 얇게 제작, 얼굴화장을 고치는 휴대용 천으로 탈바꿈시켰다. 의료용 솜과 얼굴 화장지, 그 누구도 예상치 못한 관계였다. 이 변신은 일단 성공적으로 보였다.

그러나 킴벌리의 야심 찬 행보를 신이 시기했던 것일까? 소비자들의 반응은 냉담하기만 했다. 얼굴화장을 지우기 위해 값비싼 대가를 치루지 않겠다는 일반적인 인식이 지배적이었다. 모두들 천으로 만든 손수건에 만족하고 있었던 것이다.

중산층을 대상으로 공략하겠다는 킴벌리의 경영전략이 시작부터 어긋난 것이다. 이 곤경에서 벗어나기 위해 킴벌리는 갖가지 아이디어를 짜내었다. 인기 있는 영화배우들을 기용하여 대대적인 홍보를 펼치기도 하고, 품질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였다.

한 장씩 연속적으로 뽑아지도록 고안된 상자티슈도 이때 개발되었다. 또한 크리넥스라는 고유의 상표가 사용되기 시작한 것도 바로 이 무렵이다.

이런 피나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킴벌리는 별다른 성과를 얻어내지 못했다. 화장전용 티슈를 만들겠다는 단순한 전략이 바로 실패의 원인이었기 때문이다.

킴벌리의 티슈 개발팀이 이 사실을 알아챈 것은 일리노이즈 지방 방문에 이르러서였다. 그 지방의 대부분의 사람은 티슈대신 손수건으로 얼굴화장을 지우고, 이에 대해 불만이나 불편을 가지는 사람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때 또 다시 크리넥스에 새로운 전환점이 마련되었다. 개발팀은 획일적인 시각에서 벗어나, 티슈에 새 용도를 불어넣기로 한 것이다. 킴벌리가 새로이 발견한 것은 휴지와 감기의 오묘한 관계. 감기로 시달리는 이들이 손수건으로 코를 훔치고 다시 주머니에 넣는 광경을 목격한 개발팀은 크리넥스의 새로운 광고문안을 작성하기에 이르렀다.

‘당신 주머니에 감기를 넣고 다니지 마세요.’
새로운 광고가 나가자마자 크리넥스의 판매고는 두 배로 껑충 뛰었다. 많은 사람들이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 던져 버리고, 대신 크리넥스를 찾았던 것이다. 킴벌리가 원하는 바로 그 결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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