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채권의 소멸시효 기간은 10년이라고 상식적으로 많이 알려져 있다. 그리하여 10년이 경과하기 전 소송을 진행하는 경우에, 상대방은 상행위 채권의 소멸시효는 5년이라면서 이미 5년이 경과하여 갚을 의무가 없다고 다투는 경우가 많이 발생한다. 몇 가지 경우를 살펴보자.

1. 회사에 돈을 빌려줬다.
2. 의류판매점을 운영하는 자에게 돈을 빌려줬다.
3. 법무사에게 돈을 빌려줬다.
4. 회사의 대표이사에게 돈을 빌려줬다.
5. 개인이 학원을 차릴 돈이라고 하여 돈을 빌려줬다.
6. 새로 설립될 회사의 자금이라고 하여 개인에게 돈을 빌려줬다.

상법상의 ‘상인’이면, 상인이 하는 행위는 영업을 위하여 하는 행위로 추정되고, 영업을 위하여 하는 행위는 상행위로 본다(상법 제47조). 따라서 돈을 빌리는 상대방이 상인이면, 그 상인이 돈을 빌린 행위가 영업을 위한 행위가 아니라는 것을 입증하지 못하는 한, 5년 소멸시효가 적용되는 채권이 된다. 위 경우에 회사는 상인이고, 의류판매점을 운영하는 자도 상인이므로 다른 입증이 없는 한 1.과 2.는 5년의 상사소멸시효가 적용된다.

그런데 법무사는 상인으로 보지 않으므로 10년의 소멸시효가 적용된다(대법원 2008. 6. 26.자 2007마996 결정 참조). 법무사도 서비스 영업과 뭐가 다르냐며 아쉬워하는 법무사들도 분명 있을 테지만, 법령에 의하여 상당한 정도로 그 영리추구 활동이 제한됨과 아울러 직무의 공공성이 요구되는 법무사의 활동은 상인의 영업활동과는 본질적으로 차이가 있다고 보는 것이 대법원의 시각이다.

회사의 대표이사는 어떠한가. 회사대표의 돈과 회사 돈의 구별이 모호한 것이 현실이기도 하지만, 법상으로는 회사와 회사의 대표이사 개인은 명확히 구분된다. 회사의 대표이사는 개인일 뿐 절대 상인이 아니다.  따라서 회사의 대표이사가 빌린 돈이라면 10년의 소멸시효가 적용된다. 회사의 대표이사와 돈 거래를 할 때는 그 주체가 개인인지 회사인지 명확히 구별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위 5.와 6.에 대해서는 실제의 영업행위가 아니라 영업 ‘준비’를 위하여 돈을 빌릴 때 상사소멸시효가 적용될 수 있느냐 하는 문제이다. 이러한 차용행위도 행위자의 주관적 의사가 영업을 위한 준비 행위였고, 상대방도 이러한 사정을 인식하였던 경우에는 상사소멸시효가 적용된다.

다만 자기 명의로 상인자격을 취득하고자 하는 준비행위가 아니라 다른 상인(회사)의 영업을 위한 준비행위라면 상법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 따라서 5.는 5년이 될 것이고, 6.은 10년이 될 것이다.

정헌수 변호사
새연 법률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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