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에게 진주란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무용지물이다. 반면에 인간에게 진주의 가치는 대단하다. 이처럼 세상에는 이중적 가치를 지닌 것들이 수없이 존재하고 있다.

인간의 손에 의해 가공이 되면 보석으로서 가치를 인정받는 존재라 할지라도 돼지우리에 버려져 짓밟히는 일들이 허다한 것이다. 짓밟히고 있는 보석을 찾아내어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는 것, 이것이 바로 발명가에게 주어진 소임이며 권리이다.

셀룰로오즈를 원료로 하는 레이온 산업은 한때 세계적인 돌풍을 일으켰었다. 많은 공장들이 레이온을 생산하는데 열을 올렸고, 레이온이야말로 차세대 방직업을 선도하리라 생각했었다.

그러나 1980년에 들어서면서 레이온의 인기는 급격히 떨어졌다. 많은 공장들이 문을 닫고, 창고마다 셀룰로오즈가 가득 쌓인 채 방치되었다. 레이온 산업에 매달렸던 사람들은 피해가 극심했다. 그들에게 남은 희망이란 쓸모없이 자리만 차지하고 있는 셀룰로오즈 뿐이었다.

만약 당신이 이런 위기에 처해있다면 어떤 식으로 이 난관을 헤쳐 나가겠는가? 많은 셀룰로오즈를 헐값에 팔아 한 푼이라도 건져보려는 것이 최선의 방책일까? 물론 그것도 한 방법이 될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이 택한 방법은 그런 소극적인 해결책이 아니었다. 창고에 쌓인 셀룰로오즈의 다른 용도를 찾기 시작한 것이다.

“방직용이 아닌 다른 것에 사용할 수는 없을까?” 이것이 바로 진흙탕 속에서 진주를 찾아내는 발명가이자 발명기업인의 자세인 것이다.

결과는 물론 대성공이었다. 식물성 셀룰로오즈의 특성을 최대한 활용하여, 다이어트 미용식으로 탈바꿈 시킨 것이다. 옷감의 원료가 삽시간에 다이어트 식품으로 변신하다니, 보통 사람의 상식으로는 생각해낼 수 없는 일임에 틀림없다.

칼로리는 전혀 없으나, 포만감을 일으키는 셀룰로오즈는 미용식으로 다시 한 번 각광을 받게 되었고, 서구를 비롯한 각국은 물론 우리나라에까지 상륙하여 사랑을 받은 바 있다. 진정 가치 있는 변신이다.

이렇게 용도를 찾는 작업은 발명역사에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재고로 쌓인 훌라후프를 비닐  하우스의 지지대로 사용하는 것도 그 예이다. 자칫하면 모두 무관심 속에서 묻혀버릴 것들이다.

다른 용도를 찾는 것은 간과해서는 안 될 중요한 발명기법중의 하나이다. 하나의 줄기를 가진 나무에서 예측할 수 없는 많은 나무 가지가 뻗어 나가듯, 한 가지 사물에도 많은 특성이 숨겨져 있기 때문이다. 그 숨겨진 특성을 밝혀내 적재적소에 사용할 줄 아는 사람만이 성공을 보장받을 수 있다.

다른 용도를 찾는 연습을 해보자. 다소 억지스런 생각이라도 상관없다. 이 반복된 연습 속에서 어쩌면 귀한 열매를 맺을 지도 모를 일이다.

왕연중
한국발명문화교육연구소장 겸임 영동대 발명특허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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