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한 것이 보험금 지급사유가 될 수 있을까? 상법 제659조에는 고의·중과실로 인한 보험사고에 대해서는 보험자가 보험금을 지급할 책임이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상식적으로만 바라봐도 자살로 보험금을 지급할 수 있다고 한다면 보험금을 노린 자살을 방비할 방안이 없다. 원칙적으로 자살은 보험금의 지급사유가 될 수 없다.

그러나 갑이 을 보험회사와 주된 보험계약을 체결하면서 별도로 가입한 재해사망특약의 약관에서 피보험자가 재해를 직접적인 원인으로 사망하거나 제1급의 장해상태가 되었을 때 재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하는 것으로 규정하면서,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 경우의 하나로 “피보험자가 고의로 자신을 해친 경우. 그러나 피보험자가 정신질환상태에서 자신을 해친 경우와 계약의 책임개시일부터 2년이 경과된 후에 자살하거나 자신을 해침으로써 제1급의 장해상태가 되었을 때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라고 규정한 사안이라면?

보험금을 지급하라는 것인지 말라는 것인지 읽어만 봐도 애매한 이 문구에 대해서, 원심은 을이 이 사건 특약 약관을 작성하는 과정에서 구 생명보험 표준약관(2010. 1. 29.자로 개정되기 전의 것)을 부주의하게 그대로 사용함에 따라 이 사건 특약 약관에 잘못 포함된 것으로서 재해를 원인으로 한 사망 등을 보험사고로 하는 이 사건 특약에는 적용될 여지가 없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대법원은 ‘[1] 보험약관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따라 약관의 목적과 취지를 고려하여 공정하고 합리적으로 해석하되, 개개 계약 당사자가 기도한 목적이나 의사를 참작하지 않고 평균적 고객의 이해가능성을 기준으로 보험단체 전체의 이해관계를 고려하여 객관적·획일적으로 해석하여야 하며, 위와 같은 해석을 거친 후에도 약관조항이 객관적으로 다의적으로 해석되고 각각의 해석이 합리성이 있는 등 약관의 뜻이 명백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고객에게 유리하게 해석하여야 한다.

[2] 문제가 된 약관 조항은 고의에 의한 자살 또는 자해는 원칙적으로 우발성이 결여되어 재해사망특약의 약관에서 정한 보험사고인 재해에 해당하지 않지만, 예외적으로 단서에서 정하는 요건, 즉 피보험자가 정신질환상태에서 자신을 해친 경우와 책임개시일부터 2년이 경과된 후에 자살하거나 자신을 해침으로써 제1급의 장해상태가 되었을 경우에 해당하면 이를 보험사고에 포함시켜 보험금 지급사유로 본다는 취지로 이해하는 것이 합리적이고, 약관 해석에 관한 작성자 불이익의 원칙에 부합한다.’고 보았다.

결국 2년이 경과된 후의 자살에 대하여 약관의 문언대로 보험금을 지급하라는 의미이다. 금감원은 자살보험금을 미지급하고 있는 보험사에 제재를 하겠다고 하니 어떤 국면이 전개될지 지켜볼 일이다.

정헌수 변호사
새연 법률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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