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왕연중 / 그림 김민재

쌀·보리 혼식으로 치료
 1853년의 일이다. 일본은 미국의 군함 만드는 기술을 도입하여 군함을 만들고, 해군을 크게 강화했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발생했다. 해군 병사들이 각기라는 병에 걸린 것이다. 그것도 일부가 아니고 거의 모두였다.

 

각기에 걸린 병사는 몹시 허약해 졌다가 급기야 팔 다리가 마비되고 끝내는 죽었다. 괴혈병 치료에 쓰이는 과일과 채소를 먹게 해도 허사였다. 1878년, 일본 군함에는 비상이 걸렸다. 이대로 가면 해군 병사들은 모두 각기병에 걸릴 위기에 처한 것이다. 다행인 것은 군함대장 다카기 가네히로가 영국 해군 병사들이 각기병에 걸리지 않는 이유를 알고 있는 것이었다. 그것은 먹는 음식이 다르다는 것이었다.

다카기 가네히로 함장은 영국과 일본 수병의 식사를 비교해 보았다. 일본 수병은 야채와 생선과 쌀밥을 먹고 있었다. 영국 수병은 쌀 대신 보리를 먹고 있었다. 다카기 가네히로 함장은 일본 수병에게 쌀밥과 함께 보리밥을 먹여 보았다. 그 결과 일본 해군에서 각기는 자취를 감추었다.

실험대상은 닭
그 이후 각기병의 연구에 뛰어든 의사가 있었다. 에이크만이었다.
1896년에 병원에서 기르던 닭 한 마리가 병이 났다. 에이크만은 이 원인이 무엇일까 하고 생각하면서, 여러 가지로 조사해 보았다. 그 결과 닭을 기르는 일을 맡은 사람이 입원 환자가 남긴 쌀밥을 먹이로 주고 있었다는 것을 알아냈다.

에이크만은 이 사실을 놓치지 않고 실험을 해 보기로 마음먹었다. 먼저 건강한 닭 두 마리에게 흰쌀을 먹여 길렀다. 한참 있으니 닭들이 다발 신경염에 걸렸다. 그래서 이번에는 현미를 먹여 보았다. 닭은 곧 건강을 되찾았다.

드디어 각기병 예방 및 치료법이 발명된 것이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어떤 성분이 각기병을 예방하거나 치료했는지는 밝혀내지 못했다. 그것을 밝혀낸 사람은 ‘생화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영국 학자 홉킨스였다. 흡킨스도 같은 내용의 연구를 했다.

홉킨스는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기존에 알려진 5가지 영양소 외에 비타민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 사실을 규명한 공로로 에이크만과 홉킨스는 1929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했다.

한편 이들이 발견한 물질에 이름을 붙인 사람은 폴란드의 생화학자 카시미르 풍크였다. 풍크는 처음으로 쌀겨에서 추출한 아민성분이 퇴행성 신경질환인 각기병을 치료한다는 것을 알았다.
풍크는 이 아민물질을 vitamine(vita는 생명력이라는 뜻)이라 명명하였다. 그 후 모든 비타민이 아민이 아닌 것이 밝혀져 vitamine에서 마지막 e를 제거하여 vitamin으로 쓰게 되었다.
 

저작권자 © 감탄시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