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사 우량고객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핸드폰을 교체할 때쯤 되면 우량고객이라는 혜택은 찾을 수 없고, 통신사 변경을 통한 신규고객만이 혜택을 가져가는 것 같아, ‘바꿔야지. 바꿔야지.’ 하면서도 그 귀찮음을 견디지 못하고 결국엔 같은 통신사를 쓰면서 ‘호구인증’을 하고 있었다.

문득 우량고객으로서 혜택은 없나 찾아봤더니 ‘아... 영화를 무료로 볼 수 있었구나.’하며 마음의 위안까지는 아니고 돈 들인 것의 100분의 1정도의 보상은 받는 느낌이었다.

평소 호구인증을 하면서 살아왔던지라, 전기료 누진제 소송을 보면서 무릎을 쳤다. 불합리하다고 느끼는 부분이 있다면 고칠 방법도 생각해봤어야 하는데, 무지함 혹은 귀찮음이 눈을 가리고 있었다. 통신사 우량고객이면 비우량고객보다는 혜택이 많아야 한다는 것이 상식이라고 한다면, 비우량고객에게 영화가 할인되면 우량고객에게는 영화가 공짜여야 하는 것이고, 비우량고객에게 정가를 다 받더라도 우량고객에게는 정가에서 조금은 할인된 요금체계가 적용되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전기료는 더 많이 쓰는 우량고객에게 더 많은 돈을 내라는 누진제를 적용하고 있다. 뭔가 불합리하다고 느낀 국민들이 이 여름 폭염과 함께 타오르면서 집단 소송의 움직임까지 보이자, 정부는 누진제가 과도한 수준이 아니며 부자감세와 전력대란 우려 때문에 완화할 수 없다는 입장에서, 개편안도 고려하는 것으로 한 발 물러선 모양새이다.

한국전력공사가 일방적·독점적으로 정한 전기요금을 적용받으며 불이익을 당하고 있고, 산업용·주택용·교육용 등 사용 용도에 따라 6가지 종류로 분류돼 별도의 기준에 따라 요금이 부과되는데, 다른 종별의 전기요금과 달리 유독 일반 가정에서 사용하는 ‘주택용’ 전기요금에만 누진제를 적용하는 것은 불합리하고, 최근의 생활 패턴을 보면 오히려 고소득층일수록 1, 2인가구가 많고 비싼 제품일수록 에너지효율이 높아 이들이 원가 이하 전기를 쓰는 혜택을 누리고 반대로 보호받아야 할 저소득층에서 겨울에 전기장판이나 온열기 사용이 많아지면서 피해를 입고 있고 이는 오히려 서민들에게 불이익을 준다는 등이 누진제 소송의 논리인 듯하다.

이런 논리를 법적으로 어찌 구성할까 보니, 바로 ‘약관’이었다. 신의성실의 원칙을 위반하여 공정성을 잃은 약관 조항은 무효이고, 고객에게 부당하게 불리한 조항은 공정성을 잃은 것으로 추정한다고 되어있다(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 제6조 참조). 한국전력공사가 주택용 고객에게 일방적으로 정한 약관이 공정성을 잃은 약관조항에 해당하므로 무효이고, 그렇다면 누진제의 근거는 없으므로 한국전력공사가 누진제로 인한 이익을 반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법원이 이를 어찌 판단할지 두근두근 궁금하다.

정헌수 변호사
새연 법률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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