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전지서 시간당 0.9L 수소 생산… 수소경제시대 획기적으로 앞당길 것

전아름 연구원과 김건태 교수가 고체산화물 수전해전지에서 수소가 생산되는 모습을 살피고 있다. [사진제공 = UNIST]
전기를 수소로 저장했다가, 필요할 때 다시 발전시키는 전지가 개발됐다. 물을 재료로 써서 전기를 수소로 만들고, 이 수소로 다시 전기를 만드는 기능이 하나의 전지에서 안정적으로 이뤄지게 된 것이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은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 김건태 교수팀과 동의대 기계공학과 신지영 교수가 연료전지의 역반응을 이용해 수소를 대량으로 생산할 수 있는 ‘고체산화물 수전해전지’를 개발했다고 21일 밝혔다.

연료전지는 수소를 공기 중 산소와 결합시켜 전기와 물을 만드는 장치다. 수전해전지는 거꾸로 물을 전기로 분해해 수소와 산소를 생산하게 된다.

이론적으로 고체산화물 전지는 연료전지와 수전해전지의 기능을 모두 수행할 수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두 기능이 모두 안정적으로 작동하는 경우는 드물었다. 이번에 개발한 고체산화물 수전해전지는 물을 전기분해해 수소를 생산하는 효율을 높였을 뿐 아니라 연료전지 기능도 안정적으로 수행했다. 고체산화물 수전해전지의 연료극(양극)과 공기극(음극) 소재를 이중층 페로브스카이트로 적용한 덕분이다.

김건태 교수는 “이번에 개발한 고체산화물 수전해전지를 사용하면 가로세로 각 1㎝인 전지에서 1시간 동안 약 0.9L의 수소를 생산할 수 있는데, 이는 기존 연구보다 1.5배 이상 수소생산량을 높인 결과”라며 “600시간 이상 장기간 사용해도 성능 감소 없이 높은 수소 생산 효율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0.9L의 수소는 수소연료전지 자동차를 약 25km 주행할 수 있게 하는 양이다.

▲ 고체산화물 수전해전지에 대한 기대효과
이중층 페로브스카이트는 기존 페로브스카이트 소재와 비교해 수소 생산 성능이 뛰어나고 산소 수용력도 월등하다. 이 덕분에 산소가 생산되는 공기극에서 산소 분압이 급격히 높아져도 전극이 떨어져나가거나 성능이 악화되지 않았다. 또 수소가 만들어지는 연료극에서도 변형 없이 장시간 작동이 가능했다.

제1저자인 전아름 UNIST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 석·박사통합과정 연구원은 “고체산화물 수전해전지의 장점은 이산화탄소 배출 없이 수소를 생산하는 것”이라며 “고온에서 물의 전기분해가 일어나기 때문에 수소 변환 효율도 높다”고 말했다.

현재 90% 이상의 수소가 탄화수소를 활용해 생산되므로 이산화탄소 배출을 피할 수 없다. 반면 고체산화물 수전해전지는 물과 전기만 이용하기 때문에 이산화탄소 없이 수소를 생산할 수 있다. 이를 태양열·풍력 등의 신재생에너지와 연계하면 전기 공급부터 수소 생산까지 전 범위에서 오염물질 없는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다.

김건태 교수는 “신재생에너지의 가장 큰 약점은 기후 조건이 좋을 때만 간헐적으로 전기 생산이 가능하다는 것”이라며 “고체산화물 수전해전지로 전기를 수소 에너지로 변환하고 저장함으로써 이런 단점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건태 교수는 또 “고체산화물 수전해전지로 생산한 수소는 수소연료전지 자동차나 발전용 연료전지 등 수소 인프라에 사용할 수 있다”며 “이번에 개발한 전지가 상용화되면 ‘파리 협정’ 타결로 우리나라에 할당된 온실가스 감축 부담을 줄이는 동시에 수소경제시대를 앞당길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응용화학 분야 세계적 권위지인 ‘앙게반테 케미’ 26일자에 ‘가장 주목받는 논문’으로 선정돼 출판된다.
논문명: Achieving high efficiency and eliminating degradation in solid oxide electrochemical cells using high oxygen capacity perovskite

 

저작권자 © 넥스트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