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독지가가 자신이 힘들게 모은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고 떠난다고 하였다. 그의 자녀들은 그 재산이 사회에 좋은 곳에 쓰이길 바라며 담담히 그 뜻을 이어받을 수도 있겠지만, 괴팍한 노인이었다며 한없이 안타까워할 수도 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기 재산을 자기 마음대로 처분할 수 있다는 것이 원칙이라면, 자신의 재산을 자신의 사후에서도 자신이 결정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유언’이다. 유언으로 장남한테만 준다 할 수도 있고, 어느 독지가처럼 모두 기부할 수도 있다.

아무런 유언을 하지 않았다면, 사이좋은 형제들은 다툼 없이 그 재산을 나눌 것이고, 그 재산을 나누는 과정에서 다툼이 생긴다면 법에서 규정한 ‘법정상속분’대로 나누어 달라고 법원에 청구할 것이다.

법정상속분은 동순위의 상속인에게 균분이며, 배우자의 상속분은 5할을 가산한다. 3억 5천의 재산을 남기고 죽었고, 자녀 둘에 배우자가 있으면, 자녀는 1억씩 나눠 갖고, 배우자는 1억 5천을 갖는 것이다(민법 제1009조 참조).

장남에게 더 주라는 유언이 없다면, 장남이라고 더 갖겠다고 주장할 수는 없다는 것이 법정상속분이다.

다시 어느 독지가 이야기로 돌아와서, 독지가가 유언으로 전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하였다. 그 뜻을 담담히 이어받은 자녀들은 문제 삼지 않겠지만, 괴팍한 노인이었다고 생각한 자녀들은 그저 욕심 부리는 사람일까? 아무런 유언이 없었다면, 법정상속분대로라도 나누어 가졌을 것을......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질만한 이러한 상속인들의 기대를 단순히 욕심으로 치부하지 않고 법은 죽은 자와 산 자 사이의 이해를 조절하고 있다.

법은 죽은 자의 유언대로 재산을 나누라고 하되, 상속인들이 통상적으로 기대할 수 있었던 법정상속분에는 못 미치지만, 일정한 비율의 재산 받을 권리를 보장한다. 이를 ‘유류분’이라 한다.

배우자와 직계비속은 법정상속분의 2분의 1을 보장하고, 직계존속과 형제자매에게는 법정상속분의 3분의 1을 보장한다(민법 제1112조 참조). 가령 자녀 둘에 배우자가 있는 사람이 3억 5천 전 재산을 어느 사회단체에  남기고 떠났다면, 그 사회단체에게 자녀 둘은 자신의 법정상속분이었던 1억의 절반인 5천씩 반환하라고 청구할 수 있고, 배우자는 1억 5천의 법정상속분의 절반인 7천5백을 반환하라고 청구할 수 있는 것이다.

유언으로 사후의 재산 처분을 마음대로 결정할 수 있으나, 상속인들은 유류분이 있어 상속에 대한 일정한 기대를 보장받는다. 상속인들 각자의 유류분은 침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유언을 하는 것이 사후 법적 분쟁을 방지하는 길일 것이고, 유언을 하지 않았다면 사이좋게 나누거나 법정상속분대로 나누면 될 것이다. 

정헌수 변호사
새연 법률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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