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왕연중 / 그림 김민재
무엇이든 ‘거꾸로’를 시도
수많은 회사에서 사원들의 고정관념을 없애기 위해 대량으로 구매해 그 인기가 식을 줄을 모르는 ‘거꾸로 가는 시계’는 ‘기네스 북’에 오르며 지구촌의 별난 발명으로 자리잡은 지 오래다. 발명가도 별난 인생을 살고 있다.

발명가는 ‘소 병국’사장. 필자가 소사장을 처음 만난 것은 지난 1991년 봄으로, 한국발명진흥회에 근무할 당시였다. 당시 소사장의 나이는 53세였다. 지금도 기억이 생생하다. 한양공업고등학교 앞쪽에 있던 소사장 회사의 상호는 ‘거꾸로 가는 시계 -외(左)로 도는 시계 -후렌드왼손시계산업’ 등등 긴 이름이었다.

소사장은 어려서부터 기존의 것이 새롭게 보인다는 이유로 물구나무서기를 즐겨했다고 했다. 군에서는 옷을 뒤집어 입어 동료들이 배꼽을 잡고 웃기도 했다. 필자가 찾아갔을 때는 안경을 거꾸로 쓰고 맞아들여 한참동안 웃은 기억이 난다. 그래서 이런 시계를 발명했는지도 모르겠다며 웃는 소사장의 모습은 어린아이처럼 밝은 표정이었다.

소사장이 시계와 인연을 맺은 것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시계를 팔고 고치는 가게에 취직을 하면서부터였다. 무엇이든 ‘거꾸로’를 시도해야 직성이 풀리는 그였지만 당시만 해도 시계 값이 워낙 비싸 시계를 ‘거꾸로’ 만들어 볼 수는 없었다고 했다. 그러다가 군에 입대를 했고 제대와 동시 대학에 다니면서 시계 가게를 개업하였다. 당시만 해도 시계를 팔고 고치는 일은 상당한 수익이 보장되었고, 소사장의 시계 가게도 짭짤한 소득을 올릴 수 있었다.

1986년 특허 받고 ‘기네스 북’에 올라
그러던 그에게 어느 날, 새로운 발명의 계기를 마련해 준 사건이 발생했다. 고장 난 일본산 아날로그시계를 고치다 그만 땅에 떨어뜨렸던 것이다. 그런데, 땅에 떨어진 시계의 초침이 뒤로 물러났다가 다시 정상으로 돌아가는 것이었다. 그 순간 소사장은 시계를 분해하여 ‘거꾸로 가는 방법’을 찾아냈던 것이다.

거꾸로 가는 시계란 숫자판은 물론 시계바늘도 보통 시계의 반대 방향으로 돌아간다. 소사장은 시계 부속 중 전자회로에 부착된 코일극의 회전축을 반대로 작동시켰다고 설명했다. 고도한 지식을 요구하는 작업이었으나 30여년 동안 시계가게를 운영하며 시계의 달인이 된 소사장에게는 일도 아니었다. 단숨에 발명할 수 있었다.

이 시계는 1986년 특허를 받으면서부터 장안의 화젯거리였다. 그러다가 이 시계가 시장에 선보이자 처음에는 냉소적인 반응도 있었으나, 언론이 앞 다투어 보도하고, ‘기네스 북’에 까지 오르자 없어서 못 파는 귀한 물건이 되었다고 한다.

소사장의 명함에 찍힌 이름은 ‘소병국’과 ‘蘇된다’였다. 소(蘇)자는 ‘다시 일어난다’ 또는 ‘소생한다’을 뜻하며, 자신에게는 절망이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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