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인의 정체성과 역할은 시대와 문화, 나라에 따라 다르다

지은이 볼프 슈나이더
옮긴이 박종대
펴낸곳 열린 책들
2만5천 원
<군인>은 여러 시대와 대륙, 문화에 걸친 군인의 역사가 담긴 책이다.

이 책의 지은이 볼프 슈나이더는 독일의 대표적인 언론인.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징집되어 무너져가는 나치 정권을 위해 싸워야 했던 슈나이더가 경험한 군인은 영웅이자 희생자였으며, 괴물이었다.

이 책은 지은이가 군인이라는 존재에 대해 숙고해온 오랜 천착의 결과물이자, 지난 3천 년간 세계사의 중심에 있었으나 이제는 존재가 희미해진 군인들에게 바치는 추도사이기도 하다.

지은이는 왜 이 시점에 군인과 그 역사를 돌아보았을까? “군인의 역사는 전리품과 명예, 피와 쾌락을 좇는 욕망의 역사였고, 동시에 규율과 복종, 신앙과 이데올로기로 통제된 희생과 억압의 역사였기 때문”이라고 지은이는 말한다.

책의 전반부는 전쟁사 개론이다. 기원전 1274년 카데시 전투부터 최근의 아프가니스탄 내전까지 동서고금의 다양한 전쟁에 관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이 책의 본론은 군인을 전장으로 내몰고 싸우게 하는 시스템을 설명하는 후반부. 복종을 위한 혹독한 훈련과 규율, 허영을 부추기는 훈장과 화려한 제복, 전의를 북돋우는 군가가 어떻게 만들어지고 활용됐는지, 야만스럽고 참혹한 전쟁에서 영웅보다 희생자로 남는 군인의 존재에 관한 이야기를 비판적 시선으로 서술한다. 지은이는 현대 전쟁에서는 그 자리마저 위협받고 있다고 말한다.

핵무기와 무인기(드론), 컴퓨터, 테러리스트, 특수부대가 전통적인 군인의 역할을 대체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은이가 내린 결론은 우울하다. 이 책을 읽으며 지은이의 결론에서 한 걸음 더 나가 보기를 권한다.

이 시대에 필요한 군인의 정체성, 덕목, 역할을 다시 생각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 드라마 <태양의 후예>에 나오는 유시진 대위처럼 ‘조국과 국민을 지키고 사회적 약자를 돕는, 강하고 정의로우며 따듯한 군인’을 꿈꾸는 청소년에게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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