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히’ 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할 때 명예훼손죄가 성립한다(형법 제307조). 명예훼손에서의 ‘공연히’라는 의미는 무엇일까?

명예훼손죄의 공연성은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인식할 수 있는 상태’를 의미한다. 단 한사람에게 이야기했다면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인식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니, 명예훼손이 성립되지 않을 것 같은데 꼭 그렇지는 않다.

판례는 비록 개별적으로 한사람에 대하여 사실을 유포하였다고 하더라도 그로부터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게 ‘전파될 가능성’이 있다면 공연성의 요건을 충족하지만 이와 달리 전파될 가능성이 없다면 특정한 한 사람에 대한 사실의 유포는 공연성을 결한다고 하였다. 공연성 이해를 돕기 위하여 몇 가지 예를 들어보겠다.

1. 직접 당사자 1인만이 있을 때 명예훼손적 발언을 한 것이라면?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인식할 수 있는 상태(공연성)가 아니므로 명예훼손이 아니다. 죄가 되는 것은 아니고 그냥 당사자를 기분 나쁘게 한 것이다.

2. 딸에 대한 내용으로 엄마 1인만이 있을 때 명예훼손적 발언을 한 것이라면 어떨까?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인식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고, 딸의 허물에 대해서 엄마가 떠들고 다니지도 않을 것이기 때문에 그 이야기가 ‘전파될 가능성’이 없다고 볼 것이다. 따라서 명예훼손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3. 딸과 엄마가 함께 있는 자리에서 딸에 대한 명예훼손적 발언을 한 것이라면 어떤가? ‘불특정’이라는 의미는 상대방이 구체적으로 특정되어 있지 않다는 의미가 아니라 가족, 긴밀한 친구 사이 등과 같이 특수한 관계로 한정된 범위에 속하는 사람이 아니라는 의미이다. 따라서 불특정에 해당하지 않고, ‘다수인’이라는 의미는 명예가 사회적으로 훼손되었다고 평가될 수 있을 정도의 상당한 다수라 할 것이므로 비록 2인에게 이야기한 것이지만 명예훼손죄가 성립되지 않을 것이다. 엄마이므로 ‘전파될 가능성’도 없다.

4.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순차로 따로 이야기한 것이라면 어떤가? 이야기를 들은 사람이 특별한 친분관계가 있는 자가 아니라면, 전파될 가능성이 있으니 명예훼손죄가 성립될 수 있다.

5. 다수인이 있는 자리에서 당사자에게 ‘귀엣말’로 명예훼손적 발언을 하였다면? 그 사람만 들을 수 있는 귀엣말이었다면 명예훼손이 아니다. 다만 주변에 들릴 정도로 귀엣말을 한 것이라면 명예훼손이 될 수 있다.

6. 상대방으로부터 비밀을 지키겠다는 말을 듣고, 타인에 대한 명예훼손적 발언을 한 것이라면? 비밀을 지키겠다는 말을 들었다는 것만으로 다수에게 전파할 가능성이 없다고 할 수 없으므로 공연성이 인정되어 명예훼손이 될 수 있다.

정헌수 변호사
새연 법률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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