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B2B, B2G 시장 입찰 위주 변화 … 중소기업도 관계영업에서 전문가영업으로 전환 필요

제54회 G밸리CEO포럼 - 김용기 쉬플리코리아(주) 대표

대한민국 기업 환경에 큰 변화가 일고 있다. 특히 9월28부터 발효된 부정청탁금지법(김영란법)은 영업 방식의 근본적 재검토를 요구하고 있다. 술, 골프 등을 매개로 한 이른바 관계영업에서 솔루션을 제공하는 ‘전문가영업’으로 변화가 필요한 시점인 것이다. 제54회 G밸리CEO포럼에서 김용기 쉬플리코리아(주) 대표가 강의한 내용을 요약 게재한다. <편집자 주>

 
20년 넘게 영업을 했는데 영업 잘하는 법을 체계적으로 정리한 지식이 한국에 너무 부족하다. 오늘은 수주영업 잘하는 법을 강의하려 한다. 수주를 하는데는 영업, 전략개발, 면대면 설득, 제안서, 프레젠테이션이 필요하다. 이들은 고유하고 독립적인 기능들인데 이 가운데 하나라도 빠지면 수주가 어렵다.

입찰제안이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 왜 그런가? 입찰제안의 반대말은 수의계약. 수의계약이 줄고 입찰제안이 느는 건 전 세계적 현상이다. 그래서 입찰에서 수주하기 위한 전략개발, 전문가영업, 제안서, 프리젠테이션이 중요하다.

입찰제안이 중요한 또 다른 이유는 한국 기업이 이젠 해외시장에서 하이앤드 마켓으로 가야하기 때문이다. 로우앤드 마켓은 원가를 낮춰서 최저가로 수주하면 된다. 그런데 하이엔드 마켓은 성공의 방식이 다르다. 고객의 니즈에 적합한 솔루션을 제공하는 시장이다. 영업의 전문성이 중요한 시장인 것이다. 고객의 니즈에 맞춰서 제안을 하는 이 시장으로 올라가야 하는데 이 역량을 갖추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지금 한국기업이 해외에서 어려움을 겪는다.

SBS, 솔루션 영업
수주에 실패한 이유 물으면 ‘가격에서 졌다’고 얘기하는 사람이 많다. 이 말은 ‘솔루션을 차별화하는데 실패’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건 영업이 아니라 견적팀이 할 일이다. 견적내는걸 영업으로 잘못알고 있는 조직이 너무 많다. 로우앤드 마켓에서 놀았기 때문이다. 고객의 요구조건 RFP를 충족시킨다고 사업을 수주하는게 아니다.

고객들이 우리에게 말해주지 않거나 말해줄 수 없는 요구조건이 반드시 있기 때문이다. 고객은 어떤 업체를 선호한다고 말해주지 않는다. 그런데 이런 정보를 아느냐 모르느냐는 굉장히 중요하다. 또 고객조직내에서 ‘누가 의사결정을 하는가, 어떻게 의사결정을 하는가’가 중요하다. 컨설팅을 받을 때 어느 기업은 재벌 총수가 결정하고 어떤 기업은 CEO 보고도 안하고 결정한다.

회사마다 의사결정 구조와 프로세스가 다르다. 그리고 고객이 말해줄 수 없는 숨어있는 이슈가 있다. 이걸 RFP에 쓸 순 없다. 그런데 이 문제를 고객은 해결해야한다. 페인포인트라고도 하고 언더라잉 이슈라고도 한다.

사업 수주는 고객이 요구한 공식적인 요구조건 말고 빙산 전체에 대한 이해력과 대응력이 좋은 조직이 한다. 그러면 빙산 밑단에 있는 이슈는 어떻게 알까. 고객이 누구한테 자신의 차별화된 정보를 줄까. 바로 전문가한테 준다. 배 아파서 병원에 가면 경비원이 아닌 의사를 찾는 것과 같은 이치다. 이 정보를 차별화된 정보라고 한다. 고객은 문제를 해결하는 전문가로 인식할 때부터 차별화된 정보를 주기 시작한다.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 인사이트라는 온라인 사이트의 연구에 따르면 6천명의 영업대표 중 가장 효과적인 영업을 하는 사람은 전부 전문가영업을 하는 사람들이었다. 전문가영업을 SBS(Solution Based Selling)라고 한다. 54%. 가장 효과적인 영업방식이다.

나는 20여년 영업을 하면서 영업을 잘하고 싶었기 때문에 ABS(Alcohl Based Selling) 등 관계영업도 많이 했다. 그런데 SBS로 어프로치한 고객들은 전부 우량고객이다. 왜냐면 SBS를 선호하는 고객은 솔루션마다 가치가 다르다고 믿는 고객들이다. 그래서 좋은 가치를 사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이 SBS고객들이다.

전문가영업을 하면 고객의 기대수준이 높다. 그래서 고객의 니즈를 어렵게 맞춘다. 그런데 그 순간 우리의 솔루션이 차별화된다. 그것이 진실의 순간이다. 전문가 영업에 대한 이해력이 생기면 사물을 보는게 달라진다. 전문가 영업을 하려면 학습량이 엄청나야 한다.

 
영업, ‘콜드 콜’부터
전문가 영업을 하려면 먼저 콜드 콜을 잘해야 한다. 콜드 콜은 잠재고객에게 전화를 해서 미팅을 잡는 것이다. 콜드 콜이 제일 중요하다. 왜냐하면 콜드 콜에만 성공하면 나머지는 자동으로 이뤄진다. 미팅하고, 제안서 쓰고, 고객상담 해야 한다. 그 실천 행위들을 통해서 실력이 느는 것이다. 하지만 콜드 콜에서 막히면 다 막힌다.

콜드 콜을 하고 나면 전문적인 미팅을 해야한다. 전문가 영업은 목적없이 고객을 만나면 안된다. 그럴수록 포지션이 떨어진다. 만나야 할 중요한 목적을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질문하기 훈련을 해야 한다. 질문 훈련을 하면 남들이 못얻는 정보를 얻고 그걸 통해서 경청한다.

그리고 문서화를 해야 한다. 한국 영업조직이 제일 취약한 건 문서화다. 수주 영업은 ‘고객 조직의 정보를 체계적으로 우리회사의 지식으로 이전하는 영업’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관계가 아니라 정보가 중요하다. 그래서 정보를 체계적으로 모아서 우리 회사의 지식으로 만들어야 한다. 문서화 해야하는 것이다. 우리 조직의 영업수준은 우리 조직의 영업 관련된 문서의 수준과 정확히 비례한다. 영업관련 문서가 없으면 영업을 안하고 있는것이다.

또 영업조직에서는 조화와 균형을 이야기하면 안된다. 영업은 파괴력이 있어야 한다. 영업조직에서는 영웅이 있어야 한다. 전문가 영업으로 성공하는 영웅이 있으면 그 영웅이 다른 동료를 두들겨 깨운다. 그리고 이 영웅들은 시장을 파괴한다.

공장에서 빵 만드는 것과 영업은 다르다. 사람에 따라서 백프로, 천프로, 이천프로의 차이난다.

전략, 고객 메시지
전략은 ‘고객에게 어떤 메시지를 어떻게 전할까를 정하는 것’이다. 이걸 결정하려면 경쟁자를 알아야 한다. 그래서 나와 경쟁자의 강약점을 알아야 한다. 강약점을 알려면 이번 사업에 고객이 뭘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알아야 한다. 이걸 니즈라고 한다. 그럼 고객의 니즈로부터 전략개발을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우리는 우리의 특장점들은 너무 잘알고 있지만 고객의 니즈는 알기가 어렵다. 고객의 니즈를 파악하려면 전문가 영업을 해야한다. 전문가 영업하고 전략은 긴밀하게 연결돼 있는 것이다.

그래서 경쟁자를 이기려면 두가지가 필요하다. 전략 개발을 할 줄 아는 프로세스가 조직 내에 있어야 하고 차별화된 정보가 있어야 한다. 수주 영업 고객의 특징은 추상적인 집단이다. 이 집단의 니즈를 알기가 어렵다. 그래서 그 조직의 의사결정자, 영향자를 파악해야 한다. 그래서 의사결정자, 영향자들 개인들이 가지고 있는 이슈를 파악해서 그 이슈를 이 사람이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판단해서 곱해야 한다. 그러면 파워 평가라는 점수가 나온다. 그러면 이 이슈가 조직 전체서 얼마나 중요한 이슈인지를 이해할 수 있다.

이 이해력에 기반해서 우리와 경쟁자를 비교하면 차이점을 발견할 수 있다. 경쟁자는 없는데 우리는 가진 차별점은 장점이고 우리는 없는데 경쟁자는 가지고 있으면 우리의 약점이다. 전략은 이 강점, 약점을 다루는 것이다. 전략은 경쟁자가 못하는 생각을 해내야 한다. 그래서 네가지 관점을 견지하는게 매우 중요하다.

 
좋은 제안서와 피티
좋은 제안서는 먼저 컴플라이언스를 충족시켜야 한다. 이는 빙산 위를 충족시키는 것으로 매우 중요하다. 이것이 제안작업 할 때 제일 중요하다. 이걸 충족시키지 못하면 예선전에서 탈락한다. 고객은 공식적인 요구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제안서를 검토하지 않기 때문이다. 유엔 조달본부 관계자에 따르면 한국 기업 제안서 70% 가량이 평가위원 검토 전에 쓰레기통으로 간다. 해외시장에서 실무자들이 제일 먼저 확인하는게 컴플라이언스 체크이기 때문이다. 컴플라이언스를 충족하지 못한 제안서, 스펙아웃이 있으면 평가위원까지 못가고 실무자 차원에서 버리는 것이다.

그다음 중요한 건 반응도이다. 반응도가 높아야 수주를 한다. 그다음에 전략적 초점, 경쟁자 초점, 전략이 얼마나 분명하고 잘 표현되어있는가, 경쟁자를 얼마나 잘 공략하고 있는가, 경쟁자를 적극적으로 공략하고 있는가, 그다음에 서술의 품질 시각화, 페이지와 문서 디자인 등이다. 그런데 제안서는 충실도가 높아야 이길 수 있다. 내용이 충실한 제안서하고 포장이 잘된 제안서가 만나면 내용이 충실한 제안서가 이긴다.

또하나 중요한건 고객관점이다. 우리 기술의 특징보다 특징이 고객에게 주는 효용을 써야하는 것이다. 제안서는 셀링 다큐먼트이기 때문이다. 수주영업은 영업조직만 훈련이 필요한게 아니라 연구소도 세일즈에 대한 이해력이 있어야 제안서를 잘 쓸 수 있다.

마지막으로 수주영업에서 제일 중요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요소가 피티이다. 내가 할 말을 슬라이드에 다 넣고 읽어 내려가는 건 프리젠테이션이 아니라 나레이션이다. 프레젠테이션은 3T가 있다.

터치(Touch), 내가 원하는 화면이 떳나? 이게 첫번째 T이다. 두번째는 턴(Turn), 그다음이 내가 하고 싶은 말, 토크(Talk)이다. 이게 95%이다. 프레젠테이션 할 때 제일 새겨야될 것은 주인공은 슬라이드가 아니라 발표자 내 자신이란 것이다. 슬라이드는 나를 보조하는 것이다.    (정리 = 이새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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