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정신활동은 너무나 오묘하고, 복잡하여 그 깊이를 측정할 수 없다. 인간이 가진 육체적 한계나 생물적 특성이 정신활동에 의해 깨어지는 것은 물론, 시공을 초월하여 우주를 향해 무한히 뻗어나갈 수 있는 잠재능력을 지녔기 때문이다.

그 단적인 예는 현실의 굴레를 벗고 마음대로 날아오르게 할 수 있는 공상의 힘이다. 공상의 세계를 가면 인간의 등에 날개가 돋고 지느러미가 생겨난다. 공기가 희박한 우주의 악조건도 전혀 장애가 되지 못하고 어디든 마음대로 뚫고 확장해 나갈 수 있다. 공상의 세계는 이런 무형의 세계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무제한으로 뻗어나는 공상력을 거대한 설계도로 활용할 수 있다는데 더 큰 위력이 있다.

 
내시경의 예를 들어보자. 신비의 쌓인 인체의 내부를 들여다보는 것은 인류의 오랜 숙원이었다. 환자의 치료를 위하여 신체의 모든 부분을 눈으로 보는 것만큼 확실한 진료는 없기 때문이다.

위의 통증을 호소하는 사람을 진단하자면, 그 내부의 상태를 들여다보는 것이 급선무였다. 그러나 생물체만큼 그 구조가 완벽한 것도 없어, 살아있는 이상 내부를 본다는 것은 불가능하게 여겨졌다. 그런데 한 기술자의 공상력이 활동을 시작했다.

 ‘카메라로 위의 내부를 비추어 볼 수는 없을까?’
K는 자신을 둘러싼 카메라들을 볼 때마다 사람의 뱃속을 마음대로 들락거리는 공상을 했다. 그 결과, 위암의 조기치료를 가능케 했을 뿐만 아니라 의학계를 진일보시키는 쾌거를 올렸다.

공상력은 또한 기술의 한계나 지식의 부족함을 채워주기도 하고, 못난이를 백설 공주처럼 예쁘게 만들어 내는 성형술을 발전시키기도 한다. 공상력은 곧 가능성이며 출발점이다. 생활을 윤택하게 하는 윤활유이며, 삶의 활력소이고, 인간이 가진 진정한 힘의 원천이기도 하다.

중화요리 주방장으로 기계기술에는 전혀 지식이 없었던 사람이 아들의 만화를 훔쳐보고, 만두가 익을 때까지 뒤집는 로봇을 공상하다가, 그는 자동 요리기를 탄생시켰다. 냉동된 만두를 적당히 녹인 다음 노릇노릇하게 골고루 구워 내기까지 혼자 해내는 군만두 전용 요리기로, 이 기계하나가 3인분의 역할을 해낼 뿐 아니라 전혀 경험이 없는 사람도 멋진 음식을 만들어 낸다.

덕분에 요리사는 발명가라는 또 하나의 직업을 얻게 된 것이다.
공상력은 인간을 즐겁고, 희망에 넘치게 하는 매개체이다. 발명의 시작은 바로 공상에서부터 비롯된다.

왕연중
한국발명문화교육연구소장 겸임 U1대 발명특허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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