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예훼손이지만 처벌되지 않는 경우

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사회적 평판을 저해할만한 사실이 공연히 퍼졌다면 명예훼손에 해당한다. 그러나 세상 사람들이 알아야만 하는 사실을 알려야만 하는 사람이라면 어떤가?

요즘 뉴스를 도배하고 있는 ‘비선실세의 국정농단’을 알리고 다닌 사람은 박근혜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한 것은 아닌가?

형법 제310조에는 명예훼손의 행위가 ‘진실한 사실’로서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는 처벌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형법 제20조에는 ‘법령에 의한 행위 또는 업무로 인한 행위 기타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행위는 벌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명예훼손적 표현이라도 형법 제310조 또는 제20조에 해당하면 처벌받지 않을 수 있다. 예를 몇 가지 들어보겠다.

실제 도둑놈을 도둑놈이라고 이야기하고 다닌다면 명예훼손이다. 그러나 과수원을 경영하는 사람이 절취피해를 입자 이와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기 위하여 과수원의 관리자와 동네 사람에게 아무개한테 사과를 도둑맞았다라고 이야기했다면 사회통념상 위법하다고 볼 수 없어 처벌되지 않는다.

상가건물관리회의 회장이 위 관리회의 결산보고를 하면서 전 관리회장이 체납관리비 등을 둘러싼 분쟁으로 자신을 폭행하여 유죄판결을 받은 사실을 알린 사안에서, 건물관리회원 전체의 관심과 이익(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이라고 하여 형법 제310조에 해당한다고 하였다.

다만 “노동임금 갈취하는 악덕업주 사장은 각성하라”는 등의 피켓을 들고 소리치면서 행진을 하여 대표이사의 명예를 훼손한 사안에서, 그 목적이 대표이사에게 압력을 가하여 단체협상에서 양보를 얻어내기 위한 방법이었다고 하면서, 이는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고 인정할 수 없다하여 명예훼손을 그대로 인정하기도 하였다.   

노동조합 조합장이 전임 조합장의 업무처리 내용 중 근거자료가 불명확한 부분에 대하여 대자보를 부착한 행위에 대하여, 대자보에 기재된 내용이 모두 진실한 사실임이 증명되었다고 볼 수는 없을지 모르지만, 일부 중요한 부분은 진실한 사실임이 증명될 수 있는 자료가 확보되어 있어 대자보에 기재된 내용을 진실한 것이라고 믿게 되었고, 이와 같이 믿은 데에는 상당한 이유가 있었다고 보이므로 형법 제310조를 인정하였다.

즉 형법 제310조의 ‘진실한 사실’에 대하여 꼭 진실한 사실이 아닐지라도 ‘진실한 사실이라고 믿고 그렇게 믿은 데에 상당한 이유가 있다’면 처벌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비선실세의 국정농단’을 알리고 다녔다면,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알아야만 하는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이고, 진실한 사실이거나 적어도 진실한 사실이라고 믿었고 믿은 데에 상당한 이유가 있으므로 명예훼손은 안 될 것이다.

정헌수 변호사
새연 법률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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