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성공 기업인 자수성가 비율, 인도보다도 낮아” … 서울시부터 4차 산업혁명 환경조성

제55회 G밸리CEO포럼 - 박원순 서울시장

대한민국 정치경제 상황이 급변하고 있다. 특히 2017년은 정치적으로 큰 변화가 예상된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인들은 큰 흐름을 읽고 빠른 대응이 필요하다.
제55회 G밸리CEO포럼은  박원순 서울시장을 초청해 대한민국 경제의 변화 방향, 특히 4차 산업혁명을 능동적으로 맞으려면 어떻게 해야하는지 강연을 들었다. <편집자 주>

 
지금 정말 위기라고 생각한다. 촛불정국도 대통령의 국정 농단이 직접적인 원인이지만, 근저엔 경제 파탄, 경제 위기가 있다.

지금 대한민국의 경제는 완전히 벼랑끝에 몰려있다. 과거 박정희 대통령 시절에 잉태한 중화학공업, 대기업 쪽은 거의 대부분 기업들이 위기에 처할거라고 확신한다. 우리가 이른바 산업화 민주화는 성공했는데 지난 20~30년 동안 앞날을 대비하지 못했다. 물론 그 사이에 벤처열풍도 있었고, 한류 콘텐츠의 성장도 있었고, 여러가지 있었지만 사실은 새로운 경제를 이끌어가는 기업가정신과 현실을 바탕에 둔 산업 전략이 부족했다.

자기 나라, 자기 지역, 자기 도시에 맞는 여러 특화 전략 필요하다. 예컨대 서울시는 관광마이스 산업이나 대학들의 R&D산업, 바이오 메디컬사업, 한류콘텐츠와 패션, 애니메이션이 성장가능성 높다고 생각하고 이 산업에 집중하고 있다.

관광객이 2000만명이면 40만 개의 일자리가 생긴다. 이미 마이스분야는 서울이 벌써 세계 3위이다. 세계 부자 여행객들이 가장 많은 시간과 돈을 투자하고 시간을 보내고 돈을 쓰는 도시 세계 1위가 서울이다. 2위 두바이, 3위 밀라노, 5위 싱가폴이다.

미래 통찰력 필요
대한민국 입장에서 보면 이런 미래 전략, 또는 고민들이 없다. 국가 지도자든, 한 도시 지도자든, 한 기업의 지도자든, 점쟁이어야 한다. 미래 통찰력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지금까지 우리 국가 지도자들은 가야될 방향이 아니고 가서는 안될 길을 거꾸로 갔다.

싱가폴의 발전 배경을 설명한 『역동적 거버넌스』라는 책에선 세 가지를 제시한다.
하나는 돌아보기. 지난 세월을 한 번 돌아봐야한다. 우리 한국이 걸어온 길을 자세히 돌아보면 우리가 미래를 알수 있다. 이런 시행착오가 있었기 때문에 우리는 이렇게 가야한다는 답이 나온다.

두번째 둘러보기. 외국은 도대체 어떻게 하고 있는가? 옆의 기업은 어떻게 가고 있는가? 이걸 잘 둘러봐야 한다.

세번째 내다보기. 미래를 한 번 내다보는 것이다. 빅데이터나 통계를 자세히 보면 안다. 10년전 일본 동경에서 본 무지 백화점, 싱글 상대 사업이다. 우리 대한민국의, 아니 서울시의 인구만 하더라도 약 24%가 싱글이다.

전체 산업의 방향이 바뀐다. 또 하나 노르딕 컬쳐. 이미 일본은 10년~20년 전 부터 벌써 핀란드 디자인 등 노르딕 문화가 들어왔다. 우리도 최근 몇 년 사이에 핀란드 디자인, 가구 등이 들어왔고, 지금 헬싱키 직항로가 매일 뜬다. 이런 변화를 미리 내다보면 보인다. 이 세 가지를 응용하면 대한민국의 미래를 점쟁이처럼 맞출 수 있다.

 
4차 산업혁명 대응
2016년 1월 열린 다보스포럼의 핵심이 4차 산업혁명이다. 우리는 1~2차 산업혁명에서는 후발주자였고 3차도 나름 선전했지만 세계를 주도하진 못한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이 늦으면 안된다. 당연히 새로 뜨는 산업이 있고 지는 산업이 있다.

4차 산업혁명을 체계적으로 이끌기 위한 다른 나라 정부의 대응은 눈부시다. 미국은 오바마 대통령의 주도하에 민관학이 함께 힘을 합쳐서 어드밴스드 매뉴팩쳐링 파트너십을 구축하고 제조업을 새로운 혁신 방법으로 되살려내고 있다.

독일은 인더스트리4.0이라고 해서 제조업에 대한 자신의 장점을 놓치지 않고 있다.
독일을 2004년에 3개월을 인터뷰 여행을 다녔는데 사람들 만나기가 힘들었다. 직장에 일주일  5일 꼬박 나오는 사람이 없었다. 자기 성장을 위해서 연구하고 학습했다. 뮌헨에서 한달에 대학이 제공하는 강좌가 130만개였다. 교회나 시민단체에서 제공하는 교육도 몇 백 개씩이다.

스위스의 기관에 따르면 4차 산업혁명 준비 정도가 우리나라는 25위이다. 그리고 잠재성장률이 계속 낮아지고 있고, 이 추격형 패러다임이 우리 발목을 잡고 있다. 과거에 사로잡혀 있다. 우리 생각부터 바꿔야 한다.

그다음 규제완화 해야한다. 규제 자유, 천국으로 만들어야 한다. 예컨대 인력문제도 왜 외국인들을 그렇게 제한하고 있나? 외국의 자유로운 두뇌 이전이 경제의 핵심이다. 실리콘 밸리 성공의 핵심이 바로 인재의 공급이다. 구글 본사를 가봤는데 한국 사람 박사급이 100명 이상이 거기에 일하고 있다.

서울시가 외국인 전용 창업공간을 만들어줬더니 52개국의 250개 팀이 응모했다. 지멘스에서 근무한 사람, MIT졸업한 사람 등 외국인들이 많이 몰려들었다.

물론 규제가 필요한 게 당연히 있다. 그렇지만 기본적으로 포지티브에서 네거티브로 바꿔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교육 문제가 심각한 것 같다. 토론문화가 중요하다.

대한민국과 기업가정신
대한민국의 위기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게 있다. 우리 기업인의 자수성가 비율이 매우 낮다. 카스트 제도가 있는, 신분제 국가인 인도보다도 못하고 보수적인 일본도 당대에 창업해서 성공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우리는 상속받지 않으면 성공하기 어렵다. 원인이 여러가지 있겠지만 이게 바로 재벌기업의 횡포, 독점 때문에 일어나는 것이다.

우리는 2025년이면 일본에 이어 세계 2위 정도 초고령사회에 이미 진입하고 2050년이면 노인 대국이다. 노인을 먹여살려야 하는데 그만큼 기업과 산업 경쟁력이 뒷받침 해야한다. 유니클로처럼 기업이 변해야한다.

소비자들이 매장에서 어떤 물건을 선호하는지 거의 실시간대로 빅데이터로 파악하고 취향에 맞춰 디자인하고 생산한다. 재고가 없다. 이 방식은 새로운 산업 방향을 말해주는 것이고 정부도 이렇게 가야한다.

이제 전기 자동차는 엔진이 필요 없다. 결국은 배터리의 성능에 달려 있다. 배터리만 있으면 나머지는 3D프린터로 집에서도 만들 수 있다. 테슬러는 차체 밑을 모두 배터리로 만들려고 한다. 앞으로 자동차는 가내 수공업으로 생산할 것이다.

이처럼 변화하고 있으니 이제 새로운 비지니스모델이 필요하다. 서울시가 세계적으로 명성을 자랑하고 있는 게 공유경제이다. 나눔카는 자기 집 주변이나 길거리에 있는 차를 이용한다. 그러면 일 년에 300만원을 아낄 수 있다. 구태여 소유할 필요가 없다. 앞으로 경제는 소유에서 공유로 간다. 패러다임이 바뀌는 것이다. 라이프스타일도 달라지고 산업의 패러다임도 바뀔 수밖에 없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기업가정신이 중요하다. 앨런 머스크는 돈을 많이 벌었지만 무모한 우주선, 스페이스쉽 프로젝트 등에 도전한다. 철학의 차이이다. 기업가 정신은 고난을 딛고 도전하는 것이다. 미국에는 이런 기업가들이 많다. 편하기 위해서 기업하는 게 아니라 성취하기 위해서, 도전해 나서기 위해서 한다. 성취감이 바로 기업가 정신의 핵심이다.

실리콘밸리는 실패 위에서 성공한다. 핀란드 헬싱키에서는 실패의 날을 제정했다. 정부의 정책이 완전히 바뀌어야 한다. 로마에서는 전쟁에 나가서 실패한 장군에게 반드시 다음에 기회를 준다. 실패한 사람에게 기회를 주는 사회가 성공을 보장하는 사회이다.

사회시스템도 기업, 경제에 결정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예컨대 복지는 낭비가 아니다. 복지야말로 미래를 위한 투자이다. 잘사는 나라 치고 복지 제대로 안하는 나라 없다. 복지와 경제성장은 함께 간다.

 
서울시의 변화
서울시 얘기를 잠깐 하겠다. 제가 서울 시장 취임한지 5년인데 그동안 창업공간이 10배 정도로 늘어났다. 예컨데 무중력지대는 대방동 등 여러 군데 있다. 서울 창업 허브는 내년 5월에 오픈하는데 옛 산업인력공단을 리노베이션한다. 또 창업모텔도 만든다. 신촌을 10개 정도 매입 해서 창업공간으로 바꾼다. 디지털대장간, 글로벌창업센터, 성수 메이커스페이스, 세운상가 ‘다시세운’ 등을 만들었다.

그리고 유흥지였던 신촌 캠퍼스타운을 완전히 혁신해 창업메카로 만들려 한다. 대학이 캠퍼스 안에만 있는 게 아니라 지역사회로 나오고 지역사회도 동시에 대학으로 들어갈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서울시, 대학, 지역사회가 함께 하려는 노력이다. ‘도전숙’은 청년주거를 해결하면서 동시에 거기서 창업이 가능하게 회의실, 공동으로 쓸 수 있는 공구 등을 제공한다.

심지어 서울에서 농업도 하려고 한다. 제조와 유통이 전부 농업이다.
서울을 크게 보면 은평은 사회적기업, DMC는 미디어&엔터테인먼트, 마곡은 융복합 R&D, 양재, 개포 디지털 파크, 홍릉 등에 투자하고 있다.

G밸리와 관련해서는 주로 IoT나 제조 쪽 지원이 많이 이루어진다. G밸리를 위해서는 진짜 열심히 했다. G밸리 비상프로젝트라고 해서 제가 3차에 걸쳐서 계속 업그레이드해가면서 했다.

저희들이 4차산업혁명과 관련해서는 여러가지 노력을 하고 있다. 특히 서울시는 테스트베드도시로 아주 강점이 있다. 지난번에 제가 구글에 에릭 슈미트 회장을 만나서 서울에 유튜브 스튜디오를 만들어달라고 했더니 이분이 자기는 서울의 빅 팬이라고 얘기했다. 서울만큼 활력이 있는 도시는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런 잠재력을 잘 활용해서 세계적인 4차 산업혁명 도시로 만드는 구체적인 노력을 해야 한다.

정리 = 이새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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