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혼자서는 살수 없는 사회적 동물이다. 그래서 서로 의지하고, 뭉쳐서 때로는 집단적 사고방식에 의한 행동을 서슴치 않는다.

예를 들어, 횡단보도가 아닌 데도 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무단횡단을 하거나, ‘쓰레기를 버리지 마시오.’ 라는 팻말이 붙어 있는데도 여러 사람이 쓰레기를 갖다 버리면 자신도 모르게 슬그머니 움직이게 되는 것이다.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에는 항상 이런 ‘집단사고’ 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당면한 문제에 대하여 독창적인 해결책을 찾으려는 노력보다 구성원의 합의를 끌어내는데 더욱 관심을 쏟는 증거다. 이런 환경에서는 독창적이고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타날 수 없다.

집단적 사고는 독창적 사고를 필요로 하는 사람에겐 빠져 나오기를 힘든 함정과 같다. 언제, 어떤 상황에 빠져 오류를 범하고 있는지 조차 깨닫지 못할 때가 많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이 순응성의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중세 유럽에서 왕후가 아첨하는 간신배들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해 썼던 방법으로 ‘어릿광대의 방법’ 이라는 것이 있었다.

논리에 맞지 않는 엉뚱한 행동을 함으로써 대중을 웃기는 어릿광대처럼, 논리에 얽매이지 않는 상상력을 펼치므로 상황을 재인식하는 것이다. 어릿광대는 우리가 소중히 여기는 가정과 가치를 여지없이 뭉개버린다. 규칙 또한 그에게 아무런 제약을 가할 수 없다. 꽃밭에서 춤을 추거나 책상을 지붕 삼아 살림을 차려도 그 에게는  할 말이 없는 것이다.

발명가를 꿈꾸는 사람이라면 어릿광대의 이런 무질서한 가치관을 배우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다. 가상의 틀을 깨뜨리며, 평범함에 도전하는 행위야 말로 발명의 기본이기 때문이다.

어릿광대의 엉터리 같은 소리는 집단사고에 찌들어 있는 우리를 깨우며, 때로는 우리가 사실이라고 굳게 믿는 것들을 다시한번 생각하도록 한다. 남이 보여주는 것을 생각 없이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 찾아서 보도록 유도한 것이다.

고정되어 있는 가치란 없다. 세상은 쉬지 않고 변화하며, 어제는 불가능했던 일이라도 오늘은 가능할 수 있다. 어릿광대의 우스운 말 한마디가 언젠가는 현실로 나타날 수도 있는 것이다.

중세의 사람들은 어릿광대가 하늘을 나는 시늉을 하며 흔드는 몸짓에 폭소를 터뜨렸을 것이다. 그들은 인간이란 영원히 발을 땅에 붙이고 사는 존재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하늘을 날 수 있다는 어리석은 광대의 생각은 마침내 실현되었다.

세상은 어릿광대와 같은 독창적이고 생산적인 사고의 소유자를 필요로 한다.

왕연중
한국발명문화교육연구소장 겸임 U1대 발명특허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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