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귀 뀐 놈이 성 내면 정말 화가 난다. 혼인에서도 방귀 뀐 놈이 성을 내면서 이혼을 청구한다면, 그래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 있다(유책주의), 반면에 혼인 관계의 실질은 끝났으면 혼인을 해소해야지 강제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 있다(파탄주의).

이른 바 ‘방귀 뀐 놈이 성내지 마라.’라는 시각과 ‘껍데기는 가라.’라는 시각의 차이에서 대법원의 입장은 7:6으로 전자의 손을 일단 들어주었다, 그러나 반드시 방귀 뀐 놈의 이혼 청구가 불허되는 것은 아니다. 대법원은 유책주의의 입장을 견지하면서도 유책배우자도 이혼을 할 수 있는 예외적인 사정이 있음을 설시하였다, 

대법원은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허용하지 아니하는 것은 혼인제도가 요구하는 도덕성에 배치되고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결과를 방지하려는 데 있으므로, 혼인제도가 추구하는 이상과 신의성실의 원칙에 비추어 보더라도 책임이 반드시 이혼청구를 배척해야 할 정도로 남아 있지 아니한 경우에는 그러한 배우자의 이혼청구는 혼인과 가족제도를 형해화할 우려가 없고 사회의 도덕관윤리관에도 반하지 아니하므로 허용될 수 있다.

그리하여 상대방 배우자도 혼인을 계속할 의사가 없어 일방의 의사에 따른 이혼 내지 축출이혼의 염려가 없는 경우는 물론, 나아가 이혼을 청구하는 배우자의 유책성을 상쇄할 정도로 상대방 배우자 및 자녀에 대한 보호와 배려가 이루어진 경우, 세월의 경과에 따라 혼인파탄 당시 현저하였던 유책배우자의 유책성과 상대방 배우자가 받은 정신적 고통이 점차 약화되어 쌍방의 책임의 경중을 엄밀히 따지는 것이 더 이상 무의미할 정도가 된 경우 등과 같이 혼인생활의 파탄에 대한 유책성이 이혼청구를 배척해야 할 정도로 남아 있지 아니한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허용할 수 있다.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예외적으로 허용할 수 있는지 판단할 때에는, 유책배우자 책임의 태양정도, 상대방 배우자의 혼인계속의사 및 유책배우자에 대한 감정, 당사자의 연령, 혼인생활의 기간과 혼인 후의 구체적인 생활관계, 별거기간, 부부간의 별거 후에 형성된 생활관계, 혼인생활의 파탄 후 여러 사정의 변경 여부, 이혼이 인정될 경우의 상대방 배우자의 정신적·사회적경제적 상태와 생활보장의 정도, 미성년 자녀의 양육교육복지의 상황, 그 밖의 혼인관계의 여러 사정을 두루 고려하여야 한다.“(대법원 2015. 9. 15. 선고 2013므568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고 하였다.

결국 유책배우자도 이혼청구가 가능하냐는 물음에 대한 답은 “아니오.”가 아니라 “어렵다.”정도가 될 것 같다. 재판을 담당하는 판사의 시각과 성향에 따라서 같은 사안임에도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의 인부가 달라질 수도 있을 것이다.

정헌수 변호사
새연 법률사무소

 

저작권자 © 넥스트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