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발명의 세계에 있어 논리란 반드시 필요한 만능  열쇠 또는 만병통치약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창조적 사고의 발아단계에 있어서는 때로 거추장스런 짐이 될 수도 있다. 논리는 발명에 있어 중추적 역할을 하는 것이 사실이지만 때로는 반드시 뛰어 넘어야 할 장벽이기도 하다.

종이 컵 하나, 볼펜 한 자루에도 논리의 위력이 유감없이 발휘되어 있지만 논리를 위대하게 여기는 인간 자체는 비논리적인 생명체로 되어있다. 자연계에서 인간처럼 모순 된 삶은 사는 것도 없을 것이다. 배가 불러도 사냥을 하고, 평화를 위해 적을 죽인다. 너무 기쁘기 때문에 울고, 쉬기 위해서 일을 한다. 심지어는 사랑하기 때문에 해어지기도 한다.

결국 우리가 생각하는 ‘논리의 힘’ 이란 극히 일부분적인 현상임에 틀림없다. 중요한 도구로 사용되기에 그것이 전부인양 착각하고 있었을 뿐이다. 논리란 도구로서, 제 용도에 맞게 사용될 때 비로소 가치를 지닌다. 예를 들어 발명의 과정에는 아이디어 발아단계와 실천단계가 각기 다른 성격으로 자리 잡고 있는데, ‘논리’란 아이디어를 실천하는 단계에서는 적절하나, 아이디어를 피워내는 발아단계에서는 터무니없는 도구로 작용할 수 있다.

발아의 단계는, 하나의 씨앗이 흙 위에 떨어져 싹을 내듯 번뜩이는 힌트를 계기로 아이디어가 생겨나고 조작되는 과정으로서, 가장 중요한 것은 유연한 사고력이다.

이때는 시야를 넓히고, 현상을 다각도로 이해하며, 감추어진 부분까지 깊게 투시할 수 있는 힘이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는 때로 상상력도 동원되며, 모순 덩어리의 계산이 적중할 수도 있다. 논리는 오히려 짐이 될 뿐이다.

만일 논리와 함께 이 단계에 뛰어든다면,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라는 문제들에 부딪혀 제자리걸음만 하게 될 것이다. 차라리 논리와 떨어져 ‘아무렴 어때, 닭이 먼저건 달걀이 먼저건 맛있으면 그만이지.’라고 속편하게 생각하는 편이 나을 것이다. 어쩌면 ‘닭다리가 맛이 있으니 다리가 넷 달린 닭을 만드는 건 어떨까?’하고 생각하는 편이 훨씬 중요할지도 모른다.

논리가 정작 필요한 곳은 다음 단계인 실천의 단계이다. 발아의 단계에서 탄생한 다리 넷 달린 닭과, 들고 다닐 수 있는 집들을 다듬고 정리하는 것이 논리에게 돌아가는 몫이다. 멋대로 자란 나무를 다듬는 과정인 것이다. 논리는 이 단계에서 쓰는 것만으로도 족하다.

미리부터 가지치기를 해서 나무의 크기를 줄일 필요는 없을 것이다. 즉, 아이디어를 만드는 데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유연한 사고방식과 논리적 사고방식을 적절히 이용하는 것이다.

왕연중
한국발명문화교육연구소장 겸임 U1대 발명특허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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