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곤란한 일이었던 경우 대개는 남도 그렇다. 내가 거추장스럽게 느꼈다면 남도 그렇게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여성이나 주부에게 있어 가장 귀찮고 어려운 일은 매월 한 번씩 찾아드는 불청객이나, 아기 기저귀 빨래가 있고, 남성에게라면 사업상, 혹은 근무나 작업 중, 기타 곤란하다고 느꼈던 일들이 수없이 많이 있을 것이다.

생활 속에서 흔히 느끼고, 부딪치는 곤란한 일들은 자신이 직접 겪어서 누구보다 그 부당성을 잘 알고, 매우 구체적인 일로 나타내기 때문에 생생할 것이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곤란했던 일들을 금방 잊어버리거나, 어지간하면 피해가려고 한다. 이런 것들을 기록하여 혼자, 혹은 여럿이 모여 해결책을 모색해보자. 그것에 관심을 갖는 것만으로도 훌륭한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다.

발명의 시작은 이렇듯 아주 구체적인 일에서부터 비롯되는 것이 좋다. 곤란한 일은 대개 모든 사람이 공유하는 부분으로, 남도 그렇게 생각하는 점들이기 때문에 개선의 아이디어를 낸다면, 그만큼 많은 사람의 지지를 얻을 수 있어서이다.

여성이라면 누구나 치러야하는 월례행사이면서 반갑지 않은 손님은 여간 곤란한 문제가 아니었다. 학교에서 돌아오면 식구들이 잠든 틈을 기다려 몰래 생리기저귀를 빨아야 하는 곤욕과 움직이기 힘들어 겪는 불편함.

그러면서도 어쩔 수 없었던 것이 60여 년 전의 일이었다. 그런데 뭇 여성이 함께 겪는 곤란을 해결한 여인이 있었다. 그녀는 자신이 겪는 경험을 바탕으로, 획기적인 발명품을 고안한 평범한 여성 S다.

 “이것 참! 없어서도 안 되지만, 찾아오면 곤란한 손님을 적절히 해결할 방법은 없을까?”
 S는 친구들과 이야기 중에 충고를 귀담아 두었다가, 종이로 새로운 위생용품을 만들 계획을 세웠다.
 ‘흡수력이 뛰어난 종이류를 천기저귀 대신 사용하면 위생적이고, 움직임도 편해질 거야! 한번 쓰고 버리면 빨래하는 번거로움도 없이 깔끔하게 처리할 수 있을 거고…’

S는 그동안 자신이 느꼈던 곤란을 하나하나 세밀하게 검토하여 여성들이 원하는 그대로의 제품을 고안해냈다. 그것이 바로 최초의 여성 위생용품인 으로 수줍은 여고생부터 많은 자녀를 둔 중년 부인에게 까지 조용하고 빠르게 번져나갔다.

세계적인 만년필 메이커인 워터 맨의 경우도 자신이 겪은 곤란한 일을 토대로 성공한 케이스다.
그는 보험 외판원으로 보험의 계약 체결은 목숨과도 같은 일이었는데, 손님과 계약을 막 성사시키는 순간에 펜에서 잉크가 떨어졌다는 이유로 계약이 수포로 돌아가 허탈감에 빠졌다. 그러나 그는 그 사실을 스쳐지나가지 않고, 잉크가 흐르지 않는 펜촉을 만들겠다고 결심했다. 결과는 펜촉에 구멍을 뚫고 그 끝을 미세하게 갈라놓는 방법을 개발하여 문제를 해결했고, 이 아이디어로 그는 천문학적 숫자의 이익을 보았다.

자신을 곤란하게 하는 것들을 기회라고 생각하여, 적극 이용해 보라. 인생의 전환점이 될 줄 누가 알겠는가!

왕연중
한국발명문화교육연구소장 겸임 U1대 발명특허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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