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민속박물관은 프랑스 국립 유럽·지중해 문명박물관과 함께 ‘쓰레기’라는 공동 주제로 <쓰레기×사용설명서>전을 진행 중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유리병 등잔’ ‘포탄피 재떨이’ 등 쓰레기 활용 역사를 알려주는 유물 자료 전시와 함께 물건을 오래 쓰고 재활용하는 우리 이웃들의 이야기도 엿볼 수 있다.

전시장 입구엔 음료 캔과 라면 봉지, 휴지 등이 담긴 투명한 쓰레기통이 있다. 이는 실험에 참가한 1인 가구와 4인 가구가 일주일간 내놓은 ‘진짜’ 쓰레기. 쓰레기통 위의 모니터에서는 이들이 생활 속에서 쓰레기를 만들어내는 과정을 영상으로 상영한다. 전시장 후반에는 쓰레기를 생명을 불어넣어 새로운 도구로, 또는 예술품으로 탄생시킨 사례를 볼 수 있다.

 
진짜 쓰레기에서 발견된 보물들의 이야기는 특히 흥미롭다. 아내가 보낸 치마를 잘라 아들에게 당부하는 말을 써놓은 다산 정약용의 <하피첩>은 폐지를 줍던 할머니의 수레에서 우연히 발견됐고, 고산 윤선도가 그린 ‘미인도’는 해남 윤씨 종가의 책장 바닥에 깔렸다가 세상에 알려졌다. 영조대왕의 태실을 지키던 종지기의 후손 집 다락방에서 발견된 <영조대왕태실석난간조배의궤>도 쓰레기가 될 뻔했던 유물. 

전시를 보고 나면 쓰레기도 함부로 버려서는 안 되는 물건이라는 생각이 저절로 든다. 만약 인공지능으로 모든 것을 조절하는 시대가 온다면, 지금 우리가 쓰다 버린 물건들도 ‘유물’이 되어 박물관에 보관될지도 모를 일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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