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가 왔다. 요약을 하자면 상대방 요구를 수용하지 않으면, 과거에 수지침 놓은 행위를 상대방이 무면허의료행위로 문제 삼겠다는 것이다. 문득 어렸을 때, 엄마의 계원 중에 수지침을 잘 놓는 분 생각이 났다. 동네 사람들이 그 분한테 삼삼오오 수지침을 맞았고, 엄마도 내가 조금 아플 때 수지침 맞으면 괜찮을 거라고 이야기하셨던 것 같다. 수지침이 겁이 나서였는지, 많이 아프지는 않았었는지, 수지침 맞을 기회는 없었는데...

전화 온 분한테는 판례 하나를 보내드리며, 이런저런 설명을 해드렸다. 그 판례의 내용을 소개하면,

1. ‘일반적으로 면허 또는 자격 없이 침술행위를 하는 것은 의료법 무면허 의료행위에 해당되어 처벌되어야 하고, 수지침 시술행위도 위와 같은 침술행위의 일종으로서 의료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의료행위에 해당한다.’ 즉 자격 없는 자의 수지침 시술행위는 무면허의료행위로 처벌될 수 있다.

2. 다만 형법 제20조 정당행위에는 ‘법령에 의한 행위 또는 업무로 인한 행위 기타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행위는 벌하지 아니한다.’라고 규정되어 있어, 수지침 시술행위가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다는 것으로 벌할 수 없는 것인지에 대한 설시가 있다.

‘이러한 수지침 시술행위가 광범위하고 보편화된 민간요법이고, 그 시술로 인한 위험성이 적다는 사정만으로 그것이 바로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할 것이나,’ ‘수지침은 위와 같이 시술부위나 시술방법 등에 있어서 예로부터 동양의학으로 전래되어 내려오는 체침의 경우와 현저한 차이가 있고, 일반인들의 인식도 이에 대한 관용의 입장에 기울어져 있으므로, 이러한 사정과 함께 시술자의 시술의 동기, 목적, 방법, 횟수, 시술에 대한 지식수준, 시술경력, 피시술자의 나이, 체질, 건강상태, 시술행위로 인한 부작용 내지 위험발생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구체적인 경우에 있어서 개별적으로 보아 법질서 전체의 정신이나 그 배후에 놓여 있는 사회윤리 내지 사회통념에 비추어 용인될 수 있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형법 제20조 소정의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할 것이다.’ 즉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형법 제20조의 정당행위로 볼 수 있다면 수지침이 무면허 의료행위일지라도 처벌할 수 없다는 것이다.

가령 한의사가 아닌 엄마가 체한 아들에게 수지침 시술행위를 하였다면, 무면허의료행위이니 처벌해야 하는 것인가? 어렸을 때 한의사가 아닌 엄마 계원 분이 동네 사람들에게 삼삼오오 수지침을 놓아준 행위는 처벌해야 하는 것일까? 엄마 계원 분이 그 수지침으로 돈을 받지 않았다면? 돈을 받았다면? 케이스 바이 케이스다.

정헌수 변호사
새연 법률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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