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반도체도 미국 통상압박 우려…5년간 최대 13조 수출손실

미국의 한국에 대한 통상압박이 철강, 세탁기, 태양광전지는 물론 반도체와 자동차 부품으로까지 확대될 경우 향후 5년간 최대 13조원의 수출손실을 입을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고용감소도 최대 7만4000여명에 달할 것이란 전망이다.

7일 한국경제연구원은 여의도 전경련회관 컨퍼런스센터에서 '대미통상전략 긴급점검 세미나'를 열고 미국발 통상 위기에 대한 전망과 대응 방안을 주제로 발제와 토론을 진행했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먼저 한미 FTA 체결의 주역인 김종훈 전 국회의원 전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이 기조연설을 했고 최원기 국립외교원 경제통상연구부 교수와 최남석 전북대학교 무역학과 교수가 발제를 맡았다.

이어 토론회에서는 이윤희 포스코경영연구원 철강연구센터장, 천용찬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 고준성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자리했다.

김종훈 전 의원은 기조연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보호무역주의는 11월 미 의회 중간선거 등을 의식해 정치적 고려가 영향을 미친 것"이라며 "따라서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한동안 이 기조가 지속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 EU 등 거대 경제권의 보복 조치가 상호 상승작용을 할 경우 우리 수출과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고 우려를 표했다.

그는 이 같은 난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WTO 등을 통한 공동 제소로 국제적 여론 형성 △한미 FTA 개정 협상을 활용한 통상 압박 완화 △대미 무역·투자에 직접 관련된 미 업계와 상하원 의원 등을 우호 세력으로 확보 등을 제시했다.

 

발제에 나선 최원기 교수는 미국 정부의 통상 압박에 대한 대응 방안을 주제로 의견을 개진했다.

먼저 트럼프 정부의 철강 관세에 대한 상무부가 제출한 안을 언급하며 2안인 12개국 보복 관세 대상에 동맹국 중 우리나라만 포함된 것에 주목했다.

그 이유에 대해 최 교수는 "우리 기업이 값싼 중국산 철강 제품을 미국에 들여오는 핵심적 우회 수출 통로라는 인식이 작용했을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의 한미 FTA에 대한 부정적 인식과 더불어 철강에 대한 강력한 압박을 통해 한미 FTA 재협상을 유리하게 가져가려는 계산이 작용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대응 방안에 대해서는 "통상 문제는 외교 문제와 분리할 수 없으므로 소통 채널을 다양화한다"며 "미 의회 및 통상당국과 전 방위적 통상외교를 강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미 핵심 통상 담당자와 소통할 수 있는 ‘통상 특사’ 파견도 적극 고려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어 "WTO 제소 등 확립된 국제 통상 규범에 입각한 가용 수단을 활용해 대응해야 한다"며 "나아가 다자 통상 외교를 고려해 통상 당국의 차원을 넘어선 외교적 차원의 접근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최남석 교수는 같은 미국의 통상 압력 조치로 인한 피해 규모를 진단하며 향후 철강·세탁기·반도체 등 5개 품목에서 약 4만5000개의 일자리 손실이 나타날 것으로 예측했다.

최 교수는 "예상되는 수출 손실이 가장 큰 산업은 철강산업으로 2018년부터 2022년까지 5년간 최소 45억달러, 일자리 손실은 2만5600명으로 예상된다"며 "우리나라의 대미 철강 수출 의존도는 11% 수준이며 현재 사실상 무관세 혜택을 받고 있는 것을 고려하면 향후 큰 타격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어 "각 분야의 파급 영향뿐만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의 미국시장의 상징성도 크기 때문에, 보다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권태신 한경연 원장은 "미국발 전방위적 통상 압박이 중국과 EU의 보복을 불러와 보호무역주의 태풍으로 발전하면 대외 의존도가 높은 우리경제에는 엄청난 충격이 올 수 있다"며 "상황이 엄중한 만큼 ‘토탈 사커’처럼 청와대를 비롯한 정부 각 부처, 그리고 민간 기업을 망라한 컨트롤 타워를 가동하고, 외교 안보 역량이 총동원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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