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전쟁 11월까지 지속…WTO 제소 검토해야

미국과 중국간 관세 부과 갈등으로 촉발된 양국간 무역 분쟁이 최소 11월까지 지속될 전망인 가운데 향후 장기화로 전 세계 경제 전쟁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이 과정에서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이 최대 피해자가 될 수 있는 만큼 최악의 시나리오를 상정해 이에 대한 대응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17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개최한 '미·중 통상전쟁과 대응전략 긴급세미나'에서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미·중 간 통상전쟁이 장기화하면 한국 제품의 가격경쟁력이 약화되고 한국의 대 중국 자본재 수출이 위축되는 등 피해가 확대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현재 한국의 대중국 수출 중 중간재 비중은 78.9%다. 이 중 미국으로 가는 우회 수출은 대중 중간재 수출의 5% 정도다. 한국이 중국으로 100개를 수출하면 미국으로 5개 정도가 다시 수출된다는 뜻이다. 미국 시장에서 중국 제품의 가격탄성치가 낮아 당장 한국 경제가 받는 충격은 크지 않다는 설명이다.

다만 미·중 간 통상전쟁이 장기화될 경우 수출 피해가 확대될 수 있다는 것이 주 실장의 분석이다. 주 실장은 먼저 중국 정부가 최근 약세를 보이는 위안화를 방치하거나 조세 수단을 동원하는 등의 방식으로 대응한다면 한국의 제품 가격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고 봤다.

미국 수출길이 막힌 중국 기업이 다른 국가로 물량을 쏟아내면 한국 기업과 경쟁 강도가 세질 것이라고도 했다. 한국과 중국의 수출 경합도는 0.6수준으로, 10개 품목 중 6개 이상이 세계시장에서 경쟁한다. 주 실장은 "중국 기업들이 생산능력과 투자를 조정해 한국의 대 중국 자본재 수출도 위축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주원 실장은 특히 "미·중 통상전쟁이 세계 관세전쟁으로 확대돼 세계 평균 관세율이 현재 4.8% 수준에서 10%로 상승할 경우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0.6%포인트 하락하고 15만8000명의 일자리가 사라질 수 있다"고 했다.

중국 경제에 위기가 발생하는 경우에도 한국 경제는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주 실장은 "미·중 간 통상분쟁으로 중국에 경제 위기가 발생해 중국 경제성장률이 1%포인트 하락한다면 한국 경제성장률은 0.5%포인트 내려가고 고용은 12만9000명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태호 전 통상교섭본부장은 미·중 통상전쟁이 미국의 11월 중간선거까지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박 전 본부장은 "우리 정부는 WTO(세계무역기구) 제소 등 다른 국가와의 공동 조치를 최대한 강구하고, 기존에 진행 중인 한중일 FTA(자유무역협정)과 RCEP(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 협상의 완결, TPP-11(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가입 등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박 전 본부장은 기업의 대응과 관련해선 대(對)중 수출 구조를 바꿔 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중국은 임금 상승으로 조립생산기지 역할이 약해진 반면, 소득 증가에 따라 중국 내수시장이 커지고 있다. 박 본부장은 "현재 79%가 중간재인 우리의 대중 수출구조를 소비재 중심으로 바꿔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전경련이 주요 기업을 대상으로 긴급 설문조사한 결과 기업의 약 60%가 심각한 수출 타격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권태신 전경련 부회장은 "올해 초 미국 철강수입 제재대상국에 한국이 제외되도록 미국 의회 등을 설득하고자 노력한 것처럼 미 상무부 등을 대상으로 미국 내 아웃리치(대외 접촉) 활동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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