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은이 박형남   
펴낸곳 휴머니스트    
2만 원

30년 경력의 고위 판사가 역사적으로 중요한 재판 15개를 뽑아 풀어냈다.

판사가 펴낸 역사책이라는 점에서 눈길이 간다. 사법부 신뢰가 이리저리 추락한 상황이라 그런지 판사의 과욋일에 호기심이 발동한다.

이 책을 펴낸 박형남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는 노동자의 자살 사건에 대해 ‘심리적 부검’을 처음 실시한 법관으로 알려져 있다.

심리적 부검은 당사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기까지 심리적 사인을 규명하는 것, 법정에서 망인이 숨진 원인을 과학적으로 파헤치는데 큰 도움이 됐다.

심리적 부검이 법학과 의학의 만남이라면 이 책은 법학과 역사가 융합된 것이라고 봐도 되겠다.

기원전 399년 소크라테스 재판부터 1966년 미란다 재판까지, 목차에 등장하는 15개 사건 소제목만 봐도 ‘왜 이 사건을 꼽았을까’ 절로 책장을 넘기게 된다.

52시간 근무제도 도입이 뜨거운 감자인 상황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미국의 ‘로크너 재판’이다.

1895년 뉴욕주의회가 제과점 노동자의 최대 근무시간을 규제하자, 제과점주들은 반발했다. 미국 연방대법원이 로크너를 비롯한 제과점주들의 손을 들어주며 ‘위헌’ 판결을 내렸다.

△제과점 노동자가 다른 업종보다 위험하지 않고 △노동시간은 제품 위생사이의 상관 관계를 발견할 수 없고 △사업주와 노동자 사이 노동계약에 정부가 지나치게 개입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이유에서다.

사업자 편을 들어준 이 판결은 미국 산업계에서 40년간 버텼고, 시장 포화상태인 제과점 업계에서 노동자는 보호받지 못했다.

법학에 대해 이해가 있는 사람들에게는 쉬운 ‘역사책’이겠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법학서’로 보일 수 있다는 점이 아쉬운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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