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평도 해상사격훈련을 둘러싸고 한반도에 일촉즉발의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 우리 군의 사격훈련이 한반도 안보를 뒤흔들 뇌관으로 작용하고 있다. 천안함 외교에서 보였던 한미일과 북중러의 대립구도도 또 다시 재연되고 있다.

정부가 연평도 훈련을 연기할 경우 북한과 주변국가의 위협에 굴복하는 모습으로 비쳐질 수 있어 쉽게 물러설 수 없는 ‘배수진’을 치게 된 형국이다. 현재 정세인식에서 중요한 것은 우리의 국익과 입장이다. 북한과 중국, 러시아 주장을 고정 불변의 것으로 간주하고 우리가 그에 맞춰야 한다는 입장은 옳지 않다. 백령도를 비롯한 서해 5도는 6·25전쟁 이전에도 남측 관할이었고, 북방한계선(NLL)은 정전협상 과정에서 지상의 군사분계선과 같은 해상경계선 합의에 실패하면서 아군의 초계활동을 한정하기 위해 설정한 것이다. 북한은 NLL 설정 이후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다가 20여년이 지난 1973년부터 의도적인 침범을 통해 NLL 무력화를 시도해왔다.

북 핵개발과 상관관계 읽어야
과거 수십년간 실시해왔던 연평도 해상사격훈련을 갑자기 중단하거나 아예 실시하지 않는다면 북측의 주장을 우회적으로 인정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우리 군은 사격의 방향이 북쪽도 아니고, 서남쪽 해상으로 순수 훈련이 목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서해 5도는 북한을 지척에 두고 있는 군사적 요충지다. 북측 입장에서는 코앞에 있는 섬에 우리 군이 주둔해 있는 게 눈엣가시나 다름없다. 북한의 막강한 군사력을 휴전선에서 먼 곳에 묶어두는 전략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북한이 연평도 포격을 자행한 것은 결코 우발적이라 볼 수 없다. 내부의 김정은 후계체제 구축, 핵개발, 북중·북미관계 등 국제관계를 종합적으로 고려한 선택으로 보인다. 북한은 연평도 포격을 통해 김정은 후계체제를 공고히 해나가고 있으며, 영변 경수로와 원심분리기 공개를 통해 불리해진 국제여론의 초점을 분산시키고 있다. 특히 중국을 끌어들여 국제적인 고립에서 탈출구를 마련해 나가고 있다.

북한의 의도를 읽는 데서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은 핵개발과의 상관관계이다. 중국 마오쩌둥은 1954년 극도의 고립과 안보위기를 탈출하기 위해 대만해협의 진먼도를 포격해 위기국면을 조성함으로써 소련으로부터 핵개발에 대한 지원을 얻어냈다. 중국은 10년 후 원폭실험에 성공했으며, 이를 무기로 미국과 서방국과 관계정상화를 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북한은 연평도 포격을 통해 중국의 진먼도 포격과 동일한 효과를 추구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서해상에서 긴장이 고조될수록 북중관계는 긴밀해질 것이며, 북한의 핵무장에 대한 중국의 압박은 느슨해질 수밖에 없다.

서해상에서의 군사훈련에 중국은 북한과 동일한 이해관계를 갖고 있다. 특히 미군의 움직임을 직접적인 안보위협으로 간주하고 극도로 민감하게 대응하고 있다. 최근 중국 군부가 이례적으로 직접 나서 목소리를 높이는 것도 이런 배경 때문이다. 북한은 이러한 중국의 이해관계를 교묘히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러시아 역시 등거리 외교를 통해 사안별로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북한 중국과 기본적인 이해관계를 같이하고 있다. 

북, 사태 장기화로 국제분쟁지역화 노려
이런 이해관계 때문에 북한은 현재와 같은 국면을 장기화하려 시도할 것이다. 한반도를 훈련과 도발, 반격 등 연쇄반응이 계속되는 국제분쟁지역으로 몰아넣으려 할 것이다. 이 때문에 북한의 도발에 대한 응징은 짧고 단호해야 했다. 하지만 우리 군은 북한의 연평도 무력도발 당시 단호한 응징을 하지 못한 뼈아픈 실수를 범했다. 6·25 전쟁 전 1년 6개월 동안 하루 평균 두 차례의 크고 작은 무력충돌이 있었지만 남북 모두 비난만 있었을 뿐 대화는 전무했다. 남북은 전면전을 통해 최종 승부를 보려 했지만 엄청난 민족적 재앙을 초래했을 뿐이다.

북의 도발에 대한 단호한 대응과 응징도 국익을 위해 필요하지만 한반도에서 전쟁의 참화를 막는 것은 더욱 중요하다. 국가 지도자에게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수호하는 것만큼 중요한 책무도 없다.

내일신문 국제통일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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