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금형전문가로 애니메이션 기업도 경영
“마술은 사람간 소통 이끌어주는 도구”
지난 12월 15일 디지털콘텐츠 미니클러스터 송년회. 다른 송년회와 달리 참석자들은 한 CEO가 펼치는 다양한 마술을 보는 재미에 흠뻑 빠져 즐거워 하고 있었다. 게임, 애니메이션, 웹 컨텐츠 업체들이 모인 디지털콘텐츠 클러스터 부회장인 (주)대화엔터테인먼트 문준기 대표(55세)가 그 주인공.“각종 행사에서 참석자들과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것으로 마술 만한게 없습니다”
이 날 마술을 펼치며 분위기를 한껏 띄운 문준기 대표는 ‘마술하는 CEO’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는 마술을 알게된 후 직원과 소통을 배우게 됐다고 말한다. 그가 마술을 배우게 된 동기는 단순하다. 월드컵 열기가 한창이던 2002년 문대표는 연세대학교 사회교육원에서 운영중인 레크레이션과 스피치, 이미지 메이킹 과정을 등록했다. 월드컵을 계기로 우리나라도 본격적으로 이벤트 공연 선진국이 됐다고 생각한 것. 이 때 마술을 처음으로 접했다. 그는 마술을 접하면서 바로 매력에 빠졌다. “마술을 배우면 인간관계를 보다 윤택하게 할 수 있겠구나”는 사실을 깨달았다. 바로 국내 최고 마술사 이은결씨가 운영하는 마술학교를 등록했다.
원래는 자동차 금형 전문가
“자동차 엔지니어링도 결국 사람이 하는 것입니다. 상대방과 나 사이에 즐거움이 없으면 아무 것도 안되죠”
문대표는 마술이 전문 분야가 아니다. 또 애니메이션 전문가도 아니다. 그는 국내 손꼽히는 자동차 금형 제작 전문가다. 30년 경력의 금형 베테랑이다. 문대표는 기아 자동차 금형사업부에서 20년 넘게 근무하면서 금형 부문 전문가로 성장했다. 당시 그는 일본 기업들과 거래하면서 일본 금형 기술을 접하고 우리나라의 그것이 많이 뒤쳐저 있음을 알게 됐다. 당시에는 자동차 국산화율을 높이는 게 최대 과제였다. 문대표는 자동차 금형 기술을 익혀 국산화율을 높이는데 보탬이 되어야겠다고 결심했다. 기술 습득을 위해 일본 기업을 자주 드나들고 회사에서 수십차례 실패를 반복해가며 노력해 금형 기술을 익혔다.
그리고 문대표는 1994년 다니던 기아자동차를 나와 (주)대화테크를 설립한 후 지금까지 닛산 등 일본자동차 기업을 상대로 도어와 트렁크 분야 금형을 납품 하고 있다. 오랫동안 해온일이고 기술이 뛰어나 매우 안정적으로 경영하고 있다. 지금은 설계아 데이터를 본사에서 하고 나머지 공정은 외주를 주고 있다.
수평적 시스템과 소통이 대세
이렇게 자동차 금형 전문가로 국내에도 널리 알려지게 된 그가 애니매이션 회사를 운영하게 된 계기도 흥미롭다.
그는 대학교 사회교육원 과정을 들으며 콘텐츠의 중요성을 알게 됐다. 업무 속성상 관리가 중요한 엔지니어링 분야와 달리 창조와 자율을 강조하는 콘텐츠 분야의 매력을 느끼게 됐다.
그러던 어느 날 거래중이던 일본 기업과 합작이 상대방 사정으로 무산되면서 문대표는 애니메이션 사업에 참여한다. 평소 친분이 두터웠던 동우 애니매이션 김영두 대표가 “비어있는 사무실을 애니매이션 창작 공간으로 활용해 보라”며 제안을 했는데 이를 받아들인 것이다. 처음에는 전문 분야가 아니라 망설였으나 콘텐츠 사업의 매력을 뿌리치지 못해 결정했다. 완구, 캐릭터 사업까지 고려해 신설법인 명칭을 대화엔터테인먼트로 정했다. 지금은 동우애니메이션으로부터 외주를 받아 애니메이션의 후반작업인 동화(움직이는 그림)작업과 색칠 작업을 한다.
문대표는 컨텐츠 사업이야말로 서로를 소통시켜주는 분야로 여기고 있다. 그가 아직 열악한 국내 컨텐츠 사업을 위해 기꺼이 애니메이션 사업에 투자를 하게 된 이유다. 문대표는 “즐거움이 있고 그것을 계기로 소통이 이루어지면 자연스럽게 시스템이 수평, 상생으로 바뀐다”고 말한다.
“마술은 창조적 컨텐츠”
문대표에 따르면 마술은 속성상 창조적인 컨텐츠다. 한번 본 영화는 두 번 보지 않듯 마술도 마찬가지. 때문에 끊임없이 새로운 마술을 개발해야 한다. 그렇다 보니 마술 도구 구입에도 많은 돈이 들어 갔다.
“마술의 매력은 누구나 한 데 묶어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울며불며 때쓰는 아이나 잔뜩 화가 난 어른 조차도 한 두가지 마술에도 금방 집중하며 친숙하게 됩니다. 특히, 눈앞에서 직접 펼쳐지는 마술은 누구에게도 마음을 풀어주는 역할을 합니다.”
“이제는 제가 가지고 있는 기능을 조금씩 나눠주며 살고 싶습니다” 마술하는 CEO로 알려지면서 여러 곳에서 공연과 강연 요청이 많다고 한다. 문대표는 “사람사이를 화목하고 즐겁게 해줄 수 있는 기부 공연을 하고 싶다”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