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의 산업계가 4차 산업혁명이라는 말로 요란하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특히 과학과 발명분야는 4차 산업혁명이 전부인 양 더욱 요란하다. 과학과 발명 분야가 아닌 다른 분야도 비슷한 양상이다.

도대체 4차 산업혁명이 무엇이기에 이처럼 요란할까? 놀랍게도 1차 산업혁명도, 2차 산업혁명도, 3차 산업혁명도, 4차 산업혁명도 그것이 무엇인지 모두 우표 속에 그 답이 있다.

즉 영국이 증기기관의 발명으로 1차 산업혁명의 선두주자가 되면서 가장 먼저 선진국으로 자리 잡은 내용도, 미국이 전기와 컴퓨터의 발명으로 2차 산업혁명과 3차 산업혁명의 선두주자가 되면서 영국 등 유럽의 선진국들을 제치고 명실공이 세계 제일의 선진국으로 우뚝 서고 난 뒤 굳건히 그 자리를 지켜가는 내용도 모조리 우표 속에 살아 숨 쉬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은 증기기관-전기-컴퓨터의 발명에 이어 등장한 인공지능이 핵심이다. 그런데 인공지능의 실체인 로봇은 이미 오래전에 소설과 만화 그리고 영화 속에 등장했고, 급기야 실물로 제작된 각종 로봇은 4차 산업혁명을 생활 속으로 파고들게 했다. 이와 관련된 우표 또한 이미 다수가 발행되었다.

그렇다면 우표 속의 4차 산업혁명은 최근에 시작된 것이 아니라 수년 전에 시작됐다 해도 무리가 아닐 것이다. 따라서 우표는 산업발전을 이끌어가는 선구자이고, 모든 분야의 백과사전이고, 인류의 역사라 할 수 있다.

특히 우표의 대상이 되기 위해선 사람이든 물건이든 최고로서 확실한 내용이어야 하고, 확실한 내용이라 할지라도 철저한 심사를 거쳐야 한다. 철저한 심사를 거쳐 우표의 대상으로 선정되면 가장 정밀한 디자인 또는 유명 화가의 그림으로 완성되어야 비로소 인쇄에 들어간다.

어쩌면 화폐 제작에 버금가는 정확하고 정밀한 작업이 요구되고 있다. 따라서 모든 우표는 발명이고 지식재산권이라 할 수 있다.

우표는 1차 산업혁명의 선두주자인 영국이 자랑하는 가장 큰 발명 중의 하나였고, 우표 발명가인 로랜드 힐은 여왕으로부터 작위를 받은 것은 물론 전 세계 우정국에 의해 여러 차례 훈장을 받기도 했다. 특히 그의 사망 100주년(1979)과 탄생 200주년(1995) 그리고 우표발명 150주년(1990)에는 이를 기념한 훈장이 주어지기도 했다. 참고로 영국에서 처음으로 우표가 발행된 것은 1840년 5월 6일이었다.

우표의 발명은 또 다른 발명도 탄생시켰다. 1851년 영국의 헨리 아처가 발명한 우표를 떼어내기 쉽게 우표 사이에 구멍 줄을 뚫은 것이 바로 그것이다. 이 발명의 원리는 산업과 접목되어 산업발전에 크게 기여하기도 했다.

우표의 발명은 컬러 인쇄 발명의 시대도열었다. 1840년 발행된 최초의 우표 페니 블랙은 흑백이었다. 컬러우표는 1845년 바셀 주에서 3색으로 인쇄한 영원한 바셀 도브라고 하는 것이 최초이다.

우표는 많은 발명가가 주인공이 되면서 역사를 바꾸는 발명을 탄생시키는 촉진제 역할도 했다. 그리고 그 발명들이 조금씩 발전하면서 급기야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열게 되었다. 따라서 1790년 증기기관을 발명한 영국의 제임스 와트, 1837년 전신장치를 발명한 미국의 사무엘 모스, 1896년 무선전신을 발명한 이탈리아의 구리엘모 마르코니, 1876년 전화기를 발명한 미국의 그래험 밸이 우표에 자주 등장하는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이다.

우표에 가장 많이 등장한 발명가는 미국의 토마스 에디슨이다. 그의 수많은 발명품 중 백열전구와 함께 그려진 초상화 우표는 우표 수집가들이 가장 갖고 싶어 하는 우표 중의 하나이다.

라디오를 발명한 이탈리아의 구글리모 마르코니도, 자신의 이름을 따 헤르츠 파리라고 한 독일의 헤리츠도, 안테나를 발명한 러시아의 포포프도 우표 속에서 만날 수 있으며, 노벨상을 받은 발명가들이 우표에 등장하는 것 또한 자연스러운 일이 되었다.

발명가들이 등장하는 우표는 국경을 초월하기도 했다. 마다카스카르는 14세기 발명가 아르키메데스에서 1958년 레이저를 발명한 아더 슈왈로우에 이르기까지 역사를 앞당긴 발명가 16명이 등장한 우표를 발행하여 세계적인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 우표는 세계 발명사로서 발명교육 자료로도 손색이 없었고, 청소년들에게 발명가가 되겠다는 꿈과 야망을 갖게 하기에 충분했다.

우표는 한 국가의 발명을 진흥하는 역할도 했다. 아르헨티나가 좋은 예이다. 1994년 10월 1일 라슬로 비로의 볼펜 발명 50주년에 부에노스아이레스 우정국은 비로 등 3명의 아르헨티나 발명가들을 기념하는 우표를 발행했다.

아르헨티나는 이때 발명품 전시회를 중앙우체국에서 개최했고, 이 발명품 전시회에서는 수천 개의 특이한 볼펜으로 구성된 멋진 컬렉션이 탄성을 자아내게 했다. 우표는 하이테크 발명의 발전에도 크게 기여했다. 모든 로켓이 초기 모델부터 시작하여 전 세계 주요 국가의 우표에 등장하였다. 우표에 등장한 로켓은 거듭 개선되며 또다시 우표에 등장하였고 급기야 우주여행 시대를 앞당기게 하였다.

우리나라도 적지 않은 발명가들이 우표에 등장하여 발명 교육 및 진흥에 기여하고 있다. 훈민정음, 즉 한글을 발명한 세종대왕은 우표는 물론 1만 원권 화폐에도 등장했다. 한글의 우수성은 1989년 유네스코가 세종대왕상을 제정하고, 1997년에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한 것만으로도 입증되고 있다.

또 측우기-앙부일구-자격루 등 수많은 발명으로 우리 민족의 역사를 크게 앞당긴 장영실도 우표에 자주 등장했다. 장영실은 우리 민족 발명가 중 당연히 최고로 꼽히고 있다. 장영실 발명상과 장영실 발명문화상 등 그의 이름으로 제정된 상도 다수가 있다. 

이제 발명은 개인은 물론 기업과 국가의 경쟁력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우리나라는 우표에 발명가를 등장시키는데 인색한 것 같다.

우리나라는 선진국보다 산업화에는 뒤늦게 뛰어들었지만 IT산업에는 한발 앞서 뛰어들어 IT산업 강국의 자리에 오르기도 했다. 이제 4차 산업혁명이 당면 과제다. 여기에서 밀리면 선진국 진입은 어려워지게 된다.

우표가 앞장 설 때가 되었다. 우리나라의 자랑스러운 발명가와 그들의 발명품을 소재로 시리즈 우표를 발행하여 발명의 중요성을 널리 알리는 것이다. 앞서 많은 나라가 그랬듯이 우표가 발명을 활성화해 4차 산업혁명 성공의 선구자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출처 : 월간 우표 2019년 8월호)

왕연중
한국발명문화교육연구소장   유원대 IT융합특허학과 교수
저작권자 © 감탄시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