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 두통·어지럼증 ‘그저 피로 탓?’
일과성 허혈 발생 때는 반드시 검진받아야 … 발견·대응·재활 이를수록 회복속도 빨라


경기도 용인시에 살고 있는 주부 나재순(56)씨는 2년 전 이맘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식은땀이 흐른다. 2008년 12월 17일 남편 김무철(56·전직 공무원)씨가 퇴근길에 갑자기 쓰러졌다. 승진, 큰아들 결혼 상견례 등 좋은 소식으로 들뜬 연말에 청천벽력 같은 사건이었다. 원인은 뇌졸중이었다.

◆50대 이상·추운 겨울 특히 주의해야 = 뇌졸중이란 뇌 속 혈압이 높아져 혈관이 터지거나(뇌출혈) 막혀(뇌경색) 뇌세포가 손상되면서 그에 따른 신체장애가 나타나는 병을 뜻한다. 흔히 ‘중풍’이라고 부른다. 뇌졸중은 국내에서는 암에 이어 사망률 2위를 기록할 만큼 치명적이다. 대한뇌졸중학회에 따르면 국내에는 뇌졸중 환자가 약 76만명이며 10만명 당 약 216건의 뇌졸중이 발생하고 있다. 50~70대의 고령 인구에서 많이 발생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30~40대에서도 발병률이 높아지고 있다. 계절적으로는 혈관 수축이 자주 일어나는 동절기에 발병이 쉽게 일어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뇌졸중은 주로 고혈압, 고혈당, 술, 담배 등의 영향으로 생기는 동맥 안쪽 막의 상처에서 비롯된다. 이때 신체는 콜레스테롤을 이용해 내막층에 파인 홈을 복구하려고 한다. 이 과정에서 염증반응이 일어나고 이를 해결키 위해 백혈구들이 몰려 들어온다. 그 결과로 동맥경화가 생기고 혈전(피딱지)이 생성돼 혈관이 막히게 된다. 뇌혈관의 압력이 높아지면 두통, 어지럼증 등의 증세가 나타난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뇌졸중이라고 진단하긴 어렵다.

◆일시적 뇌졸중 증세는 ‘적신호’ = 나재순씨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나씨는 “남편이 오래 전부터 목이 뻣뻣하다거나 두통·어지럼증이 있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회상했다. 그러나 직장에서 생기는 피로와 스트레스가 원인이겠거니 했다. 주위에서 뇌졸중을 경험한 사람을 본 적이 없었고, 가족력도 없었기 때문이다. 김씨는 나씨가 목 뒤를 마사지해주면 한동안 괜찮아 하며 개의치 않았다.

이런 경우에는 다른 일시적 증상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과로와 스트레스는 일상적이지만 뇌졸중으로 이어질 위험을 키우는 요소이기 때문이다. 박송래 러스크 수지병원 원장은 “△한쪽 얼굴·팔·다리에 멍멍하거나 저린 느낌이 오는 경우 △아예 마비가 오고 힘이 빠지는 경우 △입술이 한쪽으로 돌아가거나 △말이 어눌해지는 경우 △이해력 저하, 의식저하 등이 일시적으로라도 온다면 뇌졸중 경고신호”라며 “이 때는 즉시 정밀검사를 받는 게 좋다”고 설명했다. 뇌졸중이 발생한 원인·위치·정도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뇌전산화단층촬영(CT)과 자기공명영상촬영(MRI) 검사가 활용되며 뇌혈관이 막힌 상태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뇌자기공명혈관조영술(MRA), 뇌혈관 조영술, 경동맥 초음파 검사 등이 필요하다. 박 원장은 “조기 발견 때는 아스피린 등 혈전용해치료제로도 병세를 호전시킬 수 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늦어도 3시간 내로 응급실 가야 = 김무철씨는 뇌졸중을 사전에 인지하고 예방하지는 못했지만 운이 좋은 경우로 꼽힌다. 심각한 뇌손상에도 불구, 응급처치와 수술이 즉각적으로 이뤄졌고 재활치료도 신속하고 꾸준히 받았기 때문이다. 뇌졸중으로 인한 사망은 대처가 늦어졌기 때문인 경우가 많다. 뇌졸중이 발생하면 늦어도 3시간 이내에 응급실로 가야 한다는 게 전문의들의 지적이다.

뇌혈관이 터지거나 막히면 그 순간부터 뇌세포에 공급되던 산소량이 급감, 세포 괴사가 일어난다. 뇌경색의 경우 조속히 막힌 뇌혈관을 뚫고, 뇌출혈의 경우 출혈을 신속히 멈추고 혈종을 제거할수록 경과가 좋다. 일단 뇌졸중으로 죽은 세포는 어떤 치료로도 다시 살리기가 어렵다.

김씨는 쓰러지던 날, 다행히 함께 있던 친구가 곧바로 119에 연락을 해 근처 대형병원에서 수술을 받을 수 있었다. 입원수속과 수술까지 3시간이 채 걸리지 않은 덕에 위기를 비교적 쉽게 넘길 수 있었다.

◆재활의지가 회복률 좌우 = 김씨 부부는 2달 후인 2009년 2월, 집 근처의 러스크 재활병원에서 재활치료를 받기 시작했다. 그때부터는 자신과의 싸움이었다. 나씨는 “처음엔 남편이 기억을 모두 잃은 상태여서 말은 커녕 음식조차 제대로 삼키지 못했다”며 “모든 것을 처음부터 다시 배워야 했다”고 말했다.

재활치료란 동작을 반복함으로써 감각을 자극해 망가진 뇌조직망을 재구축하는 과정이다. 얼마나 정확한 동작을 얼마나 많이 시도하느냐가 회복수준을 결정한다. 의사, 재활치료사, 환자, 보호자 모두의 끈기가 중요하다.

재활운동은 수술에서 회복되는 첫 1~2달을 제외하고 늦어도 3개월째부터 시작해야 한다. 박선구(재활의학과 전문의) 러스크재활병원 이사장은 “뇌의 회복력은 첫 3개월동안 제일 활발한데 대개 6개월까지를 운동회복, 12개월까지를 감각회복기간이라고 볼 수 있다”며 “이후에도 서서히 회복될 수 있지만 첫 시기가 가장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재활운동은 우선 침대에 누워 사지에 힘을 주는 데서부터 시작해 건강한 팔·다리로 마비된 부분을 들어올리거나 움직이는 등 단계별로 서서히 강도를 올려 진행된다.

이때 무리한 운동은 오히려 관절을 상하게 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하고,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양방과 한방을 겸한 치료가 바람직하다는 설명이다.

김씨의 경우 재활 초기 동작수행 평가 점수가 100점 만점에 7점으로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그러나 1년 이상 인내심을 갖고 꾸준히 재활치료를 받은 결과 요즘에는 묻고 답하는 의사소통을 비롯해 가벼운 걸음도 가능해졌다. 글쓰기를 평소 즐기던 김씨는 지난해 말에는 부인을 위해 시를 써서 낭송하기도 했다.

◆뇌졸중에 ‘완쾌’는 없지만 = 김씨의 회복이 예상보다 빨라 이들 부부는 1년 미뤘던 큰아들의 결혼식에도 참석할 수 있게 됐다. 나씨는 “남편이 이 정도 회복된 것에 감사하고 있다”며 “재활치료는 앞으로도 계속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원장은 “뇌졸중에 ‘완쾌’란 없다”고 말했다. 뇌졸중 후 신경학적 회복은 6개월에서 1년 후에 거의 종료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 기간이 지난 후에는 기능적 회복 외에는 추가적 신경회복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박 원장은 “재활치료를 꾸준히 하는 것은 그동안 회복한 기능의 퇴행을 막기 위해 필수적”이라고 덧붙였다.

내일신문 이재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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