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 요람, 도서관으로 떠나는 여행

 

지난해 여름, 세계도서관정보대회 참석을 위해 스웨덴을 찾았다. 그곳에서 본 도서관은 서고(書庫)에 대한 머리속 잔상을 송두리째 흔들었다. 도서관이 곧 박물관이고, 국가 지식의 상징이었다. 왕립도서관은 궁전과 같았고, 공공도서관은 건축예술을 그대로 담고 있었다.

도서관대회에서 만난 유수의 도서관장들의 자부심은 대단했다. 그들의 말투에는 국민의 지식정보 창고를 지키고 있다는 긍지가 배여 있다. 이런 도서관이라면 세계 도서관 순례를 떠나도 후회 없을 것이다.

도서관 순례라고 하면 지금은 구청장이 된 유종필 전 국회도서관장이 쓴 ‘세계 도서관 기행’이 떠오르지만 최정태 교수가 쓴 신간 ‘지상의 위대한 도서관’이 길라잡이가 될 것이다. 한국도서관·정보학회장을 역임하고 부산대학교 문헌정보학과 명예교수인 저자는 12개의 위대한 도서관을 차례로 걷는다. 지식정보의 창고로서 도서관, 그리고 미적·건축학적 관점에서 도서관을 꿰뚫었다.

지금이야 전자책이나 디지털 서비스로 인해 책이 인터넷을 타고 이동하지만, 과거에는 책이 모여 있는 도서관은 역사의 전부로 받아들여졌을 터이다. 중세 수도원도서관 앞에 “책은 황금보다 귀하니 생명보다 소중하게 다루라”고 써 놓은 것도 책이라는 물리적 실체를 중요하게 생각한 것이다. 물리적 실체에 대한 경외심이었을까, 중세의 그들은 도서관에 세계적 건축기술을 총동원한 듯 건물은 위압적이고 무게가 있었다.

 
이 책에 등장하는 영혼의 요양소 도서관은 모두 나름의 이야기거리를 가지고 있다. 그렇다고 저자는 도서관 순례 내도록 12곳에 대한 찬사만 늘어놓지는 않는다.

옛날부터 이집트 사람들은 도서관 창들도 모두 동쪽으로 냈다고 한다. 도서관 역시 먼저 태양신을 맞이해 그곳에 소장된 파피루스를 아침 햇살에 빨리 말려야 했다. 그래야 책을 오래 간직할 수 있었다. 이런 이야기는 세계 최초의 도서관인 이집트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의 이야기다. 저자는 도서관의 역사와 함께 주변 관광과 이용방법 등도 곁들였다.

저자는 2006년 ‘지상의 아름다운 도서관’을 출간해 도서관을 대중화시키는 데 일조했다. 유럽의 박물관·미술관 기행 등이 유명 관광상품이 되는 지금, 이 책을 읽고 나면 외국의 유명 도서관 기행을 여행 목록에 넣고 싶어진다.

(최정태 지음/한길사/2만원)

내일신문 김성배 기자 sb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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