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은이 김장성
 그린이 이윤희
 펴낸곳 사계절
 가격 9,800원

 

"옛날옛날 어느 마을에 참말로 복 없는 총각이 살았대요~"로 시작하는 이야기는 총각의 서천서역국 기행을 담은 로드무비식 구성이 흥미롭다. 왜 갑자기 여행을 떠나느냐고? 복이 없어도 너무 없기 때문이다. 나무장사를 나서면 한겨울에도 날이 따뜻해지고, 짚신장사를 나서면 마른날에도 별안간 비가 쏟아지는 식이니 운이 참으로 안 따라주는 사람. 참다못한 총각은 크게 결심하고 부처를 만나기 위해 길을 떠난다.

그림책의 내용은 '구복 여행 설화'의 여러 각편을 토대로 만들어졌다고. 서천서역국까지 복 타러 가는 길이 멀고도 험하지만 주인공은 성큼성큼 나아간다. 가는 길보다 만나는 인물과 사건에 초점을 둬 하나하나의 캐릭터를 관찰하는 맛이 쫄깃하다. 이야기만큼이나 그림도 우습과 단순하고 솔직하다. 해학적인 우리 옛이야기를 멋스럽게 풀어냈다.

그런데 총각은 어떻게 됐을까. 부처님을 만나 복을 추가로 받고 행복하게 잘 살았을까. 그건 아니다. 부처님은 혀를 끌끌 차며 말한다. "타고난 복이 그뿐이니 어쩔 도리가 없구나. 이걸 보아라. 사람마다 타고난 복은 적은 복장 부란다." 총각은 기가 꽉 막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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