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첨단기술
WHO “담배는 유일한 합법적 살인상품”

담배연기에 1급 발암물질 20여종 … 599가지 첨가물로 니코틴 흡수율 조절해 중독자 양산

세계보건기구(WHO)는 2008년 “담배는 사람을 죽이는 유일한 합법적 소비자 상품”이라고 정의했다.

전문기관의 분석에 따르면 담배연기에는 4000여종의 화학물질과 81종의 발암물질이 있고, 그중 20여종은 1급 발암물질인 것으로 밝혀졌다. 미국 워싱턴D.C. 연방법원 판사도 담배소송 관련 판결문에서 “담배회사들은 수입을 극대화한다는 단 하나의 목표아래 살인물품인 담배를 속임수를 통해 열성적으로 판매했다”며 담배를 살인물품으로 표현했다.

판결문이 지적한 담배회사의 속임수란 흡연자가 니코틴에 중독돼 계속 담배를 피우도록 고의로 니코틴을 조작했고, 니코틴 흡입과 함께 80여종의 발암물질과 20여종의 1급 발암물질, 4000여종의 화학물질을 동시에 흡입하게 되는 것을 알면서도 이를 은폐하고 방치했다는 것이다.

◆천연담뱃잎은 중독성 거의 없어 = 천연담뱃잎의 자연 니코틴은 염(소금)의 상태로 존재해 이를 태웠을 때 기화되는 비율이 낮아서 인체흡수율이 낮다.

또 기화된 니코틴이 폐에 들어가서도 폐 속의 물에 있는 수소이온과 재결합해 염상태로 복귀해 버리는 성질이 있어 혈액을 타고 뇌로 도달하는 니코틴의 비율이 아주 낮은 관계로 중독성이 아주 약하게 된다.

담배회사는 각종 첨가물을 통해 니코틴의 중독성과 흡수율을 높여 흡연자가 담배를 끊지 못하게 하는 ‘니코틴 조작’을 해오고 있는 사실이 미국의 담배소송 과정에서 밝혀졌다. 우리나라에서도 12년째 진행 중인 첫 담배소송도 니코틴 조작 여부가 큰 쟁점 중의 하나다.

담배에는 무게의 약 10%에 달하는 각종 첨가물이 들어가는 데 그 종류가 무려 599종에 달한다는 것을 미 담배회사가 공표했다. 담배회사가 첨가물을 투입하는 주된 목적은 니코틴 중독을 강화하기 위한 것임이 재판과정에서 밝혀졌다.

니코틴 조작이란 니코틴의 체내 흡수율을 높이기 위해 각종 첨가물을 사용해 염 상태의 니코틴을 기체상태의 프리니코틴 형태로 바꾸는 것이다.

◆중독자 만들려 ‘니코틴 조작’ = 프리니코틴은 재빨리 체내에 흡수가 되고 흡수가 빨라지면 흡연자는 더욱 빨리 자극을 받게 되므로, 프리니코틴 비율이 높을수록 흡연자의 약물중독 효과인 ‘충격’이 더욱 커지게 된다.

프리니코틴을 증가시키는데 사용된 니코틴의 주된 조작기술은 암모니아를 사용해 니코틴의 PH(산성도)를 높이는 방법이다. 연기 PH가 약 6.0 이상으로 증가하면서 총 연기 니코틴의 비율은 휘발성으로 흡연자에게 빠르게 흡수되며, 니코틴 ‘자극’으로 즉시 인지된다.

담배회사는 프리니코틴의 비율을 높이는 니코틴 조작을 통해 흡연자를 자사 제품에 중독시킬 수 있기 때문에, 니코틴 조작에 경쟁적으로 총 기술을 동원했다. 미국 필립모리스의 말보로 담배가 1978년 3위에서 1위가 된 것은 암모니아 기술을 동원해 니코틴 조작을 가장 먼저 했기 때문임이 밝혀졌다.

마약중독과 같은 니코틴 중독 = 담배회사의 고의적인 니코틴 조작을 통해 흡연자가 니코틴 중독환자로 변하는 과정은 마약중독자와 동일하다.

담배의 니코틴은 폐를 통해 혈액 속으로 흡수되고 4초 이내에 뇌에 도달하는데, 뇌의 수용체는 니코틴에 반응해 도파민 등 기타 신경전달물질을 생성함으로써 니코틴의 약물효과인 ‘충격’ 또는 ‘자극’을 흡연자에게 제공한다. 이는 몰핀, 아편, 코카인 등 마약류와 동일한 약물중독과정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수용체는 니코틴을 기다리는 상태가 되고 일단 니코틴에 맛을 들인 뇌의 수용체는 ‘굶주린 수용체’가 돼 더 많은 니코틴을 요구하고 니코틴이 들어오지 않으면 흡연자에게 극심한 금단증상이 발생하게 된다. 이리하여 흡연자는 니코틴, 즉 담배에 대한 강력한 의존성이 생기게 되고 니코틴 의존행위에 의해 반복적으로 니코틴을 몸안에 넣기 위한 흡연행위를 계속하게 된다

니코틴은 연기입자와 가스 등 수천개의 화학물질을 같이 운반하게 되며 결과적으로 흡연자는 니코틴과 함께 수천종의 화학물질에 포함된 독성과 발암성분에 지속적으로 노출돼 폐암 등이 유발돼 조기 사망하게 되는 것이다.

◆니코틴 흡수율 높이는 첨가물 = 담배회사가 니코틴 조작에 사용한 첨가물은 암모니아 화합물만이 아니다. 일반적으로 식용으로 안전한 것으로 알려진 설탕 등 식품첨가물과 식물추출물도 담배 속에 엄청난 양이 사용된다. 담배회사는 이러한 첨가물의 사용목적을 단지 향미를 높이고 흡연을 부드럽게 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주장한다.

공주대 신호상 교수는 담배 첨가물을 기능에 따라 7가지 종류로 분류했다. 그에 따르면 첫 번째로 담배에는 각종 암모니아 화합물이 첨가되는데 이는 연소되는 과정에서 연기의 PH를 높여주게 되고, 높은 PH는 니코틴염을 프리니코틴으로 전환시키게 된다. 프리니코틴은 담배연기 속으로 기화도 잘 될 뿐만 아니라 폐 조직 안으로 흡수율도 높아 흡연자에게 높은 니코틴 효과를 줄 수 있게 한다.

두 번째로 감마-헵타락톤(gamma-heptalactone) 등의 첨가물은 체내에 흡수된 니코틴이 오랜 시간 머무르도록 대사활동을 느리게 해주는 기능을 한다.

◆통증 못느끼게 하는 첨가물도 = 세 번째, 설탕도 담배에 들어간다. 설탕은 연소과정에서 독성물질이며 발암물질인 아세트알데히드를 생성시킨다. 이때 생성된 아세트알데히드는 니코틴 대사를 느리게 해 높은 혈중 니코틴 농도를 유지하게 하며 흡연자에게 담배의 습관성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

네 번째로 레불린산(Levulinic acid)와 같이 기관지 감각을 무디게 해 많은 담배연기가 폐에 도달하게 하는 첨가물도 있다. 또한 레불린산은 니코틴이 니코틴 수용체와 더 강하게 결합하게 해 니코틴의 효과를 높여주어 흡연자에게 만족감을 주게 하는 작용도 한다.

다섯 번째, 맨솔(Menthol)과 같이 진통제로 작용하는 첨가물도 있다. 이 첨가물은 진통제로 작용해 기관지에서 통증을 못 느끼게 하고 담배연기의 자극에 무디게 해 연기의 흡입량을 많게 함으로서 많은 담배연기가 폐에 도달하게 한다.

◆KT&G 첨가물 은폐여부 쟁점 = 여섯 번째, 카페인이나 코코아도 첨가물로 들어가는데 이 물질들은 연소시 기관지확장제로 작용해, 기관지가 확장되면서 더 많은 담배연기가 폐에 도달하게 하는 기능을 한다.

일곱 번째, 이소바레릭 애시드(Isovaleric acid)란 첨가물은 남성의 성적 흥분을 일으킬 수 있는 페르몬으로 작용해 남성 흡연자의 흡연을 유도하는 작용을 한다.

이렇듯 담배회사의 설명과 달리 각종 첨가물들은 니코틴 중독성을 높이기 위해 인위적으로 첨가된 것들이다.

우리나라 담배소송에서도 첨가물이 쟁점 중 하나다. 감마-햅타랙톤, 레불린산, 맨솔 등 주요 첨가물들은 KT&G가 공개한 첨가물 목록에도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KT&G는 “첨가물을 넣기는 하지만 600여종이 아닌 240여종이고, 이 첨가물도 단지 향이나 맛을 좋게 하기 위한 목적이지 니코틴 흡수율을 위한 목적으로 니코틴 조작을 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특히 암모니아를 이용한 ‘니코틴 조작’에 대해서는 “전혀 암모니아를 쓰지 않는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반면 담배로 인해 폐암에 걸렸다고 주장하는 원고측 변호인은 “실험결과 KT&G 담배에서 스스로 밝힌 첨가물 이외의 것들이 밝혀졌다”며 “KT&G가 첨가물 목록을 은폐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사용목적에 대해서도 허위주장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내일신문 장병호 기자 bh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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