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높은 어딘가에 붕~ 떠 있는 예술을 지상으로 끌어 내리겠다며 의기투합한 출판, 사진, 미술 전문가들의 아지트, 구의동 ‘닻 프레스.’ 

홈페이지를 아무리 뒤져도 닻 프레스가 언제 그곳에 정박했는지는 알 수 없다. 후각과 여섯 번째 감각으로 짐작하건대 아마 그리 오래진 않은 듯하다. “현대미술이 자본주의와 엘리트주의 아래 놓여 있다”면서 “작가, 큐레이터, 관객 간의 커뮤니티”를 주장하는 닻 프레스의 모토는 “예술이 세상을 변화시킨다”. 그러려면 가장 먼저 예술을 세상 속으로 침투시켜야 할 터, 닻 프레스는 커뮤니티를 통한 전시와 출판, 교육의 연계에서 방법을 찾는다. 미술관을 만들고, 전시회를 열고, 출판물을 간행하고, 교육 프로그램을 개설하여 관람객을 유인하는 한편 직접 찾아가 만난다는, 적극적이면서도 낭만적인 태도다.

<사진가의 포스터>전은 이러한 방침 아래 열린 전시회인데, 사실 어딘가 모르게 고개가 갸웃거려지는 구석이 있다. 이모젠 커닝햄, 어빙 펜, 아놀드 뉴먼, 필립 할스먼, 에드워드 웨스턴 등 이름만으로도 아찔한 20세기 유명 사진작가들의 전시회 포스터를 그러모은 이번 전시는, ‘사전에’ 이들의 거대한 네임 밸류를 충분히 인식할 것을 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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