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디지털단지의 안전을 책임진다
가리봉5거리 수출의 다리 차량 정체 심해 불안

 

2010년 부산 해운대구 소재 우신골드스위트 주상복합건물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처음 화재가 발생한 곳은 용도상 수도 배관이나 전기 등의 장비가 설치된 일명 피트층이었다. 소방법상 스프링클러를 설치하지 않아도 돼 자동소화설비가 없어 화재 초기 소화가 불가능했다. 지상 4층에서 처음 발생한 불은 30분도 채 안 돼 옥상까지 번졌다. 화재발생 신고 후 3분 만에 소방서 대원들이 현장에 도착했지만 완전진화까지 8시간이 걸렸다.

서울디지털단지는 100개 가까운 지식산업센터(구아파트형 공장)에 10,000개가 넘는 기업이 입주해 있다. 근로자 수만 14만명에 가깝다. 고층건축물 화재시 대피할 수 있는 시간은 3~5분밖에 없다. 평소 대피요령을 숙지하고 있지 않으면 큰 인명 피해가 발생할 수도 있다.

조경이 소방차량 진입 어렵게 해

 
구로소방서 공단119안전센터는 1974년에 개소해 현재 3교대 근무체재로 40여명의 소방관들이 구로3동, 가리봉동, 가산동의 소방안전을 책임지고 있다.

공단119안전센터 이상구 센터장은 “과거에 비해 첨단설비를 갖춘 아파트형 공장이 늘고 있어 소방시설이 정상 가동되기만 하면 안전한 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아파트형 공장은 건물 창문이 작은 밀폐형 구조로 돼 있는 경우가 많아 화재시 연기 배출이 안 돼 질식 우려가 큰 곳이기도 하다”는 말도 덧붙였다.

게다가 아파트형 공장 건물 하나당 수용인원은 평균 2,000명에서 많게는 5,000명에 육박한다. 다수의 군중이 일시에 탈출할 때 혼란이 가중될 우려가 있다. 뿐만 아니라 조경을 우선시한 아파트형 공장은 화재시 소방차량 진입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 고가장비가 있어도 조경을 피해 사다리를 설치하느라 10층 높이로도 못 올라가는 것이다.

이상구 센터장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소방안전 공간을 먼저 확보한 후 조경을 설치하도록 정부 차원에서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아파트형 공장 밀집 지역’이라는 지역 특수성을 고려한 맞춤형 장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소방차 출동시 목숨 걸고 간다

 

“아무리 강렬한 화염 속에서도 한 생명을 구할 수 있는 힘을 제게 주소서. 신의 뜻에 따라 저의 목숨을 잃게 되면 신의 은총으로 저의 아내와 가족을 돌봐주소서”

미국 소방관 앨린 윌리엄 린이 쓴 ‘소방관의 기도’라는 시다. 우리나라 소방서에도 비치돼 일종의 소방관 복무 신조로 일컬어진다. 최근에는 드라마 ‘시크릿 가든’에 소개돼 다시 주목을 받았다.

이상구 센터장은 “공단119안전센터는 서울시 소재 189개 소방센터 중 구급 출동 16위다. 서울디지털단지가 많이 발전됐긴 했지만 교통망은 여전히 취약하다. 구급 출동시에는 위험을 무릅쓰고 목숨을 걸고 간다”고 말했다. 특히 “가리봉5거리 수출의 다리는 차량 정체가 심해서 가장 불안한 지역”이라고 밝혔다.

이상구 센터장은 “5분 이내에 현장에 도착해야 화재 초기 진압이 가능하다”고 밝히며 “소방차가 보이면 양보운전을 해달라”고 당부했다.

시민의 믿음이 좋다

 

올해 공단119안전센터의 슬로건은 ‘안전과 예방’이다.

이상구 센터장은 “사람들은 화재가 나지 않으면 소방관들이 쉬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 장비점검을 비롯해 출동훈련, 정기적인 소방훈련, 지역주민을 위한 안전교육 등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사전 교육을 철저히 한다”고 밝혔다.

또 “입주자들의 안전 불감증이 심각하다”며 “화재가 일어났을 때는 가급적 엘리베이터를 타지 말라”고 당부했다. 화재로 인해 엘리베이터가 고장나면 더 큰 인명 피해를 입을 수 있고, 소방관들의 초기 진압에도 어려움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소방관들은 소방 업무는 물론이고 동물 구조, 열쇠 따기, 벌집 치우기, 고드름 제거 등 잡무에 시달린다.

이상구 센터장은 “소방서에 전화하면 모든 게 다 이뤄진다는 시민의 믿음이 좋다. 하지만 화재 진압처럼 긴박한 일에 업무를 할애할 수 있도록 119 신고에 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 Tip 고층건축물 화재시 대피요령

고층건축물에 화재가 났을 때는 건물의 구조와 발화 장소, 발화장소로부터 자신이 위치한 곳까지의 거리 등 여러 조건에 따라 대피 방법이 달라질 수 있다.

고층건축물에 화재가 났을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발화 장소가 몇 층인지를 아는 것이다. 자신이 위치한 곳이 발화장소보다 위인지 아래인지를 판단하고 발화위치를 정확히 판단한 후 대피해야 한다.

◆자신이 있는 곳에서 불이 났을 때 = 초기 진화에 실패한 경우 창문과 출입문을 꼭 닫고 대피해야 한다. 문을 열어둔 채로 대피하면 산소 공급이 왕성해져 불길이 더욱 거세지기 때문이다.

◆아래층에서 불이 났을 때 = 아래층에서 불이 나면 내부의 계단이나 엘리베이터는 연통 구실을 하므로 거의 사용할 수 없다. 일단 불이 난 곳에서 옆 방향으로 멀리 대피한 후 비상구 계단을 이용해 아래쪽으로 대피해야 한다. 만약 화염과 연기로 인해 대피가 불가능하면 옥상으로 대피한 후 바람을 등지고 구조를 기다려야 한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화재를 알았을 때 = 가장 가까운 층에서 엘리베이터를 세우고 위 요령으로 대피해야 한다. 엘리베이터에 그대로 머물러 있으면 전기계통 고장으로 엘리베이터가 층의 중간에 설 수 있고 연기에 질식할 수도 있다.

※대피시 세부행동요령

●화재가 발생하면 먼저 화재경보기를 누르고, 소방서에 바로 신고
●연기가 가득한 장소를 지날 때는 최대한 낮은 자세로 대피
●닫힌 문을 열 때는 손등으로 문의 온도를 확인하고 뜨거우면 절대로 열지 말고 다른 비상통로 이용
●대피 못한 사람이 있을 경우 소방관에게 인원수와 최종 위치를 정확히 전달
●대피하지 못한 경우 밖으로 통하는 창문이 있는 방으로 들어가 구조를 기다릴 것
●방 안으로 연기가 들어오지 못하도록 문틈을 커튼 등으로 막고, 주위에 물이 있으면 옷에 물을 적셔 입과 코를 막고 숨을 쉬어야 한다

 

김혜진 기자 friifrii@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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