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 메노포즈
진짜 여자가 되는 즐거운 마법

 

넉넉하지 못한 생활 때문일까. 엄마는 늘 삶에 전투적이었고,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그래서인지 엄마의 감정 따위는 적당히(?) 외면하고 살았다. 그러던 엄마가 어느 날 이유 없이 짜증을 내고 한동안 우울증을 겪을 때, 그저 경제적인 이유 때문인가 보다 지나친 일이 가끔 생각난다. 그때가 엄마의 폐경기였는데 말이다. 뮤지컬 <메노포즈>를 세 번이나 본 이유가 그것이라면 어불성설인가?

‘폐경’ ‘폐경기’라는 뜻의 단어인 ‘메노포즈’. 여자로서 인생이 끝난다는 생각에 우리 엄마처럼 우울해지기 십상이다. 그러나 뮤지컬 <메노포즈>는 결코 우울하지 않다. 오히려 우울한 이 단어를 유쾌하고 코믹하게 풀어낸다. 이 작품에서는 중년 여성 네 명이 우연히 백화점 세일 코너에서 만나 각자의 고민을 나눈다. 그리고 ‘폐경기’ 동안 여자로서 정체성을 잃는 것이 아니라 당당하고 새롭게 다시 태어날 것을 다짐한다.

이번 뮤지컬 <메노포즈>에는 눈에 띄게 달라진 점이 있다. 무대는 고급스럽고 화려해지고, 의상은 주인공들의 심리적 변화를 뚜렷하게 보여줄 수 있도록 업그레이드되었다. 무대의 색감은 한층 더 강렬하고, 구조물은 LED 조명으로 반짝거린다. 보라와 빨강을 메인 컬러로 사용하여 <메노포즈>만의 화려하고 우아하면서도 정열적인 느낌을 살렸다. 주인공들의 수다의 장이 되는 백화점은 주인공들이 오랜만에 시내 유명 백화점에 들렀다는 사실을 강조하기 위해 고급스러운 백화점 내부를 그리고 있다. 또 주인공들의 심리적 변화를 뚜렷하게 보여줄 수 있도록 심리 변화 전후의 의상에 확실한 구분을 주었다. 변화 전의 의상은 종전보다 수수하게 표현하여 중년 관객들은 나의 모습을, 젊은 층의 관객들은 우리 엄마의 모습을 찾아볼 수 있다. 갱년기를 극복하리라는 의지를 얻은 뒤에는 럭셔리하고 화려한 의상을 입고, 여자들의 고민을 던져버리고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는 느낌을 강하게 전달한다.

무릎을 치며 웃다가, 코끝이 찡해지는 감동이 밀려온다. 오래전 엄마를 떠올리다가 어느새 내 이야기가 된다. 공연이 끝나고 귀에 익숙한 ‘YMCA’의 멜로디가 시작되면 배우들은 관객들과 함께 축제에 빠져든다. 두 시간 동안 그녀들의 이야기에 동화된 관객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배우들의 손짓에 따라 무대 위로 올라간다. 신나는 멜로디에 맞춰 온몸으로 춤을 추며 다시 태어난 첫날을 만끽한다. 무대 위에 함께 서 있는 동지들과 함께 끈끈한 유대감을 맛보고, 새로운 삶에 대한 희망과 의지는 <메노포즈>에서 받는 가장 큰 에너지다. 언제 들이닥칠지 모르는 ‘메노포즈’. 폐경에 대해 고민하는 대한민국 중년 여성들은 뮤지컬 <메노포즈>로 인해 진짜 여자가 되는 즐거운 마법에 걸릴 것이다.

미즈내일 박선순 리포터 ss7262@hanmail.net

 

공연기간 5월 15일까지  / 공연장소 두산아트센터 연강홀  
관람등급 14세 이상  / 관람료 4만~8만 원 / 공연문의 02-744-4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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