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지역-세대 연결, 커뮤니티형 대학
구로 전체를 예술대학으로

 

누구나 선생님이 되고 누구나 학생이 될 수 있는 대학이 있다. 무엇이든 수업으로 만들고 마을 주민에게서 지혜와 일을 배우는 ‘구로는 예술대학’이다. ‘구로는 예술대학’은 구로에서 문화예술로 청년-지역-세대를 연결하는 커뮤니티형 대학이다. 구로 안에서 선생님을 찾고, 구로의 일상 공간을 교실 삼아 구로 전체를 하나의 예술대학으로 만드는 활동을 한다.

작년 한해 ‘구로는 예술대학’ 수강생들은 구로의 구석구석을 누비며 많은 주민들을 만나 그들이 가진 삶의 지혜를 나눴다. 손님 사주에 따라 옷을 만들어주는 옷가게 주인, 구로시장의 마당발 삼천리 커피 아주머니, 이웃에게 음악을 선물하는 직장인 밴드 등 총 13팀 34명의 주민예술가들이다.

올해 ‘구로는 예술대학’의 총장을 맡은 김찬기 씨는 “예술이라고 해서 거창한 것은 아니다. 사람을 통해서만 배울 수 있는 지혜가 예술이고, 지혜가 녹아든 삶을 사는 주민이 예술가다”고 말했다. 마을대학 만들기 학과 수강 후 올해 마을대학 만들기 코디네이터가 된 박희진 씨는 “구로 탐방을 통해 많은 사람들을 만나며 한 뼘 더 성장할 수 있었다. 세상풍파를 견딘 어르신들의 인생경험에서 나온 진실된 충고는 그 어떤 책보다 울림이 크다”고 전했다.

사람과 사람을 잇는 대학

 

‘구로는 예술대학’은 구로의 숨겨진 문화 예술을 발견하고 발전시키기 위해 문화예술분야의 사회적 기업인 노리단이 서울시, 문화체육관광부, 구로문화재단의 지원을 받아 운영하는 마을대학이다. 2010년 지역사회 문화예술교육 활성화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됐다.

작년 한해 ‘구로는 예술대학’은 ‘마을대학 만들기학과’, ‘엄청난 영화학과’, ‘상상으로 떠나는 책여행학과’, ‘이야기로 하는 사진학과’, ‘조금 다른 미술학과’, ‘생활디자인학과’ 등 다양한 예술장르를 다루는 6개의 학과를 운영했다.

한국문화예술진흥원은 ‘2010 사회문화예술교육 활성화 지원사업’ 평가에서 지역밀착형 프로그램 운영, 지역활동가 양성 프로그램을 통한 매개자 발굴, 지역민의 다양한 요구를 수용할 수 있는 프로그램 등을 높이 평가해 ‘구로는 예술대학’에 최고 등급상을 수여했다.

일명 ‘구로커’라고 부르는 ‘구로는 예술대학’의 수강 대상자는 △행정구역상 구로구 주민 △구로 소재의 직장인 △구로에서 학교를 다니는 학생이다. 1년 3학기 과정으로 진행되며, 올해 1학기는 4월 16일부터 6월 4일까지 매주 토요일 2시~5시에 진행된다.

수업은 마을축제를 위한 마을대학 홍보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데에서 시작된다. 매주 테마를 정해 마을을 탐방하고 주민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실행한다. 이 과정에서 ‘구로는 예술대학’의 작년 수강생과 선생님을 초대해 마을탐방 노하우를 듣고, 마을대학을 소개하는 상황극 놀이도 진행한다. 학기 말에는 마을에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긴 인터뷰 책을 발간한다.

김찬기 씨는 “평범하게 살아온 삶 안에, 어느 할머니의 이야기 속에 예술이 있다. 서로가 가진 일상 속의 예술을 서로 나누게 하는 것, 그 매개체 역할을 하는 게 우리 대학이 하는 일이다”고 말했다.

지역의 활력을 위한 청년 자원 필요

서울디지털단지의 근로자 수는 13만명에 육박한다. 하지만 서울디지털단지를 기반으로 한 커뮤니티는 활성화되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가장 큰 문제는 청년들이 서울디지털단지에 관심을 가질 기회가 부족한 것이다. 서울디지털단지는 ‘일터’라는 개념이 앞서는 곳이기 때문이다.

김찬기 씨는 “경쟁사회에서 청년들은 지역을 돌볼 마음의 여유가 없고, 지역 안에서 사람과 사람이 부딪히는 온기를 느껴본 적이 없기 때문에 지역에 기반한 모임에 쉽게 참여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디지털단지의 가치와 의미를 되새겨 볼 수 있는 기회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작년엔 기존의 ‘대학’이 가진 이미지가 강해 ‘구로는 예술대학’의 정체성을 설명하기가 쉽지 않았다. 김찬기 씨는 “일상을 예술화하는 것, 일상을 예술로 바라볼 수 있는 눈을 기르는 것, 더 나아가 구로공단으로 대표되는 회색 이미지를 변화시키고 구로 지역에 청년들이 모일 수 있는 커뮤니티 공간을 만드는 것이 우리 대학의 취지다”고 설명했다.

5분 선생님

‘구로는 예술대학’ 수업 중 눈에 띄는 것은 누구나 5분 안에 선생님이 될 수 있는 ‘5분 선생님’ 수업이다. 짧은 시간 내에 각자가 가진 숨겨진 재능을 발견하고 표현하는 수업으로 경험, 고민, 생각, 습관들에서 비롯된 아주 사소한 것 중 5분 안에 서로에게 알려줄 수 있는 것을 포스트잇에 써 그중 가장 호응이 좋은 4개의 수업을 즉석에서 듣는다.

김찬기 씨는 “구로에서 찾아내야 할 선생님들은 자신이 어떤 재능을 가지고 있는지, 그것이 어떤 가치를 지니고 있는지 잘 모를 수 있다. ‘5분 선생님’ 수업을 통해 사소한 것도 배워보는 시간을 가짐으로써 무심코 지나쳤던 사소한 것에서 특별한 가치를 끄집어낼 수 있다”고 말했다.

작년 마을대학 만들기 학과가 펴낸 책에는 ‘다 팔고 휴가가자’라는 문구를 써 붙인 쌀집아저씨의 위트에서부터 50년 된 구로시장의 빈티지 소화기, 채소를 심은 리어카를 끌고 산책 다니시는 할아버지 등 무심코 지나칠 수 있었던 일상의 풍경을 따스하게 바라본 그들의 마음이 엿보인다. 김찬기 씨는 “올해도 구로 전체를 예술대학으로 만들기 위해 더욱 많은 주민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구로는 예술대학’을 활성화하기 위해 다양한 수업을 기획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혜진 기자 fri@gamta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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