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르코의 마법 물감
지은이 벨라 발라즈
옮긴이 햇살과나무꾼
그린이 김지안 펴낸곳 사계절출판사
8,800원

어린 시절 읽은 도서 가운데 아이에게 꼭 권하고 싶은 책이 있는지? 많은 목록이 쏟아지겠지만 일본에서는 신기하게도 이 책이 꼽힌단다. 게다가 유명 평론가들 사이에선 성장동화의 백미로 평가 받는다고. 세상에 나온 지 90년이나 된 고전이다. 일단 작가는 헝가리 출신의 벨라 발라즈(1884~1949). 타이틀이 좀 특별하다. 20세기를 대표하는 예술가이자 사상가로 영화감독, 각본가, 시인, 소설가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했다고 한다. 무엇보다 초창기 영화 이론과 제작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 인물로 알려졌다.

그래서인지 색채 이미지가 풍부하고도 강렬하다. 특히 작품 전반에 흐르는 푸른색 이미지는 마치 영사기에서 새나오는 빛처럼 신비스러운 느낌을 준다.

“모자 안에서 또 한 번 쿠르릉! 하고 천둥이 쳤다. 이번에는 처음보다 좀더 소리가 컸다. … 그때 갑자기 노박 선생님의 신사 모자 속에서 총소리처럼 요란한 소리가 나더니 물줄기가 선생님의 얼굴을 타고 주룩주룩 흘러내려 옷깃 속으로 떨어졌다.”

작가의 영화적 상상력이 고스란히 투영된 장면이라 하겠다. 줄거리는 한 아이가 어린 시절과 작별하고 어른의 세계로 들어가기까지 과정. 중요 모티프는 ‘길 찾기’로 대부분 성장 이야기에 자주 등장하는 장치다. 자연스레 판타지 형식을 띠면서 마법 물감을 둘러싼 신기하고도 재미있는 모험이 펼쳐진다. 그러다 결말로 향하면서 판타지는 살짝 로맨스로 바뀐다. 마법 물감이 바닥나자 주인공 페르코는 반바지에 떨어진 물감 한 방울 때문에 영원히 반바지를 벗지 않겠다고 고집을 부린다. 그 후 3년이 흐르고 어느 날 어릴 적 여자친구가 다가와 말한다. 나랑 산책할 마음이 있다면 그 어린애 같은 바지는 이제 벗으라고. 그리고 난 네가 원하는 것이라면 뭐든지 할 수 있어, 이성에 눈뜬 남자아이의 가슴 설레는 첫사랑을 알리면서 아이의 치열한 성장담은 막을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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