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40 뉴 올드 문화]

Special Part 1  올드 문화 기폭제! ‘세시봉 친구들 콘서트’ 현장을 찾다

타임머신을 타고~ 그때를 아시나요?

 

내 나이 마흔, 올드 문화에 익숙하기보단 요즘 아이돌 그룹에도 관심이 많아 어설프게 낀(?) 세대. 그런데 지난 추석에 MBC-TV <놀러와>에 출연한 세시봉 친구들은 깊숙하게 생활 속으로 들어왔다. 어느 순간 내 컬러링이 조영남씨의 ‘딜라일라’로 바뀌고, 남편은 퇴근길에 트윈폴리오 음악이 담긴 CD를 사들고 온다. 설거지를 하면서 ‘웨딩케익’을 흥얼거리고, 아이랑 ‘고래사냥’을 목청껏 불러본다. 그래서 달려갔다. <세시봉 친구들 콘서트> 현장으로~.

콘서트 시작 한 시간 전에 도착한 안양문화센터 로비는 벌써부터 북적거린다. 부부 동반은 물론 시어머니, 며느리, 손자 3대가 함께 한 관객도 있다. 다섯 명 정도씩 무리 지어 있는 50대 소녀(?)들은 모두 한껏 멋을 부렸다. 축제 분위기를 연상케 하며 상기된 모습도 보인다. 객석은 꽉 차 있다. 실제로 7월 말까지 매진이란다. 

무대에 마련된 스크린에 관람객들 모습을 비추는 이벤트가 진행된다. 자막으로 질문이 나오고 관객들은 흥미롭게 쳐다본다. 부부인 듯한 사람들을 보여주며 “실제로 부부 맞으세요?”라는 질문을 한다. 그들만이 공감하는 이야기인양 여기저기 폭소가 터져 나온다.

MC 이상벽씨가 등장한다. “세시봉이란 뜻을 아십니까?”로 말문을 연다. 그래, 세시봉이 뭐지? ‘정말 좋다!’는 뜻이다. 그 예전 무교동에 있던 낭만 가득한 음악 감상실 ‘세시봉’에 대한 설명이 계속된다. 당시 유행하던 식인종 시리즈, 참새 시리즈, ‘삶은 달걀과 오란씨’ 이야기가 계속된다. 관객들은 몰입되어간다. 잠시 회상에 젖는 사람들도 보인다. ‘세시봉 친구들은 박수 쳐주면 죽기 살기로 노래한다”며 이상벽씨는 본격적인 콘서트 시작을 알린다.

와~절대 동안 김세환씨다. ‘옛 친구’ ‘사랑하는 마음’ 등을 부르자 야광봉이 흔들리고 박수가 터져 나온다. “한물간 줄 알았는데, 좀더 해도 되겠네요?”라고 말하는 김세환씨의 감미로운 음색. 이어 윤형주씨 무대다. “오늘 우리 50대 소녀, 60대 소녀 분들 많이 오셨네요? 그동안 많이 외로우셨죠?”라고 인사말을 건네고 특유의 맑은 노래들을 부른다. 어떤 잡념도 떠오르지 않는 순간이다. 그의 말대로 추억의 보석 상자를 하나씩 꺼내 보는 듯한 관객들. 이렇게 촌스러운 노래들이 그리웠냐며 더 촌스러운 노래를 부를 생각으로 송창식씨를 부른다. 어느 관객이 “우유 빛깔! 송창식!”을 외치자 모두 웃으며 함께 외친다. 우리의 시원한 송창식 아저씨. “무슨 노래 부를까요?”라고 하자, ‘고래 사냥’이라고 한다. 요구하지 않아도 부르는 노래라며 1만 번도 더 불렀다고 한다. 그리고 최고의 기타리스트 함춘호씨도 함께 한다. 이어지는 트윈폴리오 무대. ‘하얀 손수건’ ‘웨딩케익’ 등 주옥같은 노래들이 쏟아져 나온다. 그리고 이들의 원년 멤버인 모 그룹 전무님이 나와 함께 팝송을 부른다. 이들의 무대는 경이롭기까지 하다. 슬쩍 눈물도 흘리고, 마냥 행복해하기도 한다. 어느 순간 함께 한 사람과 손도 잡아본다. 2시간 반이 훌쩍 넘는 시간이지만 아쉽기만 하다. 세시봉 친구들 콘서트>의 주인공 송창식(64), 윤형주(64), 김세환(63)의 나이를 합하면 191세다. 이제 곧 노령 연금을 받을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온 연령을 아우르며 ‘세시봉 신드롬’을 불러일으킨 이유가 뭘까? 대중문화에서 소외되던 중·장년층에게는 그리운 추억을, 획일화된 상품에 익숙해진 젊은 세대에게는 음악 본연의 아름다움을 경험하게 해준 이유가 아닐까. 그리고 그들의 40년 음악 인생의 진정성이 빚어낸 결과일 것이다. 음악의 깊이에 가슴을 울리는 목소리, 송창식씨. 달콤한 목소리와 건강한 노랫말의 아티스트, 윤형주씨. 포크계의 영원한 아이돌, 꽃미남 김세환씨. 세시봉 친구들! 포에버~ 

<세시봉 친구들 콘서트> 기획자 하우성 대표

 
<세시봉 친구들 콘서트>에 대한 각종 궁금증을 기획자인 더블유에스엔터테인먼트 하우성 대표에게 물어봤다.

콘서트를 기획한 이유는?

2001년 송창식, 윤형주, 김세환, 양희은이 함께 한 콘서트 <포크 빅 4>이후  매년 서울에서 공연을 했다. 같은 공연을 10년 이상 하다 보니 컨셉트를 바꿔야겠더라. 송창식과 윤형주의 데뷔 무대인 우리나라 최초의 음악 감상실 ‘쎄시봉’이 떠올랐다. 그래서 <대학생의 밤>이라는 프로그램을 진행한 이상벽씨와 함께 모여 만들었다.

요즘 대세가 올드 문화, 왜 하필 ‘세시봉 친구들’이 인기인가? 

중·장년층이 문화적으로 많이 외로웠던 것 같다. 바쁜 일상으로 인해 잊고 있던 나와 부부의 아름다운 추억들을 되 살려보는 계기가 된 것 같다. 이를 소재로 공유하며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무엇보다 ‘공감’이 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미즈내일 박선숙 리포터 ss7262@hanmail.net

Special Part 2
숨어 있는 올드 문화 공간 탐방

…오늘 정말 횡재한 기분입니다. 30년의 세월을 다시 찾은 듯하군요. 모처럼 찾은 서울 하늘 아래 아직 이런 곳이 있다는 것이 숨겨놓은 보석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런 곳이 여전히 남아 있다는 사실에 감격합니다… 최근 올드 문화 아지트로 주목받는 ‘LP時代 음악의 숲’에서 찾은 한 손님의 메모다. 그립다면 찾아라! 올드의 향연이 이어지는 공간에 가봤다.

Old place 1. LP時代 음악의 숲

 
요즘 때아닌 성황을 이루는 곳이 있다면 단연 복고풍의 음악 카페다. 그중에서도 중구 광희동 골목에 자리 잡은 ‘LP時代 음악의 숲’은 단연 돋보이는 공간. 그 옛날 아지트를 찾듯 골목을 끼고 또 다른 골목에 들어서니 LP時代라는 등이 어두운 골목을 밝게 비춘다. 한눈에도 수천 장은 될법한 LP판들이 한쪽 벽면을 가득 메운 이곳은 LP 전용 음악 카페다. 평일 초저녁 시간이라 그런지 카페 안은 손님이 한두 테이블밖에 없었다. 하지만 저녁 9시가 넘으면 빈 테이블 찾기가 어려울 정도로 찾는 이가 많단다. 언제고 맘만 먹으면 원하는 음악을 인터넷에서 내려받을 수 있는 시대에 낡은 LP판이 가득한 이곳으로 사람들이 몰리는 이유는 뭘까?

이곳의 주인이자 DJ인 김재원(58) 사장은 “그 시절의 그 노래와 감성”을 그 이유로 꼽는다. 주로 찾는 손님층은 40~50대. 최근 그 연령층이 낮아져 회사 동료들끼리 찾는 30대도 늘고 있다고. 김 사장이 중학생 시절부터 40년 넘게 수집해왔다는 4천 장에 이르는 LP판이 이곳의 보물이다. 이곳에서는 1970~1980년대 대학가 앞 음악다방이 그러했듯 즉석에서 메모지에 신청곡을 써 DJ에게 주는데, 신청곡 상위권을 차지하는 가수들은 늘 요지부동이란다. 1위는 이문세, 2위는 조용필, 3위는 김정호다. 신청곡을 들으며 추억에 잠겨 눈물을 흘리는 이도 있고, 젊은 날의 흥에 겨워 춤을 추는 이도 있다고. 팝송으로는 비틀스, 아바, 엘비스 프레슬리, 카펜터스의 노래들이 자주 찾는 신청곡들이다. 최근엔 삼삼오오 찾는 주부들의 발걸음도 이어지고 있다니 한번쯤 젊은 날의 감성이 그리운 날 찾을 만하다.

영업시간 오후 6시~다음 날 새벽 2시
문의 02-2274-2254

Old place 2. 낙원악기상가

 
올드 문화 열풍에 바빠진 곳이 또 있다. 다름 아닌 낙원악기상가다. 복고풍 음악으로 대변되는 올드 열풍에 힘입어 최근 통기타와 클래식 기타를 배우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기 때문. 올해로 낙원악기상가를 지킨 지 30년째인 장천익(60ㆍ대창악기 피아노사)씨는 “최근 통기타 바람이 불면서 낙원악기상가를 찾는 이들이 늘고 있다”며 “일시적인 현상이지만 혼자만의 시간에 익숙한 요즘 젊은 층에게 함께 노래 부르고 연주하는 올드 문화가 더없이 좋은 바람”이라 말한다. 낙원악기상가에서 기타를 판매하는 장동석(27ㆍ프레이즈 악기)씨는 판매율이 20~30퍼센트 상승했다고 전한다. 여기엔 쎄시봉 열풍에 이어 악기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의 변화도 주효한 역할을 했다는 게 그의 생각. “경기가 안 좋아지면 가장 타격을 받는 게 악기 시장이죠. 악기가 사치성 품목이라는 선입관 때문인데 지금은 그게 많이 사라졌어요.” 가장 많이 달라진 건 낙원악기상가를 찾는 연령층의 변화. 학교 내 특별활동을 위해 기타를 찾는 중ㆍ고등학생은 물론, 최근엔 방과 후 수업으로 기타반이 생기면서 부모님 손을 잡고 오는 초등학생들도 쉽게 볼 수 있다. 놀토를 앞둔 금요일 오후부터는 가족 단위 손님들로 북적북적하단다.

영업시간 오전 9시~오후 8시(일요일 휴무)
위치 서울 종로구 낙원동 284-6

Old place 3. 청춘극장

 
나탈리 우드, 앤서니 퀸, 그레고리 팩, 소피아 로렌, 오드리 헵번… 이들의 공통점은? 우리 부모님 세대를 풍미하던 왕년의 스타들이다. 최은희, 남진, 신성일, 원미경, 최무룡은 또 어떤가. 이 쟁쟁한 스타들을 한꺼번에 볼 수 있는 곳이 ‘청춘극장’이다. 지난해 10월 문을 연 이곳은 일명 ‘어르신 전용 극장’이다. 청춘극장의 관객의 조건은 나이 55세 이상이어야 한다. 그렇다면 55세 미만은 절대 못 들어간다는 뜻? 전재홍 기획실장은 “물론 아니다. 55세 이상의 어르신을 모시고 함께 오면 입장이 가능하다”고 전한다.

청춘극장은 여러 면에서 특별한데 일단 무료가 많다. 오전 10시면 선착순 100명에 한해 티켓과 함께 빵을 무료로 나눠주는가 하면, 극장 내의 카페에서는 커피와 팝콘도 무료로 즐길 수 있다. 3일 단위로 상영 영화가 바뀌며 월~수요일은 외국 영화, 목~토요일은 한국 영화를 상영한다. 5월 어버이날을 앞두고 부모님께 특별한 선물을 드리고 싶다면 한번쯤 손잡고 극장에 가보는 것도 좋겠다. 토요일과 공휴일에는 오전 11시 상영만 있으며, 오후 3시에는 문화 공연이 펼쳐진다. 일요일은 휴관.

상영 시간 평일 2회(오전 11시, 오후 3시), 토요일·공휴일 1회(오전 11시)
문의 070-4222-8869

 

미즈내일 문영애 리포터 happymoon3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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